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 손영민

전원주택과 관련한 취재차 거제도 일대를 돌아다니던 중에 동부의 어느 골짜기에서 소나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할 수없이 동네 구멍가게 앞에다 차를 세워 놓고 마침 출출하던 참이라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고는 하릴없이 내리는 소낙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세차하고 나니 비 온다더니...."하고 투덜대면서.

사실 걱정은 세차비 날린 게 아니라 비가 그치고 나면 차체가 온통 황톳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누런 흙먼지로 얼룩이 지는 것을 닦아내는 일이었다. 도시에서는 언제나 그러했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당연히 그러할 줄 알았다. 그러나 소낙비가 그치고 어디서 숨어 있었던지 해가 나와 물기를 금방 걷어 갔는데도 차 표면에 얼룩이 보이지 않고 말짱했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구멍가게 주인에게 "여기선 항상 이러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내려가야지 문지가 되레 묻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부산에서 내리는 비는 그대로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산성비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산성비로 대표되는 환경오염의 문제는 사실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지낼 뿐, 어느 정도로 심각하고 그것이 도시 바깥의 사정과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우리 자신의 건강과 생활을 얼마나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지낸다.

환경오염은 물과 공기의 오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공기의 오염은 먼지의 정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먼지가 해로운 것은 그 자체가 해로운 물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기 중에 떠있는 공해물질을 흡수해 사람의 호흡기로 밀어 넣는 메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먼지의 오염 정도를 수치로 비교해 보자. 부산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싸고 고급아파트가 비교적 많이 몰려있는 해운대 지역은 공기 1입방m에 포함돼 있는 먼지의 양이 2010년의 경우 평균 68마이크로그램(1백만분의 1g)이고 하루 중 최고치가 2백78까지 올라갔다. 남포동은 평균이 75이고 하루 중 최고치는 2백92였다. 부산 전 지역 평균은 88이고 최고치는 5백93에 이른다. 그러나 부산에서 20km이상을 벗어난 시골마을로 산과 바다, 개천을 끼고 있는 곳이라면 아무리 심해도 10이상은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평균치로 따져도 약 9배 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최고치로 비교하면 아예 비교 자체가 겁날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별오염물질별로 따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대비가 된다. 환경기준치가 0.0023이고 최고치가 0.125에 이른다. 앞에서 비교한 해운대는 평균치가 0.0021, 남포동은 0.027이다. 이에 비해 삼림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산골마을은 통상 0.006을 넘지 않는다.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산골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통상 3.8배, 최고 20.8배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산다는 얘기다. 이런 차이는 굳이 복잡한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부산에 살다가 시골로 전원주택을 마련해 나온 사람들의 체험으로 증명된다.

생활 주변에서 쉽게 그 예를 들자면 남자의 경우는 외이셔츠를 갈아입을 때 주부들은 마루청소할 때 이를 피부로 느낀다. 부산에서는 아무리 와이셔츠를 정갈하게 입어도 저녁 때 돌아와 보면 소매 끝부분과 목둘레가 새까맣게 더러워진다. 아파트 거실 바닥을 걸레로 딱아봐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먼지는 많기도 하지만 색깔이 우선 까만색이다.

제약기술의 발달로 이런 고통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시골의 공기와 물을 부산으로 가져오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료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흔히 하는 말로 '재산을 읽으면 조금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읽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부산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생활을 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