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던 해양플랜트 출혈경쟁 부메랑
올해 신규 수주 한건도 없어 조선소 일감도 뚝 떨어지지만 "묘수는 없어''
권민호 거제시장, '조선업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세계적 조선도시 거제시가 양대조선소의 신규수주가 올들어 한척도 없다는 소식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와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가 지역경제를 먹구름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사업이 ‘조선도시 거제'를 무겁게 짓눌러 올 하반기부터 굵직한 사업이 줄줄이 인도되면서 고용된 수만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7일 각종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고 있다. 또 양 조선소 노동자 단체들은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포해 국가지원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거제에 거주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 가운데 본사 직영 인력을 제외한 협력사 인원은 2만90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협력사 직원 2만6000명이 거제에서 근무 중이다. 3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16만5000명가량의 거제 인구가 계약직 형태의 조선업 근로자 봉급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진출처:국민일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거제에 거주하는 협력사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제 총 인구가 작년 말 기준으로 25만5828명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고용이 불안해질 경우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란 경고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인도하는 총 9기의 해양플랜트 중 6기가 하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20억 달러 규모 부유식 원유생산 설비가 포함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기의 해양플랜트 설비를 인도하는 가운데 3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처리설비 등 대형 프로젝트 3건이 하반기에 마무리된다고 전하고 있다..

7일 만난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서 위기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국제적인 상황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전하고 조선소와 지역이 함께 뭉쳐 이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수 밖에 더 있엤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속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된 광구에서 석유·가스를 뽑아올려 정제한 뒤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대형 해양구조물이나 세일가스의 등장으로 심해 시추설비 발주가 주춤하면서 유가하락과 함께 해양플랜트산업 자체를 강타한 것이다.

동시에 해양플랜트산업은 2010년대 들어 극심한 선박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 조선업계에 대안으로 떠오른 신성장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조선소를 더욱 어려운 수렁으로 내몰고 있는 괴물이 돼 버렸다.

이에 업계는 협력사 인력을 중심으로 인원을 대폭 늘렸던 관련 분야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이 오게됐다. 2011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관련 협력사 인원은 각각 1만500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4∼5년 사이 배 수준으로 불어난 셈인데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해양플랜트산업이 요인이 됐었다.

▲ 해양플랜트산업의 근간이 되는 심해 석유 시추선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이 우후죽순 발주되면서 일감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 간 치열한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해양플랜트 자체가 낯선 분야였던 만큼 시행착오까지 겪게돼 공기가 지연되는 사업도 속출했다. 이에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주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당시의 CEO들의 공과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계약이 만료된 협력사 직원들은 통상 다른 사업에 투입된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사업을 마치고 나오는 인력 규모가 워낙 크고,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이들이 다시 일감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의 상당수도 돌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일 “회사 입장에서는 호황 때처럼 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인력이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4만2000명인 직원을 2019년까지 3만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자체와 정부에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문제도 녹녹치 않다. 오히려 투자자들을 위축시켜 어려움을 배가시킬 수도 잇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보인다. 노조는 올해만 2만명 이상이 실직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하며 거제시와 고용노동부는 거제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시민 A씨는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되면 지역경제에 큰 파문이 생길수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조선소 측에서도 일감 없다고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만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역여건을 감안해 최소화하는 방안과 대안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