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전원주택 섬, 칠천도

▲ 손영민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15년 전만 해도 거제 하청면 실전리에서 약5분간의 여행을 위해 배를 타면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뱃길을 안내한다. 그래서 칠천도를 찾아가는 여행객들은 먹이를 얻고자 줄기차게 따라오는 갈매기들을 향해 새우깡을 던지며 즐거워했던 낭만과 추억의 섬이었다.

(주)새거제신문 지면을 통해 '꿈의 전원주택' 시리즈를 연재 할 때의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칠천도 일대의 갈매기들은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에 입맛을 들여 스스로 먹이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예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생활을 제쳐두고 배가 출항할 때마다 선박 꽁무니로 몰려들곤 한다" '거제의삶...꿈....'이라는 나의 저서에 칠천도 갈매기를 인간으로 빗대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칠천도 갈매기는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산다. 개펄을 따라 먹이가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굳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실전리와 칠천도를 오가는 카페리 승객들이 배부를 만큼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니 그걸 먹고 산다. 과자 부스러기에 길들여져 자생력을 잃어버린 칠천도 갈매기처럼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그렇게 문명에 중독돼 살아가는 것이 싫어 한명근 씨는 이곳 칠천도로 왔다."

섬이면서도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칠천도를 즐겨 찾는다. 한 씨가 이주해 올 때만해도 숨어 있는 외딴섬으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2000년 칠천 연육교가 개통되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주말이면 인파가 북적댄다. 그가 전원생활의 꿈을 안고 해안가에 터를 봐 두었던 한내리는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는 바람에 오염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일찌감치 칠천도에 또 다른 터를 잡아 놓았던 것이다.

고현에서 연초를 거쳐 하청면 칠천도까지 가려면 약 17·5Km를 달려야한다. 칠천 연육교에서 물안 해수욕장까지는 약 3Km로, 푸른 숲과 바다를 끼고 확 트인 드라이브 코스가 일품이다. 거가대교를 지나 5번 국도를 이용해 하청까지 간 다음, 7번 시도를 따라가면 연구리가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고현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칠천도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에서 칠천도까지는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칠천도는 다른 섬과는 달리 이목구비가 균형을 이룬 동양 미인처럼 아름다운 섬이다.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도로가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도 무리가 없는 곳이다. 크루즈유람선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일주할 경우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바다를 끼고 질주하는 맛은 도시인들이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멋진 환상처럼 다가온다.

한 씨는 황덕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위에 터를 잡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직접 목조주택을 지어 분양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약수는 피부병과 위장병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비누로 머리를 감아도 삼푸를 한 것처럼 부드러운 머릿결을 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인심이 푸근한 주인아주머니에 의해 민박집으로 개방되고 있다.

물안 해수욕장 근처 선창가에는 황토를 이겨 바른 목조주택이 초가지붕을 이고 있다. 그는 이집을 직접 지은 다음 펜션으로 개조한 바 있다. 한적한 포구와 아담한 초가집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지나가는 객들을 붙들기 십상이다. 이 펜션은 한이 많거나 슬픈 추억이 많은 사람들은 가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사람의 속을 뒤집어 버리는 탓에 바다로 뛰어들까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