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권은행들에 직접 자구안 설명하고 지원 호소
올 2분기 3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놓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다른 채권은행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본사 사옥을 포함해 비핵심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부장 이상 고직급자 30% 감원하기로 하는 등 지난주 대우조선이 발표한 자구안에 담긴 내용과 실사 진행 상황 등이 이날 설명회에서 전달됐다.

이날 자리엔 농협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 은행의 책임자급 여신심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산은의 지원 요청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자 ‘협조’를 강력하게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조선의 신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의 90%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책임지는 대신 나머지 10%의 신규 RG와 유산스(기한부 어음), 한도대출 등 운영자금은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이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예컨대 대우조선이 50억달러의 RG를 새로 발행할 때 이 중 5억달러는 산은과 수은을 제외한 기타 채권단들이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은 최대주주이면서 대우조선의 손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의 위험 부담을 채권은행에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RG는 선박을 담보로 잡는 데다 선박 인도가 완료되면 보증 의무가 사라진다”며 “이에 비해 유산스나 한도대출은 대우조선의 경영이 악화되면 고스란히 은행 손실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채권은행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한도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우조선과 자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RG를 포함해 영업활동에 필요한 금융거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의 특성상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공정이 지연되면 또다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했지만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이마저도 막혔다.

산은 지원 요청에 시중은행들 ‘아직은 결정하기 일러’
대우조선 최대 주주이자 수출입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채권을 보유하기도 한 산은은 대우조선 부실논란이 점화된 지난달 말 “책임지고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표하며 실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산은은 대우조선에 신용공여를 해 준 시중은행들에도 대우조선 회생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은 고용파급 효과가 큰 산업인데다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업인만큼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회수를 자제해 유동성 위기를 막아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에 대한 신용공여 축소가 ‘비 올 때 우산 뺏기’로 비춰지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승적으로는 대우조선 지원 취지에 공감할 수 있지만 지원할 수 있는 정당한 논리가 있어야 여신심사 프로세스 과정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한 확신이나 (지원) 명분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경과돼야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아직 (산은이 요청한 신규 RG 지원 등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공여 규모에 따라 은행별로 기조도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산은은 다음달 중순 경 대우조선 실사 중간보고서를 내고 이르면 다음달 말 실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실사가 끝나는대로 유상증자나 출자전환 등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