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조에서 청백리로 뽑힌 사람이 통틀어 110명 이었다. 태조 이후에 45명. 중종이후에 37명. 인조 이후에 28명이었다. 경종 이후로는 이렇게 선발하던 것조차 드디어 단절되어 나라는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은 더욱 곤궁해졌으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한가! 5백여 년 동안에 관복을 입고 벼슬한 사람이 몇 천 명, 몇 만 명인데 그중에 청백리로 뽑힌 사람이 겨우 이 110명에 그쳤으니 또한 사대부의 수치가 아니겠는가.

그러면 요즈음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2014년 국가청렴도 조사에서 조사대상 175개국 중에서 중상위권인 43위로 평가되었다. 이는 독일의 유력한 ‘디벨트’지가 베를린의 부정부패추방운동 기구가 작성한 부패국 순위보고서를 인용 보도함으로써 알려졌다.

1위는 100점 만점에 92점을 기록한 덴마크이고 다음은 뉴질랜드(91) 필란드(89)이다. 아시아 에서는 싱가포르가 7위(84).일본이 16위(76). 홍콩이17위(74).대만이 35위(61)한국이43위(55). 중국이61위(48).인도네시아107위(34)북한이 175위(8)로 꼴찌이다

이 점수는 각국의 공무원. 기업인. 정치인등의 뇌물수수와 가격단합. 불법 및 특혜 등 부정부패의 심화수준을 분석하여 산출한 것인데 우리나라가 43위를 했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점수가 50점 미만인 국가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청렴과 원칙을 압도하는 국가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청렴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청렴한 사람은 청렴을 편안히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무엇 때문인가? 재물이란 우리사람들이 대단히 욕심내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내는 바가 재물보다 큰 까닭에 재물을 버리고 취하지 않는다. 비록 재물을 얻는데 마음을 두더라도 당연히 청렴한 관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매번 보면 출신이 화려하고 재주와 희망이 가득한 사람이 돈 수레 꾸러미에 빠져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 가서 10년이 지나도록 등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세력이 높고 때를 잘 만나서 형벌을 면할지라도 여론은 그 더러움에 침 뱉게 되어 우아한 명망이 떨어진다. 문신이 이렇게 되면 높고 좋은 벼슬을 얻지 못하게 되고, 무신이 이렇게 되면 장수가 되지 못한다. 얼마나 한이 되겠는가?

지혜가 넓고 사려가 깊은 사람은 그 욕심이 크므로 청렴한 관리가 되고 지혜가 짧고 사려가 얕은 사람은 그 욕심이 작으므로 탐관오리가 된다. 진실로 생각이 이러한 것을 헤아릴 수 있다면 청렴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송나라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옥을 주어서 자한(子罕)에게 바쳤으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농부가 “이것은 농부의 보배입니다. 상국께서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더니 자한이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만일 내가 그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다”고 말하였다.

송나라 조극명(趙克明)이 호광행성에 있을 때 한 관리가 진사(辰砂) 함(函) 하나를 들었다. 그가 미처 풀어보지 않고 무심코 상자 속에 넣어 두었다가 후에 꺼내보니 사금(砂金) 3냥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가 “저 사람이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이런 것을 갖다 주었다는 말인가?”하고 탄식 하였으나 그때는 이미 관리가 죽고 없어서 그 아들을 불러 함을 돌려주었다.

최근 과일 상자를 선물 할 때에는 으레 돈 봉투를 넣어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물을 받는 자도 돈 봉투가 있으려니 하고 선물한 자가 돌아가고 나면 과일 상자 속에서 돈 봉투를 찾아내어 금액을 헤아려 본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과일 상자 속에 돈 봉투가 들어 있지 않거나 금액이 적으면 도리어 선물한 자에게 면박을 준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더욱이 그 면박을 주는 자들이 고위공직자 이거나 일부 학교 선생님들 중에 많다고 하니 진정 이 시대의 양심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돈 봉투를 선생님에게 갖다 바치고 졸업한 학생이 자라서 무엇이 되며 돈 봉투를 갖다 주고 승진한 공직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대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처럼 위험천만하고도 창피스러운 일들이 우리 거제시에도 많이 일어났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 알선수재혐의로 구속수감. 조상도. 양정식. 김한겸 전 민선시장 모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수감. 2010년 윤영 전 국회의원부인 공천대가 수뢰혐의 구속수감. 2011년 옥진표 전 시의원 뇌물수수혐의 구속수감. 이 모던 일들이 거제시 고위 공직자가 만든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결국 부정부패라는 것은 권력이 있는 곳엔 으레 둥지를 트는 불가사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새해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얘기도 들려주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자치단체와 지방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2014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거제시가 도내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함께 권민호 시장이 부패방지 청렴인 인증증서를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권 시장은 재임기간동안 시장실을 1층 민원실로 옮겨 개방형으로 운영하여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장모 상을 당했을 때와 딸 결혼식 때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조차 알리지 않았으며 중앙 부처 출장 시에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찜질방에 투숙하는 등 공과 사 구분 없이 평소에 근검. 청렴생활을 몸소 실천했다.

‘뇌물도시 거제’ 란 오명을 남긴 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