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선으로 유명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경영 정상화 때까지 임금 동결, 쟁의활동 금지’ 등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수락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26일 조선일보가 이를 단독 보도했다.<이하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5조원대 부실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 자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노조에 경영 정상화 때까지 임금 동결, 쟁의활동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대우조선 노조는 공식적으로는 “파업권을 금지하는 초법적인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는 수용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일을 마치고 남문으로 퇴근하는 모습들<조선일보>

26일 대우조선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요구안을)수락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의 한 관계자는 “오늘(26일) 밤 대의원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는 찬반이 반반 정도로 갈리는 상태”라고 말해 수락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애초 대우조선 노조는 정부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쟁의 활동은 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중 하나인데 이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초법적인 요구 사항”이라며 “정상화 때까지 임금을 동결한다는 조항 역시 ‘정상화’라는 기준이 애매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일단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노조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여론이 대우조선 노조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동의안 수락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노조가 동의서를 쓰지 않을 경우 당장 30일 임금이 미지급되는데다 선박 건조와 관련한 자재 구입을 할 수 없어 조업도 중단된다.

지난 23일 옥포조선소로 급파된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대우조선 노조에 28일까지 동의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의 자금난이 심각해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석 본부장은 “대우조선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려면 당연히 구성원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노조도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과 노조가 오랜 기간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대우조선의 유동성이 여유가 있지 않다”면서 “28일 결정이 최종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와 절충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구계획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지 타협안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방안 및 3개월 간 진행한 실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공동으로 유상증자 1조~2조원, 신규대출 2조~3조원 등 총 4조원가량을 대우조선에 지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표 하루 전날인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대책회의, 이른바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원에 앞서 노조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원 계획이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