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와 '사법 당국' 공명선거 외쳐대며 감시 감독 열 올렸으나 불법 막지못해
일그러진 조합장 선거, 이대론 안된다...'개선 시급'
선거 끝났으나 심각한 후유증 우려...상대 후보자 고소 고발 이어질 듯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11일을 기해 모두 끝났다.

전국 802개 시.군.구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 투표소에서 권리를 행사 할 수 있었던 조합원은 모두 280만명 가량 이었다.

농.축협 1,115곳과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모두 1,326곳에서 일제히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는 3,509명이 등록해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접수후보는 3,523명 이었으나 중도에서 14명이 사퇴했다.

이 중 농.축협 153곳과 산림조합 36곳, 수협 15곳은 조합장 후보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자가 사실상 확정 됐다. 13명의 조합장을 뽑은 거제의 경우 전체 선거인 수는 21,908명 이었으며, 무투표 단독출마 조합은 거제농협과 일운농협 2곳 이었다. 무투표 조합 2곳을 제외한 거제지역 11개 조합장 선거 평균 투표율은 85.4%를 기록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선 시급
부정선거 방지와 선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관위가 일괄 관리하는 동시선거 방식을 첫 도입한 이번 선거였지만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끝났다. 금품과 식사제공 등의 부정선거운동과 무자격조합원을 둘러싼 논란 등 혼탁양상이 곳곳에서 벌어졌으며, 깜깜이 선거를 양산했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 오른것은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 현직 조합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이 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에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갖가지 제약을 받도록 해 놓은 관련법으로 인해 공명정대해야 할 이번 선거가 오히려 부정과 탈법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위탁선거법의 문제점으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선관위가 밝힌 불.탈법 선거행위 자료를 보면 이같은 문제점을 간접적으로도 알 수 있다.

선거법 제약으로 "현직조합장 아니면 더 이상 선거 어렵다" 불만 쏟아져
이번 선거와 같이 다음번 조합장 선거가 또다시 치러진다면 특이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현직조합장이 아니면 결코 당선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제약이 많은 관련법 때문에 다른 후보들은 마음대로 조합원들을 만날 수 없지만 현직은 다르기 때문이다. 행사참여에 제약없고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체육대회 등에 참석할 수 있어 무조건 유리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직을 제외한 다른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움직인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불법이다.

또 현직은 조합 총회를 통과한 사항이면 조합원들과 임원들을 데리고 견학을 빌미로한 관광을 다녀와도 괜찮다. 이로인해 공명정대하지 못하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는 선거부정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원인 제공을 하는 것이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오직 본인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방식도 어깨띠나 윗옷, 소품, 명함,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후보자가 소속된 조합원의 홈페이지에만 의견 게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고령자가 많아 컴퓨터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들여다 보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결코 공명선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새로 당선된 조합장들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인기를 끌기위한 선심성 관광예산 등을 무리하게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행위가 만연하면 재정이 약한 조합의 경우 자본잠식과 함께 조합 자체의 존립에도 큰 문제가 발생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조합을 잘 이끌어 가라고 뽑아준 조합장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조합의 발전이나 조합원들에게 되돌려 줘야 할 이익 배분 등에는 관심을 쏟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인 명부에 연락처 없어 아우성...고작 13일 선거운동 기간에 연락처 찾느라 모두 허비한 것은 좋은 사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선거인 명부다.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의 성명과 성별, 집 주소 등이 기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월25일부터 28일 까지 해당 조합에서 열람이 가능토록 돼 있었다.

그러나 후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거인 명부에 정작 필요한 조합원들에 대한 집 전화를 포함, 개인 휴대전화번호 등 연락처가 빠져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선거 기간이 고작 13일 밖에 되지않는데 조합원들의 연락처가 없으니 선거운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아우성 칠 수 밖에 없는 후보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했었다.

제약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 다행이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가능토록 돼 있었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선거 기간내 오후 10시 부터 다음날 오전 7시 까지는 사용 할 수 없지만 그 외 시간은 가능토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거인 명부에 전화번호가 없으니 후보자들은 지인들이나 동장 마을이장 등을 찾아 다니며 전화번호를 입수하느라 그나마 허용된 짧은 선거 시간을 모두 허비하고 말았다고 불만이다. 특히 불만이 심한 것은 현직의 경우 이미 이같은 모든 정보를 손아귀에 넣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 이는 명백한 불공정 선거라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집계, 금품제공 등 선거부정 행위 줄이어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기부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일 현재까지 적발된 위법 행위는 모두 746건. 이 중 고발 147건, 수사의뢰 39건, 이첩 35건, 경고 525건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여전히 드러나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당초 목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돈선거 관련자 등 선거사범에 대해 끝까지 추적.조사해 당선 무효 등 엄중 조치 할 방침에 있다지만 자진신고 등이 없을 경우 증거자료 확보 등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어 큰 소득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금품을 건네다가 들통난 사건이 경남에서만 수 곳에서 터진것이 사실이다. 이와함께 각 후보들 끼리 서로 "어느 후보가 금품을 뿌렸다더라" 는 등의 미확인 의심 신고와 함께 언론기관에 수많은 제보를 해 왔지만 증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도내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금품살포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미뤄보아 아직도 돈선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후보자 등록때 전과기록 등 범죄조회서 받지 않도록 돼 있는것도 문제...중도에 후보 등록취소시 조합원들 투표에 혼선 가져 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에 대한 범죄경력조회서를 등록 당시 선관위에서 받을 수 없게 돼 있는 바람에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 중도에서 등록 무효가 되는 사례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거제 연초농협의 경우 A모 후보가 선거 이틀을 남겨 둔 지난 9일 선관위로 부터 후보 등록무효 조치를 당해 중도에서 선거운동을 접었던 사례가 있었다.

전국에서 3명 밖에 없었던 드문 사례로 알려진 이같은 일은 전체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 여부를 검찰에 일괄 조회한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결격사유가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문제는 많았다. 선거가 불과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6명의 후보자 가운데 1명이 중도에서 선거를 할 수 없게 돼 버리는 바람에 투표를 해야 하는 조합원들에게는 큰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법의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

선거 후유증 심각 할 듯...선거 이후 고소 고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이번 선거의 특징은 그 규모는 커졌지만 깜깜이 선거로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분석이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바람에 예비후보 등록제가 아예 없었다.

후보등록 후 13일 동안 제한된 선거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 돈과 조직을 동원해야만 그나마 승부를 걸 수 있었을 것이란 말들이 많다. 이사와 감사가 있다지만 현직을 도와주는 통과 의례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현 선거법의 폐단을 없애려면 이제 부터라도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만 한다.

후보자들도, 조합원들도 불만 가득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으니 선거가 끝난 뒤 낙마한 후보들 사이에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승자는 패자를 안아주고, 패자는 깨끗이 승복해야 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미뤄보아 어려워만 보인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번 선거 관련해 아직도 진행중인 사건이 많아 온갖 소문과 함께 미확인된 유언비어를 타고 고소 고발사건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여 조합발전을 가로 막을까 걱정이다.

13명중 단독 출마한 2곳을 제외한 11곳의 조합에서 선거를 치룬 거제지역의 경우 언론사 등에 상대 후보자들을 음해 하거나, 실제 문제있는 부분을 제보해 오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물증을 잡기 어려워 사건화 되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같은 사례들에 대해 낙마한 후보자들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여서 그 후유증은 오래 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