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 5개사가 독식하던 글로벌 조선시장에 중국 업체가 처음으로 진입, 기존의 '조선 5강체제'가 사실상 붕괴됐다. 국내 조선업이 부실경영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에서 다크호스가 나타나 기존의 판도를 깨버린 것이라고 데일리한국이 29일 보도했다.다.

29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 11월 말 수주 잔량 기준 각각 824만4000 CGT(표준화물 환산톤수, 126척), 503만2000 CGT(90척)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수주 잔량은 조선업체가 확보한 일감량으로 조선소의 위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다.

그동안 넘버2로 세계 2위 자리를 지켜왔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3위(104척, 500만2000 CGT)로 밀려났다. 지난 10월 말 기준 수주 잔량에서 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을 21만 CGT나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변이 일어난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형제 중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이 4위(92척, 392만4000 CGT)를 기록한 가운데 5위 자리에 상하이 와이가오차오(78척, 303만 CGT)가 처음으로 진입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동안 세계 5위 붙박이로 불렸던 현대미포조선(127척, 284만6000 CGT)은 6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중국 업체가 톱5에 포함된 것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 조선소들이 세계 1~5위를 휩쓸던 글로벌 조선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오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관련, 국내 조선업체는 최근 인력 감축과 긴축 경영으로 수주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중국과 일본업체에 포위당할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조선소들이 워낙 많아 전체 일감으로 따지면 중국이 많았지만 그동안 세계 1~5위 조선소는 한국의 독무대였지만 이제는 이마저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11월 말 수준 잔량 기준 세계 7위와 8위도 모두 중국 조선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쑤 뉴 YZJ(99척, 241만6000 CGT)와 후둥 중화(49척, 219만7000 CGT)가 바로 7, 8위에 오른 주역이었다. 일본 조선소인 이마바리 SB 마루가메(47척, 189만 CGT)와 아마바리 SB(93척, 163만1000 CGT)도 바짝 추격하며 국내 조선업체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 중에서는 성동조선 통영조선소가 159만2000 CGT(61척)로 12위, STX 진해조선소가 121만9000 CGT(55척)로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내년에도 국내 조선 빅5의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지난 2분기 3조여원의 적자를 내고 3분기에도 최대 1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초긴축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적극적인 수주보다 수익성 위주로 내실을 다진다는 소극적 전략이어서 중국 조선소들의 파상공세에 얼마나 버틸지 우려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의 시황이 악화돼 한국뿐 아니라 중국 조선업체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어 한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