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집을 꿈꾸는 사람들

▲ 손영민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삭막한 회색도시를 떠나 푸른 초원에서의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기 마련이다. 아울러 콘크리트 벽에 둘러쌓인 집을 떠나 건강에 좋다는 황토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에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떨치고 떠나자니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고 낮선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염려로 막상 떠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지금 살고 있는 생활에도 충실하고 한적한 전원의 황토 집에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도 있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꿈을 갖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 후 나는 이러이러한 삶을 누리고 싶다 라는 희망으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시간이 흐른 뒤 공기 맑은 한적한 곳에서의 여유로운 삶은 바로 내 것이 될 수 있다. 혹시 그런 꿈을 갖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면 벌서부터 그런 꿈을 가지고 하나씩 준비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을 갖게 될 테니....

어느 날 필자가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거제 사등이 고향인 이들 부부는 10년 전 필자가 쓴 전원생활과 관련된 새거제신문 기사를 읽고 스크랩해 두었다가 모처럼 휴가기간에 틈을 내어 방문했다며 황토 집과 전원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물어 왔다.

보통 중년을 넘긴 부부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을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황토 집을 짓고 전원에서 살아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참치잡이 원양어선인 동원 호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 성헌씨(42세), 90년대 말에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15년간 줄곧 해상생활을 하고 있는 김 항해사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농사짓던 어머니의 모습을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망망한 바다 위 선상에서도 푸른 산과 풍성한 들판을 떠올리며 바다생활의 지루함을 달래 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선상에서 너무 오랫동안 생활하다보니 정말 뭍이 그리울 때가 많다며 "바다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며 해안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진짜 아름다운 바다이지요, 늘 흔들리는 선상생활을 하다 보니 안전한 육지 생활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선상생활의 외로움과 고달픔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언제쯤 전원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그의 부인 조선화씨(39세)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남편이 해상생활을 마치기로 약속한 2016년 초쯤에는 산방산 부근에 1.000여 평의 땅을 구입하여 작은 황토방을 짓고 손수 텃밭을 일구어 시장과 반찬거리는 자급자족하며 소박하게 살아 갈 것이라고 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외롭고 쓸쓸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오면서 늘 시골을 동경하며 전원생활을 꿈꾸어 왔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아무리 깊은 산골 인적 없는 곳일지라도 생각이 같은 남편과 함께라면 어떠한 환경이라도 적응하며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동네 분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조선화씨의 답변은 단호하기 까지 하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라는 김 성헌. 조 선화 부부는 자연을 벗 삼아 작은 텃밭에서 얻어지는 먹거리로 식단을 차려먹을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은 전원에 가 있는 것 같다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또 언젠가 휴가기간에 아내와 찾아갔던 어느 시골 이야기를 하면서 한적한 풍경과 넉넉한 마당이 내다보이는 지인(知人)의 작은 흙방에서 산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한 그날이 항상 잊혀 지지 않는다면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독서삼매경에 빠져보기도 하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좋은 글도 써 보고 싶고 취미 삼아 나무도 가꾸며 전원생활을 즐거움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김 씨 부부가 꿈꾸는 전원생활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라며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