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나도 주인이 될 수 있다

▲ 손영민

누가 뭐래도 아파트 생활이 편리한 건 사실이다. 특히 살림을 하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전원생활에 대한 꿈이 간절하고 환상적이다 하더라도 꿈이 현실에서의 이런 편리함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는 한계가 있다. 전원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꿈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지만 막상 그 꿈을 현실로 가져와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과 대비해 보면 누구나 주저하게 마련이다.

물론 요즘은 단독주택이라 해도 내부구조를 아파트와 다름없이 배치해 집안에서는 생활하는데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종전에 아파트 생활로 누릴 수 있는 큰 편리함 중의 하나였던 쓰레기 버리는 문제만 해도 쓰레기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이후로는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아파트 생활과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의 차이는 꼭 집안 내부구조만으로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문화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워낙 구조면에서 차이가 컸고 상대적으로 아파트구조가 편리하게 돼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생활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 선택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아파트 문화가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게 되면서 삶의 방식과 생각의 틀에도 변화가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열어 놓고 사는 문화’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이 ‘닫아 놓고 사는 문화’에 젖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아파트라는 구조의 특성상 그렇게 되었다가 사회가 삭막해 지면서 나중에는 방법 또는 사생활 보호의 차원에서 그런 문화에 길들여져 갔고 이제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열린 문화’의 사회로 다시 돌아가려면 생활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제대로 적응할 자신감부터 없어진다.

아주동 대우조선에 직장이 있는 강모씨(38세)는 결혼할 무렵부터 전원주택에 살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서울 토박이인 아내를 끝내 설득하지 못해 장승포에서 결혼 후 10년간을 내리 살아야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자라와 그 공간을 벗어날 줄 모르는 아내를 설득 하는데 지친 그는 2010년 말부터 전략을 바꾸었다.

일단은 아내를 도시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간접적으로나마 시골생활의 정취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2010년에 개통된 아주터널 인터체인지에서 내려서면 아주에 있는 직장이 코앞이라는 사실에 착안. 이 터널과 연결된 자동차 전용도로 의 맨 끝인 사곡삼거리 까지 나가 둘러봤다. 사곡해수욕장에 가족나들이를 다닐 때 지나 다니던 길이라 아내가 낯설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그때 막 운전면허증을 따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어 안달하고 있던 아내에게 거실이 넓고 방도 하나 더 있는 넓은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면서도 소형차를 따로 한 대 사줄 수 있다는 달콤한 공약을 제시했다. 일단 넓은 평형의 전원주택으로 이사 간다는 점 때문에 솔깃해 하던 아내는 전용차를 따로 사 주겠다는 말에 혹해 어렵사리 동의를 했다.

그렇게 해서 신혼 때부터 살았던 아파트를 2억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은 6개월 후에 지급하기로 한 후 주말마다 아내를 데리고 '삼거 녹색농촌마을' '동부 친환경메주마을' '둔덕 포도마을' 등 주변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며 흙냄새에 익숙해지도록 배려했고 2014년 10월에 마침내 아내의 동의를 얻어 가조도 바닷가에 3백 평의 땅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요즘은 강 씨의 경우처럼 준농림지 규제완화 붐을 타고 도시생활을 시골로 그대로 가지고 와 현지적응 과정을 거친 다음 본격적으로 전원 주택지를 물색하러 다니는 2단계 전략을 고려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