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최대 향토기업 침몰에 시민들 침울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 했으나 회생 실패, 청산절차 돌입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가 최악의 경영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 때 수주잔량 세계 10위권 까지 올랐던 통영의 최대 향토기업 '신아SB조선'이 결국 파산했다.

국내 대표적 중견 조선사인 통영 '신아SB조선'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세 차례 추진한 매각도 불발되면서 7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창원지법은 '신아SB조선'이 23일 법원 민사신청과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신아조선 전경

이에따라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지정하고 '신아SB'에 대한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 파산관재인은 신아SB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나눠 주는 역할을 하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통영지역 상공인들은 "신아SB가 더 이상 조선소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직접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창원지법의 파산 선고는 26일 오전 10시로 예정 돼 있었으나 사정으로 인해 27일 오전 10시로 연기 됐다.

신아SB는 1946년 소규모 목재 어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시작해 사(社) 명을 (주)신아, 신아조선(주), SLS조선 등으로 변경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4만~5만 톤급 화물운반선 표준선형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면서 한 때 수주 잔량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도약 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에 육박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 당시 직영 직원만 5,000여 명에 달하는 등 통영 지역 경제를 이끈 대표적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수주가 대폭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게됐다. 여기에다 정치권 금품 로비 등 경영진 비리까지 겹쳐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유동성 위기 속에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세계 조선경기 장기 침체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2011년엔 엿 영광을 되찾겠다며 사(社)명을 '신아SB'로 바꾸는 등 재기에 몸부림 쳤지만 정상화는 멀기만 했다.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아SB는 기업회생 절차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9월 까지 총 4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는 실패했고, 법원은 지난 12일 신아SB에 대한 회생 계획안을 폐기했다.

이같은 향토기업 침몰 소식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려에도 불구, 아직까지 지역경제에는 큰 파급력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아SB는 지난해 부터 개점휴업 상태였다. 최근 까지 남은 종사자는 사무직 파산선고에 따른 업무처리를 위해 남아 있는 20여 명과 무급휴직 상태인 현장직을 포함 198명 이었으나 26일 사무직만 남기고 모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인당 3천만원~4천만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아 SB측 예금을 보유한 한 시중 은행은 법원이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한 하루 뒤 신아 게좌에 있던 예금 69억억원을 인출 제한했다.

법정관리 전에 받지 못했던 회생 채권 200억여 원과 상계처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에대해 신아 노조는 "인출 제한한 자금은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다. 은행을 상대로 퇴직금 반환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