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시장이 침체됐고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수주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 단위 부실사태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각각 1조5천억원대, 3조원대의 부실을 발표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부동산 등 유형 비핵심자산 매각을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과 건물 등을 매각하고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임대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0일 계열사 세메스에 경기도 화성시 소재 토지와 건축물을 310억원에 매각했다. 삼성중공업은 당진 및 철구공장 등도 매각해 총 5천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회사규모 대비 부실규모도 큰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는 했지만 건조 등이 잘 진행되지 않아 매출로 잡히지 않은 미청구공사분이 지난 2010년 4조4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까지 9조4천억원대로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1일 자회사인 웰리브에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2가 소재 2층짜리 건물을 57억5천만원에 계열사에 매각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8월 초 여름휴가 기간 중에도 연간 임대료 6억원대의 서울 다동 사옥 인근 빌딩 사무실에서도 철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다동 사옥을 비롯해 당산동 사옥, 골프장(FLC) 등을 매각해 4천억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현금 흐름을 위해 오는 2016년 R&D센터가 들어설 마곡사업단지 입주도 포기한 상태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보유 중이던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지분을 매각해 현금 약 7천26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9월 23일 포스코 지분 1.5%를 2천261억원에 처분한 지 하루 만에 현대중공업은 4천999억원에 해당하는 현대차 지분 1.4%를 정의선 부회장에게 매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입지 강화 및 포스코와의 결별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권오갑 사장이 지난 2014년 9월 취임 후 주도하는 현대중공업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불황지속 및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로 인한 유동성 확보 및 차입금 상환 차원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가 보유한 포스코 및 KCC 지분을 매각해 7천17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현대중공업이 4천억원 규모의 공모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8월에는 건설기계 엔진 제조 계열사인 현대커민스엔진 청산을 결정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천억원대의 적자를 발표한 이후 고강도 조직개편 및 희망퇴직 등을 병행하는 등 체질개선에 집중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8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등 재무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황 불안까지 겹친 상황인 만큼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및 채권은행들의 대출규제 완화 등 외부 지원사격도 절실한 상태”라고 밝혔다.<EBN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