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욕을 해대며 어머니를 때린다. 어머니 역시 다른 남자와 통화하고  아침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밥도 챙겨 주지 않는다. 죽고 싶다."

"부모님이 뼈 빠지게 일하고도 빚을 내가며 내 병원비를 내고 있다. 내가 죽어 없어지면 가족들이 행복해질 것 같다."

10대 청소년들이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할 경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가정형편을 비관하고 걱정하며 자살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의 가슴 아픈 사연이 등장하는 등 청소년들의 자살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생명의 전화 사이버 자살예방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사이버상 자살 충동 상담의뢰인은 총 283명이며, 이 중 청소년이 113명으로 40%에 달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실제 청소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자살 충동 상담은 중학생이 고등학생 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로는 ▲부모와의 갈등 ▲왕따 등 친구문제 ▲학업·진로문제 ▲이성문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성문제나 학업문제보다도 부모와의 갈등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안동환 자살예방센터 상담팀장은 "중·고등학생들은 이성적으로 어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부모들의 꾸지람을 듣고 나면 '엄마 말대로 나가 죽을게', '난 정말 쓸모 없는 인간이야, 죽는 게 나아'라며 충동적으로 자살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살 상담을 해 오는 청소년들은 의외로 결손가정이 아닌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이 많으며, 어느 가정에나 있을 수 있는 부부불화, 가족갈등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안 팀장은 "장년의 자살은 우울증 증세를 보인 후 자살에 이르는 등 단계를 거치지만 청소년은 대부분의 경우 충동적"이라며 "상투적인 얘기 같지만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청소년 문제의 해결 방안은 부모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의 각별한관심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