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거제의 한 조선업체에서 일하던 최모(42)씨는 직장을 잃은 뒤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다. 얼마 뒤 다른 업체에 재취업을 했지만 고용노동부에 굳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실업급여를 계속 받기 위해 월급을 타인 명의의 은행계좌로 받았다. 고용주인 S기업 오모(54) 대표도 최씨의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최씨를 도왔다.

최씨는 지난해 말 경찰에 적발돼 전과자 신세가 됐다. 경남 거제경찰서가 입건한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는 최씨 말고도 36명이 더 있었고, 이들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억2138만원을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의 실업급여 허위 수령을 묵인해준 오 대표 등 업체 대표 8명을 함께 입건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런 수법 등을 통해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해 적발된 사람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1만3584명에 달한다. 이들의 부정수급액 규모는 7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전체 실업급여액의 1%가 채 안 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불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1일부터 10월말까지 실업급여 부정수급 행위에 대한 합동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한 이유다.

실업급여는 실직 노동자가 생계 걱정 없이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통상 종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50% 정도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원해준다.

그러나 고용주가 일정 정도 커미션을 받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 사실을 숨겨 주거나, 브로커 또는 유령법인을 통한 조직적 실업급여 부정수급 행위까지 나타나자 경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팀 하나를 아예 전담팀으로 지정하고, 일선 경찰서의 지능범죄수사팀도 기획수사에 동원해 실업급여 수사 인력을 1800명 넘게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요에 따라서는 고용부와 경찰이 합동 수사팀을 꾸릴 방침이다.

중점 단속 대상은 △전문 브로커가 개입한 조직적 행위 △고용주와 다수의 부정수급자가 공모한 영업적 행위 △유령법인 등 특정사업장을 기반으로 한 행위 등이다. 경찰은 특히 브로커나 고용주가 개입해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부정수급 행위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고용부는 부정수급자로부터 수급액의 2배를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적극적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사건 규모에 따라 최고 1억원의 신고보상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신고·제보 전화는 112나 전국 고용센터(국번없이 135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