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녕, 형아>
감독님, 걱정마. 영화는 내가 지켜줄게!

중환자가 있는 집은 공기부터 다르기 마련이다. 알약, 가루약, 주사약 할 것 없이 약은 죄다 모공으로 흡수되라고 만든 것인지 온  집안에 병원 냄새가 진동을 하고, 행여 요양에 방해 될 새라 식구들은 성대수술 한 고양이처럼 조용해진다. 쌓여가는  병원비 청구서 역시 간병인들 화병을 부추긴다. 병석에 누운 게  생때같던 어린 것일 땐 절망과 쓰라림이  배가된다.

<안녕, 형아>는 그런 불행한 상황에 놓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아픈 부분들만 집요하게 묘사해 보는 이들을 지치게 하는 대신, 웃음을 통해 눈물을 강조하는 아이러니의 전법을 채택했다.
 
영화는 친구 같던 형이 뇌종양으로 쓰러진 뒤, 아홉 살 장한(박지빈)이의 일상에 닥친 변화를 아이의 시점으로 묘사해간다. 이 말썽꾸러기는 자신이 독차지했던 주변인들의 관심이 형에게로 옮겨간 것이 못내 섭섭하다. 울보가 돼버린 엄마가 안쓰러워 춤과 노래로 재롱을 떨어보지만 형은 시끄럽다고 짜증을 낸다. 자신을 제쳐두고 같은  병동 환자들에게 더 유대감을 느끼는 형아, 그런 형아가 없어 혼자 걷는 등하교길, 모든 게 섭섭하다. 그래서 화도 내고 심술도 부려보지만, 사실 누구보다 형을 아끼고 사랑하는 건 장한이 자신이다. 때문에 짜증쟁이 형에게 복수하려고 의사의 말을 어기고 형의 수건을  써버린다거나, 형의 병동 단짝친구 욱이를 질투하는 장한이의 모습은 대단히 귀엽지만 한편 안쓰럽다.

장한이의 심술 퍼레이드가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동안, 이따금 등장하는 엄마(배종옥)의 눈물은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한다. 장한이와 욱이가 시골에 내려갔다가 정체불명의 ‘타잔’ 아저씨를 만나 ‘생명수’를 얻고 하늘을 난다는 식의 무리한 에피소드들이 전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극적 균형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안녕, 형아>는 이처럼 동심에 의해 투과된 판타지풍의 세계와 리얼한 현실묘사의 조화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해나간다. 위독한 형과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장한이가 생명수를 구해오는 저 클라이맥스 부분은 이런 설정이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대목이다.

웃음과 눈물을 표준조리법에 맞춘 양 적절히 혼합해낸 착실한(?) 연출 외에, <안녕, 형아>의 또 다른 미덕이 있다면 바로 아역 박지빈의 열연이다. 가족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이란 뻔한 노림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호소력을 갖는 것은, 순수한 몰입에서 비롯된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글 : 이숙명(자유기고가)/ 출처 : nkino.com

[Cannes2005 보자마자 리뷰]<스타워즈 에피소드 3>
전 우주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꼬박 3년, 아니 30년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종결이자, 전 우주의 비극이 시작되는 <스타 워즈 : 에피소드 III -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는 이제 더 이상 디지털이니 스펙터클이니를 논할 필요조차 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중요한 건 조지 루카스의 수년간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고 우리는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 스타워즈 에피소드3 포스터.

이미 영화를 본 미국측 평론가들은 대부분 <시스의 복수>가 역대 3편의 프리퀄 가운데  가장 어둡고 폭력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깐느에서 공개된 <시스의 복수>는 역시 그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가장 감성적이라는 조지 루카스의 말처럼 이번 시리즈는 아나킨의 심리 변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즉 ‘선’의 편에 섰던 아나킨이 어떻게 ‘악’으로 돌아서는가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무게감은 엄청나다. 전편부터 이런 이유 때문에 헤이든 크리스텐센의 캐스팅과 카리스마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헤이든의 눈은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고, 그런 그의 분노는 충분히 스크린에 투영된다.

포스의 어두운 힘에 이끌려 제다이를 몰살하고 다스 베이더로 거듭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번 에피소드의 스토리는 영화가 100% 디지털로 완성되었다는 사실만큼이나 익히 알려져 있다. 물론 전편에 펼쳐진 파드메(나탈리 포트먼)와 아나킨의 애뜻한 로맨스가 비극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번 마지막 프리퀄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분은 내용이 아닌 바로 스승과 제자의 ‘운명적 대결’ 장면이다. 화산으로 뒤덮인 무스타파 행성에서 벌어지는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광선검 결투는 모든 시리즈의 총 집약이자, 시리즈의 역사상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존 윌리암스의 비장한 음악과 함께 20여분간 계속되는 이 광선검 결투 장면은 가히 ‘불과 빛의 예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전편에서 지적됐던 지루한 전개 또한 이번 <시스의 복수>에선 찾아볼 수 없다.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은 분명 이 거대한 사가(Saga)의 시작을 담아내기엔 부족한 시간임엔 틀림없다.

‘지루함’ 보단 ‘속도감’을 선택한 루카스는 대신 <클론의 습격> 당시 엄청난 분량을 차지했던 대규모 전투 신의 길이를 줄이고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다소 폭력적이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오비완의 광선검에 사지가 절단되고 온몸에 불이 붙어 신음하는 아나킨의 처참한 모습 오히려 다스 베이더에 대한 연민으로 다가온다. 이제 6부작의 거대한 대서사극은 막을 내렸다. 조지 루카스가 창조해낸 장황한 우주의 사가는 신화가 되었고, 신화에 대한 숭배와 환희는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글 : 깐느=홍동희기자 (nkin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