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동조(卓同朝, 光山卓一, 1893년생)는 경남 통영 출신. 탁응조(卓應朝, 光山應朝, 통영읍회 의원)와 친형제로 통영지역의 자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통영의 탁씨들은 일제식민지 초기부터 방씨 일가와 견줄 정도로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15년 2월 탁씨 형제들은 별도의 산업공장을 설립하여 본격적인 자본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매일신보(1915. 12. 27자)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통영군 통영면 신흥동 탁태훈씨(卓泰勳)의 형제 탁익조씨, 탁승조씨, 탁석조, 탁임조씨 사형제는 본래 후가의 자제로 공업에 졸업을 잘하여 탁익조(卓翼祚)는 금공, 탁승조(卓承祚)는 칠공, 탁석조(卓錫祚)는 목공으로 탁임조(卓任祚)는 직공으로 나섰고, 부산물산공진회에 출품하여 1,2등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위의 탁씨 사형제와 탁동조는 친인척으로 탁씨 사형제가 일제 초기 통영 경제권을 장악했다면, 탁동조와 탁응조 형제는 통영 경제의 후기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하겠다. 탁동조는 일제 식민지의 통영지역 토착세력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 통영유도회에 참여한 탁동조. ⓒ 2005 거제타임즈

탁동조, '어업조합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통영지역은 일본인 수산과 상업 자본가들이 밀집해 거주하던 곳이다. 통영지역은 인근 수산도시인 거제와 고성보다 상업자본이 급성장한 곳이라고 하겠다. 대부분의 탁씨와 방씨 일가들은 거제와 고성 등지의 토지 일부를 소유할 정도로 토착 자본가로 성장하게 된다.

탁씨는 경성(京城)사범학교 졸업, 통영공립보통학교 훈도, 은행사무원, 부산상업은행 통영지점 차석으로 실업계 투신했다가, 1933년 조선주조업, 통영 국자(麴子)제조조합 이사, 통영공립보통학교 부형회장 등을 지냈다.

또한 1932년 1월 통영번영회 위원, 1933년 9월 통영어업조합장과 통영읍회 의원, 1932년 제2통영보통학교 기성회 이사, 1932년 10월 통영군 국자(麴子)조합 부조합장, 1933년 경남도평의회 의원, 1936년 경남도회 의원, 같은 해 3월 통영산업조합 평의원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1933년 9월 15일 일본의 괴뢰 국가인 만주국 승인 1주년을 맞아 부산일보에 '만주국 승인 1주년 기념'이라고 자랑스럽게 광고를 냈다. 그때 탁동조의 형제인 탁응조 통영읍회 의원도 함께 광고를 내는 행동을 보였다.

1934년 5월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직된 나병예방협회에 70원을 기부해 천장날 감사장을 받았으며, 1934년 8월 17일 통영 임항철도부설(臨港鐵道敷設) 기성회 준비위원을 맡았으며, 같은 해 9월 통영조선주조조합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또한, 1935년 8월 18일 탁동조는 경남관광협회 통영지부 실행위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하였다. 탁씨와 함께 활동한 송병문, 허기엽(許基燁, 고등계 형사, 남성물산회 사장, 고리대, 읍회의원, 충렬사 비석을 파묻는 데 협조, 49년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음), 임철규 등이다.

중일전쟁 이후 탁동조는 1937년 12월 19일 제1공립보통학교에서 개최된 친일부인단체 통영국방부인회 조선인 간사회 상임고문으로 선임됐다. 1938년 통영상공회 부회장, 1939년 3월 10일 통영군사후원회연맹에서 육군기념일을 맞아 '출정장병' 각 가정을 위문방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 통영군 육군특별지원병후원회 부회장이 된 탁동조. ⓒ 2005 거제타임즈

1939년 4월 탁동조는 통영 육군지원병후원회 부회장으로 선출되어 총후 식민지 황국신민으로 전쟁터로 끌려가는 통영청년들과 통영청년훈련소 지원, 입소생들을 위해 각종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통영신사 봉찬회 임원에 선출되어 일본 '기원2600년 기념'사업으로 신사 건물 건축에 참여했다.

같은 해, 6월 3일 탁동조는 국민정신총동원 통영읍직원연맹과 통영읍사무소 방첩단 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또 8월 13일 통영 경방단 부단장으로 일명 지역 치안을 담당한다고 나서면서 '대동아전쟁'을 준비하는데 참여했으며, 같은 해 11월 2일 통영미곡통제조합 총대위원으로 선출되어 일제의 식량정책과 민중들의 공출사업에 적극 협조하기도 했다.

1940년 2월 3일 조선인 청년들을 강제로 지원병에 나서도록 군수, 경찰서장, 읍장 등과 함께  지원병제 취지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탁동조는 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제1선 장병의 노고에 애국의 영령과 흥아성업을 이룩하기 위해 배급통제에 대해 당국의 협조 필요"하다는 식으로 철저한 '황국신민'이 되었다.

1940년 3월 17일 탁동조는 '황도정신 앙양(皇道精神 昻揚)'을 위해 통영군 유도회에 자문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석한 탁씨는 "황국신민으로써 자각하여 매일 궁성요배하면서 황국정신을 앙양하는데 노력할 것이다"며 "국민정신총동원연맹의 실천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탁씨와 함께 참석한 김영수(金榮洙, 경남도회 의원), 신주병(辛周炳, 전 하청면장), 송정택(宋正宅), 임철규(林撤圭, 통영읍회 의원), 서상권(徐相權, 통영 일제 초기 국권회복단 항일운동) 등 지역내 토착 자본가와 친일단체 회원 등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마쳤다.

탁씨는 1940년 4월 16일 통영수산학교 승격 기성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유지 이기우(李基雨)와 함께 기금 일부를 기증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4월 6일 통영상공회의소 부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1942년 9월까지도 통영상공회의소 부회두(副會頭)를 맡아 통영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41년 5월 21일 그는 통영고등여자학교 기성회 설립에 참여한다. 이 학교는 김덕보(金德甫, 기생출신, 통영중학교 설립자, 유지)씨가 기부한 재산이다. 특히, 김덕보씨가 사망 이후 통영군수, 통영경찰서장, 일부 조선인들이 나서 재산 배분에 있어 통영중학교 설립, 통영경찰서 신축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 경남도의원이 된 탁동조는 친일 지방정치인으로 변신했다. ⓒ 2005 거제타임즈

탁씨, '제 친일세력과 힘을 합쳐 2선 도의회 의원으로'

경남도회 의원을 맡으면서 2선에 도전한 탁씨는 다른 경쟁자들이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관선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1941년 5월 13일 통영군청 회의실에서 관선도의원을 결정하는 자리에는 통영군수, 통영읍장, 하상문(河尙文), 지홍두(池弘圭)외 일본인 2명을 포함한 4명이 입회하고 유권자 13명(일본인 7명, 조선인 7명, 중견유권자 1명)은 "탁동조를 도정에 보내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경남도가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의했다"고 한다. 당시 부산일보(일본어, 1941. 5.13자)는 "경남도의선거, 통영읍 명랑한 선거"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보도는 통영지역 내에 있는 일본인과 일부 조선인들이 탁씨의 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영철도 사업, '일본으로 공출을 위해'

1934년 8월 통영유지들은 통영항만에 철도를 설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통영 지역내 유지들은 통영항 주변에 철도가 부설될 수 있도록 총독부와 경남도 등지에 요청했다. 이에 탁동조를 비롯한 '친일세력'들은 통영철도기성회를 결성했다. 탁씨는 통영철도 기성회 준비위원회 위원직을 맡아 유치운동을 벌였다.

한편, 1941년 11월 12일 통영철도 기성회는 일본인을 회장으로, 탁응조 등이 부회장, 탁동조 평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결성식을 가졌다. 철도 부설 목적은 통영항만에 철도를 부설하여 물류유통을 꾀하고자 하였으며, 타 지역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과 원료 등을 일본이나 전쟁터로 운반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철도사업은 태평양전쟁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1942년 9월 16일 탁동조는 사법보호사업의 일환으로 '사법보호조성회'를 결성해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 단체는 "대동아전쟁에서 사법보호와 식민지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지역내 사법서사, 경찰, 조선인 친일파 등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탁동조, 징병제강연 나서

전시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탁동조는 도의원으로 징병제 실시 축하 강연회에 참여한다. 1941년 5월 21일 통영에서 김영수(거제 동부 출신, 친일협력자)와 최지환(진주 출신, 친일파) 등이 '징병에 나서자'고 취지를 알렸다.

1944년 전시체제 내에서 탁동조의 '친일행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44년 2월 전시체제 아래서 농촌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농촌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탁씨는 고문 자격으로 참여해 "조선농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전시체제 아래서 농촌은 전쟁물자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원회는 통영지역의 유지나 토착 자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서병두(徐炳斗, 大山炳斗, 통영읍회 의원, 모 국회의원의 부, 지원병 모집에 가장 앞장섬, 경찰서 고문, 대서소, 해방 후 도피), 송병문(山文秉文, 육군지원병후원회 고문) 등이다.

반민특위로 단죄 받지 못한 탁동조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아 지역내 친일파들은 반민특위에 의해 단죄되지 못하고, 이후 이승만 정권의 탄압으로 모든 친일파들은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 가운데 통영지역의 몇몇 친일파만 반민특위에 체포되었을 뿐이다.

특히, 탁동조는 황국신민임을 자청하면서 창씨개명에도 앞장 선 인물이다. 1940년 3월 2일 자기 이름을 버리고 자랑스럽게도(?) 광산탁일(光山卓一)로 개명하고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창씨개명의 이유로 "통영의 명문가(名文家)이자 읍회 의원으로써 감격스럽게 순 일본식인 광산문길(光山文吉)과 같은 이름을 따서 광산이라고 하고, 동생인 응조(應朝, 통영주조회사장)도 광산으로 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