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KOICA(한국국제협력단) 91기 '새마을리더 베트남 1기 해외봉사원'으로 활약
베트남 남부 린투언성 린성현 떤미(TAN MY)마을에 소득증대 등 3대 과제 심어놓아
평생 공직자로 국가에 봉사, 퇴직 후는 어려운 나라에서 해외봉사로 사회의 귀감
"보석같이 귀한 가난의 경험을 맛보며 빈곤퇴치를 위한 농촌운동을 했노라 자부해 왔지만 낯설은 외국 오지(奧地) 농촌마을의 '빈곤퇴치'라는 태산 앞에서 나의 무기력 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년 여 년 동안 거제시 농정시책을 책임졌던 거제농업의 산증인이자 거제의 새마을운동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여영준((70) 전 거제시 농정과장.

▲ 여영준 전 거제시 농정과장

퇴직후인 2014년 7월 8일부터 1년 2개월 동안 거제에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변사람들도 모르게 한국국제 협력단인 KOICA(코이카) 91기 해외봉사 단원으로 14개월 동안 조용히 베트남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봉사단인 코이카 91기생으로 당시 101명이 교육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베트남을 선택한 사람은 13명이었다고 한다.

베트남은 대한민국 서울과 3,600km 떨어져 있어 4시간 30분을 비행기로 날아가야 하는 먼 이국땅이다. 그를 포함한 일행 13명은 개발도상국으로 한창 경제발전을 꿈꾸고 있는 베트남에서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의무를 지고 있었다.

베트남에 도착한 일행 13명 중 그를 포함한 5명은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다시 1시간 40여 분 동안 비행기로 남부지역인 린투언성 린성현 떤미 마을로 향했다. 이 곳은 분지라 베트남에서도 가장 무더운 곳으로 가구수 340호에 1,400명 정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팀장을 맡아 1970년대 대한민국이 경제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적인 정신적 토대가 된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게 된다. 그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베트남에 파견된 새마을리더 1기로 한국의 빈곤퇴치 성공 경험을 토대로 14개월 동안 그곳에다 한국이 이뤄낸 희망을 심어주고 떠나왔다.

평생을 공직자로 거제시와 국가에 봉사하고, 퇴직 후는 지구촌 어려운 나라를 돕기위해 스스로 조용히 봉사활동에 나섰다 돌아온 것이다. 뒤늦게 알려진 이같은 그의 얘기와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더 표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소임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는 내내 밝은 얼굴에 웃음이 넘쳐 흐를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여영준 전 거제시 농정과장이 베트남 떤미 마을에서 보여준 주민역량강화와 환경개선, 소득증대를 위한 새마을 정신을 심어주고 온 뒷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이 얘기는 후배 공무원들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볼만한 귀중한 내용이 많아 현지에서 행한 사실 위주의 봉사활동을 인텨뷰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문) KOICA 봉사단원으로 해외봉사를 결심하게 된 동기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 여영준 전 거제시 농정과장

사실 해외 봉사를 결심하는 데는 번민(煩悶)에 가까운 고심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못살 때 외국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고, 또 내 삶의 부족한 부분은 봉사로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나라에서 반벙어리로 살며 활동해야 하는 '해외봉사'에 대해서는 마음 먹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모험과 도전이라 엄두 자체를 내지 못한 것이었으며, 더군다나 연로한 노모(당시 90세)를 모시고 있는 처지라 더더욱 먼 이국땅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옳은 일이라면 일단 저지러고 보자 싶어 서툰 영문 지원서를 제출하게 됐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하게 된데 까지는 친구의 영향이 컸습니다. 퇴직 후 몇 년이 흐른 어느날 부산 공무원 연금공단에 근무하는 친구가 코이카에 대한 얘기와 함께 해외봉사를 권유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해외봉사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여러 단계의 선발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비롯한 엄밀한 신체검사, 합숙 상호평가 등 2개월에 가까운 교육훈련을 통해 중도 탈락이나 포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서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왕 시작한 일이라 생각하니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정이었지요.

이같은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그렇게 갈망했던 'KOICA 91기 새마을리더 베트남 1기' 라는 해외봉사원으로 선발되게 된 것입니다. 해외봉사단원으로 선발되자 저는 가장 먼저 한국의 빈곤퇴치 성공 경험인 새마을운동 정신을 필요로 하는 지구촌이 어딘지 부터 생각하게 됐습니다. 일찍이 새마을운동을 몸소 실천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약간의 자신도 있었고, 또  역량을   어려운 나라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나누고싶었습니다.

당시 봉사활동 지역에 포함된 나라는 모두 16개 나라 였는데 새마을 정신을 심어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바로 베트남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월남전이라는 잊지 못 할 상관 관계가 있는 나라이며,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이 열정적으로 경제부흥을 꿈꾸고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선택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습니다.

문) 어떤 형태로 베트남에 파견 됐으며, 또 업무 수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55일 동안 침식을 함께한 동료 101명은 지역개발을 위해 4~5명이 한 팀으로 편성 돼 더 넓은 세상인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세계 16개 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모로코, 카메룬, 방글라데시, 몽골, 르완다, 에티오피아, 세네갈, 에콰도르, 스리랑카,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피리핀을 향해 차례로 떠나간 것이지요. 저는 2014년 7월 8일 아침에 배웅나온 가족들을 뒤로한채 서울발 하노이 행 KE479호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 경제개발의 기적적 동력이 돼 준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세계 여러나라 개발도상국들이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으로 떠나는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큰 책임감과 함께 희망의 불씨를 안고 떠난다는 막연한 기쁨도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코이카의 새마을 리더 분야는 4~5명이 한 팀이 돼 봉사단원이 파견된 지역에 5년간 5개팀을 연속적으로 투입 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 달성은 봉사자 개인적 역량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책임감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며, 그 가운데   저는 더더욱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무엇이든 조심하고, 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들의 업무 수행을 위해 정부와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예산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코이카를 통해 집행됩니다. 해외파견 인력의 선발과 육성을 비롯해 일체(一切)의 의.식.주는 물론 왕복 항공료와 사업비를  베트남 주재 KOICA  사무소를 통해 배정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은 2009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선진 원조클럽 회원국으로 국민총생산(GNI)의 0.7%를 공여토록 UN으로부터 권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최 빈곤국에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현재 개발원조위원회 소속 국가 중 선두 역활을 담당하고 있으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지요. 이 모든 공적개발원조의 무상지원이 코이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한국국제협력단의 국제적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여영준 전 거제시청 농정과장

문) 베트남의 최종 임무지에 파견되기 전에 있었던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들은...?
이국땅 베트남에서의 첫 날은 무척이나 낯설고 바빴습니다. 사회과학어학원에 입소해 또 한 달 간의 현지 작응훈련을 받아야 했지요. 언어수업 위주의 훈련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했는데 여기에는 요양원과 고아원 방문, 장애인 함께하기, 문화유적탐방, 전통음식만들기, 농업체험, 지구촌나눔운동의 이해, 안전수칙 등의 교육이 포함 돼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는 하노이 대학생들이 저희들의 학습을 도와 줬는데 그들과의 만남 역시 또다른 신선한 인연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온통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어느 것 하나 쉬운것이 없었으며, 이같은 훈련 과정은 나의 오래된 편견을 일깨워 주는 충분한 시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과학어학원 수료의 의미는 매우 컸지요. 국내에서 받은 교육을 합해 85일간의 교육훈련 전 과정을 이수하고 언어자격증을 받아 비로소 임지로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훗 날 현지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혹독한 교육훈련이 열악한 환경에서 적응해 가며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준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혹독했던 교육 과정은 지금도 인생에서 배운 큰 교훈이었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 봅니다. 시간은 흘러 갔지만 오로지 해외봉사에 전념하겠다며 가족들과 헤어져 당시 베트남에 파견됐던 새마을리더 1기 대원 13명이 한명의 탈락자도 없이 각 팀 별로 흩어져 임무지로 떠날 때의 모습들은 지금도 기억에 아련합니다.

5명으로 구성된 한 팀은 북부 타이응엔 성 또(TO)마을, 나머지 두 팀 8명은 닌투언성 닌선현에 투입 될 예정으로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서로 헤어지기 전날인 전야(前夜) 하노이의 한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쉬운 석별(惜別)을 고하며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훗 날 건강한 모습으로 한국땅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요.
 
해외봉사를 위해 1년 동안 살아야 할 임지는 저희들이 활동한 떤미 마을 과는 약 8km 정도 떨어진 곳인 탄손 마을로 떤미 마을이 속해 있는 현의 소재지 였습니다. 그곳에서 거쳐해야 할 방을 구하기 위해 나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우리나라 군(郡) 소재지 정도의 크지 않은 마을인데다가 처음보는 외국인에게 선뜻 집이나 방을 빌려 줄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현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러날을 돌아 다닌 끝에 집을 떠나온지 40여일 만에 사글세 350달러를 주기로 하고 조그마한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은 해외봉사에 앞서 나라와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었다고나 할까요...

문) 베트남 현지의 떤미 마을은 어떤 곳이었나요?

▲ 여영준 전 거제시농정과장

집에서 8km 떨어져 있는 떤미 마을 까지는 매일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처음 버스에서 내려 찾아간 그 마을은 듣던 대로 어렵고 가난한 우리나라 70년대 이전의 마을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지요. 그곳은 분지(盆地)형이라 남부에서도 가장 무더운 곳으로 햇볕과 바람만 있는 곳이란 말이 생각 났습니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이 마을이 생겨난 후 처음 찾아온 외국 이방인들이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 곳은 마치 대지를 태울듯이 쏟아져 내리는 햇볕과 날마다 한차례씩 폭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특히한 것은 오전 11시 부터 오후 2시 까지 이 나라 모든 사람들처럼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쉬면서 더위가 수그러 들기만을 기다린 후 움직인다는 것이었 습니다.
 
저희가 사무실겸 거소(居所)로 쓸 마을회관은 낡고 피폐했으며, 온통 먼지와 쓰레기 투성이로 엉망이 된 상태였지요.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었고 전기와 수도는 물론 화장실 조차 없었으니 상황이 어떠했는지 상상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건물 한켠에는 정신장애 노숙자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 자신도 모르게 '아차' 하는 마음속 탄성과 함께 아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대론 안된다"며 자신을 설득한 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해외봉사를 떠나온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비와 걸레, 물통 등을 구입해 와 청소를 시작하니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신기한 외국인을 보려고 몰려 온 듯한 7~8명의 꼬마들이 시키지고 않았는데 물을 길어오고 걸레질을 거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때 저는 "바로 이거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외쳤으며 "이곳이야 말로 내가 진짜 해외봉사를 펼쳐야 할 진정한 이유가 있고 또 정말 옳은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동심을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이름을 하나하나 수첩에 적고 또 적었습니다.
 
지금도 그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눈에 선 합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떠나온 해외봉사 였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 보니 이같은 어려운 부분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약간의 교육은 받았지만 언어 때문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어 소통이 가장 힘들었고, 무더운 날씨는 덤으로 봉사단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힘들고 당황스러웠던 것은 마을 주민들의 취약한 생활환경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없었으며, 거의가 나무 연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비만오면 마을길이 물에 잠겨 통행 불편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떤미 마을에는 카사바와 사탕수수 등의 밭농사와 몇 대의 트렉트로 수확하는 넓은 수박밭과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노지메론, 옥수수밭, 2~3기작이 가능한 벼농사는 우리나라 농업환경과는 너무나 많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거의 집집마다 TV가 있었고, 젊은이들은 거의가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청바지를 즐겨입는 문화가 생활화 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베트남에서 발견한 이같이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옛 농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그곳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문) 베트남 떤미 마을에서 어떤 봉사활동을 펼쳤나요?
처음 대하는 생소함은 너무 많은 여러 곳에 있었습니다.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나고 자라난 이유로 "보석같이 귀한 가난을 경험 하며 농촌운동을 해 왔노라" 나름대로 자부해 온 저였지만 낯선 외국 오지(奧地) 농촌마을의 빈곤퇴치 라는 태산 앞에서는 저의 무기력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떤 일을 먼저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특히 팀장을 맡고 있었기에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해 어깨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대원들의 논의를 거쳐 마을기초 조사와 시장을 파악하고, 계획을 하나하나 수립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들이 수립한 계획은 새마을정신에 입각한 주민역량강화와 환경개선, 소득증대 등 3대 과제로 요약해 이를 차분하게 실천에 옮겨 가기로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근면, 자립, 협동의 새마을 3대 정신을 불어 넣는데 열중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는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면서 계속 발전적인 변화를 시도해 나가면 결국에는 소득증대가 이뤄진다는 비젼을 그 곳 주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희 대원들은 사업추진의 효울성을 높이기 위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일에 전념키로 했습니다.

먼저 주민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마을 행정 조직과 연계해 새마을회를 조직하고, 교육과 회의, 행사 등을 통해 주민역량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함께 마을 유치원의 어린이와 젊은 부녀층 학부모를 어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유아교육을 실시해 나갔습니다. 이는 미래 세대의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환경개선 분야에서는 먼저 마을회관 개.보수를 실시해 끊어져 있던 수도와 전기를 인입하고 화장실을 신축했습니다. 폐허나 다름없던 마을회관이 새롭게 탄생하자 마을주민들이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물이 고이고 패인 마을길과 학교 진입로를 깔끔하게 포장하고 배수로를 정비해 깨끗한 환경 변화를 주민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는 소득증대 분야를 맡았는데 이 분야는 너무 광대(廣大)하고 난해해서 막상 일을 진행하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우선 가구당 연 평균 소득이 500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는 340 가구 1,400여명 주민 95%의 생업인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연속적으로 5년간 한국의 봉사단원이 파견 돼 활동하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처음에 마을주민들이 원했던 사업은 농업용수로 개설로 20ha 의 밭을 논으로 전환토록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가 살아온 경험과 그 쪽 환경을 놓고 봤을때 벼농사 면적 확대를 통한 농업소득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같은 생각은 많은 의문을 던지게 했고, 마음은 급하기만 했습니다. 저가 둘러본 농로는 손괴가 너무 심해 운동화를 신고도 통행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장화를 갈아 신고 2km가 넘는 거리의 농업지대를 설흔 번도 넘게 밟으며 고민을 거듭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최종 결론은 농업기반 조성을 위한 농로정비 사업이 가장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주민들의 안전 통행은 물론 농자재나 생산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기계화 촉진을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농로정비사업 이라고 판단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같은 계획은 정히 적중 한 것 같았습니다.

이 사업은 길이 500m, 폭 3.5m 규모의 콘크리트 시멘트포장과 배수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6 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입 됐습니다.

문) 주민들을 어떻게 교육 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농로정비사업을 진행 했나요?
이 사업을 위해 우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농로정비 관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규정을 제정하고 자율적인 운영과 책무를 부여 했습니다. 모든 절차 이행이나 계약은 위원장 명의로 하고 KOICA를 대신한 저의 보증으로 사업비를 집행, 지원하는 형식으로 지도를 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를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사전 설계와 공개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함께 계약 특수 조건으로 기술이 필요 없는 보통 인부는 꼭 마을 사람들을 고용토록 해 주민들을 자연 스럽게 참여토록 유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받는 노임은 다시 마을로 귀속토록 하는 한편 '농로관리운영기금'을 조성토록 해 연인원 329명의 주민 취로사업과 노임소득을 합한 6,600만동(한화 3백30만원)을 마을에 되돌려 줬으며, 마을공동기금 700만동을 조성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와는 화폐가치가 20대1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금액도 그곳에서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지요. 금액의 크고 작음 보다는 난생 처음 주민들 스스로가 이런 기금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둔 것이었지요. 명확한 공동기금 관리를 위해서는 '농로관리운용기금 규정'이란 것을 만들어 그 규정에 따라 은행을 이용토록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을지도자들 조차 마을공동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런 저런 구실로 은행 이용을 기피해 이들을 설득하느라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길이 이 곳 사람들에게 훗 날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은행을 이용토록 설득하였다.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나라 사람들이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이 정신개혁이라 생각했기에 저는 절대로 제가 주장한 은행 이용 문제를 양보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농로는 말끔히 포장되고 정비 완료 되었습니다.

팀 사업비의 절반 가량이나 투입해 가며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을 앞세워 공기(工期)를 예상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60여 일 만에 준공 할 수 있었지요. 공기를 앞당기려 노력했던 것은 다가오는 우기(雨期)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농로가 깔끔하게 준공되자 이 지역의 성공사례라도 된 듯 인근 마을에서 벤치마킹을 하느라 발길이 이어졌지요.

문) 농로정비사업 외에 기억에 남는 다른 사업을 펼친 것은 없는지요?
마을 길 섶 공한지 약 6평을 포장해 비가림 시설과 나무를 심고 바윗돌을 옮겨와 맵시를 낸 후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놓아 만든 '농사길 쉼터'가 있습니다. 이 쉼터는 봉사단원으로 활동 했던 저희들과 그 곳 주민들에게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농사길쉼터'는 피로에 지친 농업인들이 쉴 수 있는 휴식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정말 인기가 좋았습니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신기해 하고 이웃 마을 지도자들 까지 견학을 한 후 돌아가곤 했습니다.
 
특히 잊을 수 없는것은 '농삿길 쉼터'라는 글귀를 한글로 새겨 놓았다는 것입니다. 훗날 대한민국 KOICA 봉사 단원들의 땀과 열정이 남아있는 표적이 될 수 도 있겠다 싶어 더욱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밖에 새로운 소득자원 발굴을 위한 '농.특산지 시범포'를 조성, 8가구를 시범농가로 선정해 농로와 인접한 2ha 8필지에 소득 높은 열대과수인 망까우 묘목 2,400주를 공급해 식재 했습니다. 여기에는 묘목이 심겨져 있는 포장마다 표찰을 세우고 농업인들이 수시로 관찰하고 평가토록 했습니다.

아울러 농.특산지의 발전 방향을 주민 스스로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망까우회'를 조직하고 시범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규모를 50ha로 늘려 나가기로 결정 했었지요. 이 '망까우회'는 아마도 우리와 체제가 다른 나라인 이 지역 최초의 생산자 단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칙을 정하고 임원을 구성해 놓았으니 저희들이 떠난 뒤라도 계속 발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뿌린 싹이 자라나 떤미 마을의 망까우가 특산 명품이 돼 세계인의 애호 과일로 팔려나가고, 더불어 마을과 지역이 풍요로워 지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우량 땅콩품종 적응과 생육을 비교 관찰하기 위해 마을에서 성실한 농업인 3명을 선정해 종자를 나눠주고 재배토록 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이었습니다. 높은 품질로 인한 다량 수확으로 평가가 너무 좋아 이웃으로 까지 식재 범위를 넓혀 가기로 하는 등 상당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문) 해외봉사 활동 기간동안 겪었던 시련은 없었는지요?
정말 시련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엄청난 태풍 피해로 마을회관의 지붕이 날아가고 천정과 유리창, 쇠로 된 대문과 시설물들이 휘고 부서져 엉망이 돼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설마 했던 닌투언성의 매운 바람 맛을 톡톡히 본 것이었지요.

혹시나 있을 수있는 누전사고 같은 2차 피해를 우려해 대원들은 20여일 동안 재택 근무를 하면서 복구를 해야만 했던 어려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헤쳐 나오면서 저희들이 맡은 봉사활동은 끝없이 이어졌지요. 이렇게 계획한 사업을 마무리해 나가는 동안 어느 듯 귀국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문) 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베트남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지금 심정은...?

돌이켜 보면 해외봉사는 절대 녹녹치 않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베트남에서 평생 겪어보지 못한 희망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땀 방울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 이라고 했던 말이 있듯이 저는 베트남의 떤미 마을 주민들과 지내면서 때로는 우산이 됐는지 모르지만  비를  함께 맞으려고 노력 했었지요. 그래서 가족들이 애써 챙겨준 썬 크림도 단 한번 바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스스로 선택한 그 길을 가기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던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밥도 해 보았고, 장도 보았으며 이 과정을 통해 절제된  수행자라도 된 듯한 느낌도 받았으니  행복한 보람이  따로 없었지요...

문) 베트남 떤미 마을 사람들은 어떤 분들이었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자전거에 옷자락을 날리며 겁 없이 내 이름을 불러대며 사진을 찍자던 소녀들과, 고장난 노트북을 열 번이나 고쳐주며 언제나 싱글거리며 자기나라를 위해 일하는 봉사원이라 절대 돈을 받을 수 없다던 과학고등학교 컴퓨터 선생인 할(Hal)씨 등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별장에서 친지들 까지 불러 푸짐한 오찬을 베풀어 주었고 26ha나 되는 자신의 농장을 구경 시켜 준 사람들의 고마움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낯선 나라 사람들의 정(情)에 젖었고, 고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지 그리움에 젖었습니다.
 

과거는 기억해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멋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 베트남. 그 중에서도 떤미 마을 주민들은 더 순수하게 느껴졌습니다.

떤미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한마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었다"는 인사입니다.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떤미마을 사람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 여영준 전 거제시청 농정과장

베트남을 떠나온지 5개월 정도 지났지만 휴대폰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 부터 지금도 카톡을 통해 떤미 마을과 그 곳 주민들의 생활상을 사진으로 생생히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떤미 마을에는 현재 2기가 들어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그 곳 책임을 맡은 팀장으로 부터 지역개발을 의논을 하는 자문의 연락이 오곤 한다.

"카톡을 통해 보람을 느낀것 가운데 하나는 그 곳에 심어놓고 온 망까우 나무에 주먹 만한 과실이 열려 있는 사진을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벌써 망까우 나무에 열매가 열렸다니 저 자신도 가슴이 뿌듯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요."

여영준 전 거제시청 농정과장은 KOICA 91기 새마을리더 베트남 1기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1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8일 꿈에 그리던 가족품으로 돌아와 지금 한창 농사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사람이 길을 넓혀 가야지 길이 사람을 넓힐 수 없다"는 인능홍도(人能弘道) 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한 달 전에는 떤미 마을에서 통역을 맡았던 동나이성 동나이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탄(Tan. 24)이란 여학생에게 온도계와 로션, 여자 꽃신, 남자 흰 고무신을 각각 한 켤레씩 보내 준 적이 있었다.

해외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던 것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보내 준 것인데 이 가운데 흰 고무신은 대단한 인기였다고 한다. 고무신을 신고 출근도 하고 나들이도 한다며 카톡에 사진을 찍어 보내 올 정도였다.
 
그는 다함께 잘 사는 행복한 지구촌 건설, 지속 가능한 발전기반 구축이라는 비젼과 목표를 위해 한국과 베트남의 길을 넓혀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은 바램이라고 했다.

산과 강이 아름답고 어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떤미 마을
어른을 숭배하고 아이를 귀애하는 부지런한 여러분들
태양의 축복을 받으며 잘 살 겁니다.
생각나고 보고 싶어 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안녕!

베트남에 대한민국 새마을 정신을 심어주고 떠나 온 여영준 전 거제시청 농정과장은 무사히 소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자신과 고락을 같이 했던 떤미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며 이같은 시(詩)를 남겼다.

그가 남긴 '떤미 마을 사람들을 위한 기도' 라는 시(詩) 속에는 아직도 베트남에서의 봉사활동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