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심해저(Subsea)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EBN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사장

산업뉴스가 이를 단독 보도했다. .

현재 해양플랜트 시장 침체와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해 풍력 등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사업들을 정리하면서 심해저 시장 진출계획도 백지화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 들어 검토해온 심해저 시장 진출에 대해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해저 사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이 분야는 정밀기계업체 등에서 해야 할 사업이지 조선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크게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사업과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는 사업으로 구분되는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가 수주하는 해양플랜트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시추선 등 바다 위에 떠있는 설비에 한정돼 있다.

반면 수면 아래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심해저 사업은 유정으로부터 생산되는 원유 및 가스를 바다 위에 떠 있는 설비로 보내는 것으로 각종 파이프(Riser Pipe)와 폭발방지장치(BOP, Blow out preventer), 사고 시 원유 유출 확산을 막아주는 ‘크리스마스 트리’ 등이 심해저 설비에 포함된다.

‘조선빅3’가 심해저 사업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바다 위에 떠있는 설비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해양플랜트에 투자되는 비용은 심해저 사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해상플랜트에서 조선소가 건조하는 선체(Hull)보다 외국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설계를 담당하는 상부구조(Topside)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프로젝트에서 해상플랜트 선체가 차지하는 투자금액상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심해저 사업 진출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신성장동력으로서의 홍보에도 나섰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은 2011년 국내 조선업계가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심해저 시장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핵심역량을 확보해 미개척 분야인 심해저 시장과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같은해 5월 열린 여수엑스포에서도 심해저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에 투입하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 아이디어를 공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에서 선보인 대우조선해양의 해저건설로봇 전시관.ⓒEBN

장기적인 목표 아래 심해저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에 나섰던 대우조선이 이 사업에서 물러서기로 한 것은 내실에 주력한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발생한 손실로 상당한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은 풍력 등 신성장동력을 찾기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 아래 비조선 분야 사업에 대한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해양플랜트 시장이 극심한 경기침체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BOP,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은 심해저 설비는 해양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설비지만 그 외 해당 필드에 흩어져있는 여러 개의 유정을 연결하는 파이프와 같은 설비에 대한 투자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매장량 대비 생산 가능한 원유 및 가스는 30~40% 수준인데 이를 높이기 위해 다수의 파이프를 문어발처럼 설비에 연결해 생산에 나섰다”며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필수적인 설비 외에 추가적인 투자는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더글라스-웨스트우드(Douglas Westwood)도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해양플랜트 투자규모가 13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비해 35% 감소한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해양설비 철수로 인해 계선에 들어간 해양지원선(OSV, Offshore Support Vessel)도 최소 500척, 많게는 650척으로 추산되는 등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