▲ 윤미숙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칼럼으로 게재된 것을 윤미숙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의 양해를 얻어 게재한다.

올 초, 정부에서는 각 지방환경청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해당 청의 업무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통폐합하는 안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우리 지방의 환경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도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때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역의 시민환경단체에 통폐합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긴급 지원요청을 해 왔고, 몇 차례의 논의 끝에 지방 환경청의 업무를 경남도에 이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통째로 맡기는 격’이라는데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중앙관리와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나마 자치단체의 무자비한 개발논리에서 환경적 검토를 객관적으로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기관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라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개발의 주체인 경남도에 업무를 이관할 경우, 지역의 토호세력과 선거공약 등으로 남발한 자연환경파괴 행위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며, 경남도 스스로 채택한 사업에 대해 경남도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겠는가 라는 내용을 심도 깊게 전달하였습니다.

낙동강환경청 왜 존재하나

물론 그동안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주어진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차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였으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거제지역에서 벌어진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는 지방유역환경청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유한 업무를 자주 회피합니다. 지역의 한 켠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 환경정책기본법을 무시한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낙동강환경청의 대응은 웬일인지 매우 미온적이기만 합니다.

자신들의 업무를 재량껏 발휘해서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의 크고 작은 개발사업의 주체들이 관련법을 알고서 무시했든, 모르고 넘어갔든, 일단 사후에 적발되어 알게 되어도 개선해서 엄중히 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이왕 시작되었으니 조용해질 때까지 모른 척 하고 있기 일쑤입니다.

보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들은 종종 자신의 업무를 기만합니다. 지역의 환경단체가 주민들의 민원을 접하고 기껏 현장을 조사해서 보고를 해주어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법이 사업자체를 못하게 하는 법은 아니’라는 누구나 다 아는 말들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법이나 환경정책기본법은 언제나 무시되어도 좋고,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은 법쯤으로 자치단체나 사업자가 악용하게 만듭니다.

국가가 정한 법률이 이렇게 무시되도록 하는데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해당 행정기관 즉 우리 지역의 경우 ‘낙동강유역환경청’입니다. 그런 법은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분위기를 그들이 스스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거제시에서는 최소 두 군데 이상에서 환경영향평가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조선기자재 공장에서는 이미 공장을 다 지어놓고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 시도했다가 들통이 나자, 낙동강환경청에 제출했던 서류를 스스로 취소해버렸습니다. 낙동강환경청에서는 ‘그래도 괜찮다’고 틀린 답변하였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적발된 사례를 보고도 눈을 감겠다는 뜻입니다.

환경위반 사례 모르쇠 일관

또 한 곳은 자연환경보전지구에 사전환경성 검토조차 하지 않고 습지를 매립하였습니다. 물론 두 가지 법률 모두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협의를 받아야 하는 의무조항입니다.

지역의 환경단체 제보로 이 문제를 알고 있는 낙동강환경청에서는 예의 ‘꾸무작거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듯이 짜증도 자주 냅니다. 도대체 지역 환경청이 왜 존재하는지 이제 우리는 매우 의아하기만 합니다. 담당 행정기관 스스로 마뜩찮아 하는 관렵 법령은 또 왜 만들었는지도 의문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저래 금수강산이 무방비 상태로 망가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윤미숙(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