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림비는 산신령에게 바치는 떡값?

▲ 손영민

전체면적의70%이상이 산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임야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준농림지라 해도 논밭은 식량의 생산기지이기 때문에 무한정 택지로 전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는 최소한 주곡인 쌀만은 자급자족해 왔으나 주택건설을 위해 논밭을 마구 전용하고 농민이 농촌을 떠나 놀려두는 논밭이 늘어나면서 식량자급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농지의 전용을 가급적 억제하고 있으며 특히 농업진흥지역내 농지는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농업진흥지역내 농지라 하더라도 진흥구역이 아닌 보호구역일 경우에는 농지전용 기준이 준농림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책적으로 이를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준농림지라면 논밭보다 임야를 형질변경 해 전원주택을 건축하는 것이 절차 면에서 덜 까다롭다. 전용허가를 받을 때에도 농지의 경우는 농지소재지 읍·면 농지관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다음 관할 시·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임야의 경우는 시·군청의 허가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

절차상의 유리함 뿐만 아니라 임야는 대개 마을과 논밭의 배후에 자리 잡고 있어 전망이나 주변경관이 농지에 비해 뛰어나다. 게다가 땅값이 논밭에 비해 싸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사람들은 준농림지라 하더라도 논밭보다는 임야를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지천에 널려있는 게 임야라 하더라도 마구 전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 식량생산을 통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임야로부터 누리는 혜택이 논밭에 비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야의 엄청난 환경유지 능력이다. 나무로부터 비롯되는 공기정화능력은 물론이고 우리의 식수원인 강물도 계속물이 흘러들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야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젖줄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임야를 대지로 전용할 때는 논밭의 대체농지조성비와 마찬가지로 대체조림비를 내야하고 논밭과 똑같이 전용부담금을 별도로 물어야 한다. 대체조림비는 농지관리 기금과 같은 기능을 하는 산림개발기금에 납입돼 대지전용으로 훼손된 임야만큼 다른 곳에 산림을 조성하는 재원으로 활용된다. 말하자면 산신령의 텃밭을 훼손한 대가로 바치는 일종의 떡값이라고나 할까.

임야를 형질변경 해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대체조림비와 전용부담금 외에도 가욋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 농지나 대지에 집을 짓는 것 보다 토목비용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 임야는 대게 경사지로 이루어져 있어 평탄작업을 하는데 공이 많이 든다. 특히 암반으로 된 지질일 경우 굴착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므로 땅값만 싸다고 터를 잡아서는 안 된다.

경사지가 많은 탓에 축대나 옹벽으로 들어가는 손실분도 농지나 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250평이 들어가고 실제 사용면적은 200평이라고 한다면 그 땅값은 평당 25만원 주고 산 것과 같다. 토목공사비가 평당 5만원이 더 들었다면 땅값은 다시 30만 원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공사를 마치고 인근의 대지와 비교해 보면 총 투자비가 대지가격과 비슷해 질수도 있다. 복잡한 허가절차를 거쳐 갖은 고생 끝에 겨우 대지로 만들어 놓았는데 인근 대지가격과 같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결산이 난다면 얼마나 허망한 노릇인가.

싼값에 터를 잡는다는 당초 목표가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임야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가욋돈이다. 산신령의 텃밭을 건드릴 때는 이런 함정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산신령에게 바치는 떡값이 덜 들어가는 땅을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