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수협법에 근거해 각 지구별 수협 조합원들에 의해 설립된 소규모 협동조직이 어촌계다.

당초 설립 목적은 계원의 생산력 증진과 생활향상을 위해 바지락살포 등의 공동사업 수행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 할 목적이었다.

한마디로 지구별 조합원인 어업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상호부조의 목적을 담아 조직된 성격을 가진 협동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의 어촌계는 마을주민이나 어민들에게 마치 법에도 없는 권력기관(?) 이나 다름없이 변질 돼 가고 있는 이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선출을 통해 뽑는다고는 하지만 어촌계장이 지역의 유지로 행세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가 돼 버렸으며 어촌계원의 탈퇴나 가입문제를 놓고도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촌계장을 중심으로 소위 마을에서 말께나 하는 사람들 손에 계원들의 탈퇴나 가입이 결정된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모든 지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근 통영시 한산면의 모 어촌계의 경우 마을주민들과 어촌계원들이 똘똘뭉쳐 바지락양식과 톳 생산, 축양장 등을 운영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모범적인 어촌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어촌계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거제를 포함한 전국 대다수의 어촌계가 마을주민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계원들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아 말썽이 이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수협중앙회나 정부에서 보는 관점이다.

최근 강원도 지역의 어촌계 비리가 모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보도되는 등 어촌계의 운영실태 부터 어촌계 가입문제, 어업인이 아닌 계원의 어촌계 장악문제, 어촌계 지도 감독의 문제, 어촌계 규정체계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거제지역의 경우만 해도 문제 있는 어촌계원이 수두룩함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를 삼기 이전에 어촌계다운 어촌계 운영을 위해서는 이번에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 한척도 없고 어장 한 곳 없는 사람이 버젓이 어촌계원으로 가입 돼 있는 사례가 수두룩 하며, 배가 있어도 어선이 아니란 이유로 수협법에 저촉 돼 가입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배 한척 없고 어장이 없다고 해서 꼭 어촌계원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몇 대를 거쳐 자손대대로 살아왔는데 사정상 배도 없고 어장도 가질 수 없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어장을 하다가 남편 사망으로 인해 더 이상 어업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경우에도 무조건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어촌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손대대로 지켜온 내 고향 바다를 등지고 살아가는데 어촌계원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바지락 하나 캐지 못하고 고둥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게 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수십, 수백 년을 이어오며 뼈를 묻어온 터전인데 계원가입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동네 앞 바다에도 마음대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고 파래 한줌도 겁이 나서 뜯지 못한다면 어촌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몇 년 전에 다른 곳에서 이사를 와서 어업권 있는 어선을 구입만 하면 얼마든지 어촌계원이 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이같은 현실이 너무나 잘못된 것임이 틀림없다.

지금 당장 계원들의 자격 여부에 대해 정밀 조사나 감사에 착수 한다면 문제 있는 무자격자가 수두룩하게 나타날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어촌계가 상호부조의 목적이 있다면 문제있는 계원들에 대한 제재나 탈퇴 보다는 마을공동체처럼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며 바다에서 생기는 이익을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나눠 가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까지 어촌계는 기름유출 사고나 공유수면매립 등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계원 개인당 수 천만원의 보상비를 나눠 가지는 등 큰 보상금이나 노리는 이상한 이익단체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이익만 노린 채 법 규정을 어겨가며 어장을 임대해 줬다가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았던 어촌계도 많았다.
이 같은 이권이나 이익이 발생하다 보니 어촌계장 선출에서부터 시끄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 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계원들을 위해 아무 이득 없이 순수 봉사만 한다면 나설 사람도 드물 것이며 말썽 자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수협중앙회가 내년 3월 11일 전국 동시 선거를 앞두고 어촌계의 지도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 투명성에 대한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 할 것을 골자로 하는 ‘수협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구별 수협과 어촌계의 규정 체계를 통일화 하고 수협 하부조직으로서의 조직체계 확립을 위해 시장. 군수. 구청장의 어촌계 관련 인가 등에 대한 권한을 지구별 수협(거제의 경우 거제수협) 조합장에게 위임 또는 위탁하는 규정을 신설토록 정부에 건의 할 방침에 있다.

아울러 어촌계가 지구별 수협의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 관련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특히, 수협중앙회는 조합원으로서 거주 지역 어촌계원으로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입을 거절하지 않도록 회원조합을 통한 지도를 강화 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수협중앙회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차라리 어촌계 가입을 원하는 주민에 대해서는 꼭 어업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받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를 들어 그동안 마을에 살아오면서 모든 사람들이 공로를 인정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어업활동에 기여할 수 있고 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정한 규정에 의한 추천을 통해 얼마든지 가입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마을주민들과 어촌계가 함께 공생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발전이 있는 단체로 거듭 태어 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