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내년 3월 11일 실시되는 '제 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코 앞에 두고 중앙선관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 농,수협 및 산림조합 등 3개 협동조합중앙회와 함께 '공명선거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공명선거를 위한 것으로 불법선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묻어나 일단 출발은 좋아 보인다.

창원지검과 경남지방경찰청 및 일선 경찰도 이번 만큼은 그 어때 보다 깨끗한 선거를 치러겠다는 각오로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각종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관계당국의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제에서는 벌써부터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 여부를 떠나 장승포농협에서 실시한 대의원과 이.감사 65명과 조합 상무 2명 및 조합장의 이상하게 느껴지는 선진농협 견학은 관광성의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내년 선거에 출마가 확실하고 가장 유력한 출마자로 떠올라 있는 현직 조합장이 중심이 돼 떠난 이번 제주도행 견학은 그 숫자만도 자그만치 68명에 달한다.
그것도 모두가 이 조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더더욱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선거가 코 앞에 닥쳐와 있는 와중에서 개인당 100만원대의 경비로 그것도 비행기 까지 타고 제주도로 날아가 특급호텔에서 2박을 하고 돌아왔다면 누가 순수 목적의 학습을 겸한 견학 이라고 할수 있을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조합원 총회를 통과한 안건이어서 법상 문제없는 견학이라 하더라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선진 견학을 목적으로 간다면 조합에 꼭 필요한 직원 몇 명과 견학 후 조합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의원과 이.감사 몇 명만 다녀와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승포농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호화판 견학을 준비했다.
다른 조합의 경우 내년 3월로 다가온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같은 계획 자체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는 마당에...

솔직한 심정으로 언론의 보도가 없었더라면 제주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런지도 모른다.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을 매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누가봐도 사전선거운동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오해 받을 만한 일을 한것이 이번 장승포농협의 선진농협 견학 이었다.

특히 장승포농협의 이번 행위는 검찰과 경찰이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 근절을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어서 마치 사법당국의 의지를 비웃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합이 스스로 공명선거를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아무리 공명선거를 외쳐대도 출마자나 조합원들의 실천 의지가 없으면 공수표에 불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조합장 선거에서 전국의 농·수·축협장과 산림조합 등 1,300여개 조합에서 조합장을 뽑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1,353개 조합이 있으나 합병이 추진중인 곳이 있어 그 숫자는 1,300여 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가운데 경남은 173곳, 거제는 13곳 조합에서 조합장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전국 동시조합선거라 감시반의 손길이 모자라고 그 방법이 교묘해지는 바람에 아무리 단속을 벌여도 그 정도만 약해 질 뿐 불법이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은 현재 일선 검찰 경찰과 함께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수사반을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조합장 선거에서는 ▲금품살포 ▲향응제공 ▲유권자와 후보자 매수행위등 금품선거사범을 철저히 수사하고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난 ▲여론조작 등 흑색선전 사범에 대해서도 최초 유포자를 추적 하는 등 엄정 수사 할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이같은 사법당국의 강력한 불법선거 근절 대책은 그동안 치러져 온 조합장 선거가 얼마나 혼탁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온갖 불법이 판치는 혼탁 선거로 전락한 이유는 조합원 숫자가 확연히 드러나 있어 이 가운데 어느 정도만 확보하면 당선 될 수 있다는 비교적 쉬운 계산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치러진 조합장 선거 후 떠도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힐 정도였다.

당선권에 들수 있는 조합원 수에 대한 계산이 나오면 돈으로 환산해 1명당 30만원~50만원 정도의 금품으로 표를 매수하는 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이 소문중 압권을 차지 했었다.

언젠가 거제지역 모조합의 조합장 선거 당시 투표일이 임박하자 어느 마을 해당 조합원들의 대문안이나 마당에 지지를 호소하는 특정 후보의 인쇄물과 함께 수십만원이 든 현금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더 믿기지 않았던 것은 후보자 한명이 아닌 다른 경쟁자도 이와 유사하게 밤을 이용해 이같은 행위를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전해들은 얘기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당시 이 돈으로 너도나도 한창 인기있던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한참 나돌았다.

소문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의 조합장 선거는 한마디로 '돈선거'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이처럼 돈 선거가 난무하자 후보자들은 서로 금품과 향응 제공을 감시하는 진풍경 까지 벌어졌으며, 급기야 조합의 혼탁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까지 나선 이상한 꼴이 됐다.

중앙선관위가 주도할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공명선거를 위한다는 명분과 같이 뭔가 달라야 한다.
철저한 감시 감독으로 부정선거를 뿌리 뽑아야 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출마자와 조합원들이 이번에야 말로 공명선거를 실천하겠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그래야만 다가 올 총선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선거문화를 후진국형에서 한층 높은 단계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協同組合)이란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으로 뭉친 영리목적이 아닌 경제적 약자간의 상호부조의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조합장이 되려는 자는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 보다는 인적구성체인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머슴으로서의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

머슴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고 출마한 사람이면 절대로 불법 혼탁선거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조합장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돈이 많은 사람 보다는 조합 발전을 위해 참 봉사자로서의 의식을 가진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