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어느날 나는 평소와 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 1톤 트럭을 운전해 우리 회사의 수거 책임구역에서 생활쓰레기 문전수거를 하고 있었다. 거제시 동부면 학동교회 부근 도로변에서 작업을 하던 중 어떤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자동차 라이트 불빛에 비췄다.

그져 무심코 지나치려 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 차를 세우고 자세히 보니 덩치가 작은 연한 검정색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하얀 비닐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어슬렁 어슬렁 기어나와 자동차 불빛 쪽으로 걸어왔다.

차에서 내려 시동을 끄고 자세히 바라보니 비닐을 뒤집어 썬 탓에 방향감각이 없었나 보다. 위험이 있는지도 모르고 불빛쪽으로만 걸어온다. 비닐을 뒤집어 썻으니 방향감각이 없을 터이지만 고양이는 불빛을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여 오는 것이다. 아마 비닐속에 음식물이 들어 있어 맛있게 먹었으나 비닐에 머리를 처박고 먹는데만 집중했던 탓에 머리를 감싼 비닐이 벗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가 보다.

조용히 고양이 곁으로 다가 갔지만 도망가지 않고 어슬렁거리고만 있다. 비닐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던 탓에 도망갈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고양이 머리에 감겨진 비닐을 벗겨 주니 그때서야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달아나 버린다.

벗겨진 흰 비닐 봉지에는 누군가가 먹다 남은 음식물을 넣어서 배출했던 흔적이 역력했다. 누군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일반 생활쓰레기와 함께 불법 배출을 했다는 증거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양이가 음식물을 먹으면서 음식물을 이리저리 흩어놓아 2차 오염을 시켰고 악취도 몹씨 났다. 음식물을 거제시에서 규정된 음식물배출통에 넣어 배출 했다면 그 주위가 깨끗했을 것이고 고양이도 그토록 혼줄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질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제시가 나다운시민운동본부(나부터 다함께 시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면.동 지부를 결성해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이 날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흔히 우리들은 거제시가 생활 수준은 4만불 시대 이지만 시민의 의식수준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이른 새벽 길거리에서 발견한 비닐을 뒤집어 쓴 고양이 한마리를 보면서도 주변 환경정리는 물론 질서는 아름다운 것임을 실감케 했다. 관광거제를 제대로 가꾸어 가려면 나부터 생활쓰레기 배출은 물론이고 기초질서를 지켜야 거리가 청결해 지고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도시가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찾아오고.평안하게 머물다 가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나는 이른 새벽 비록 일터에서 맞은 비닐쓴 고양이와의 교감이었지마는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했으니 다행이다. 비록 하찮은 야생동물이라 치부할지 모르겠으나  한 생명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었다는 보람에 새벽 바닷 바람이 그날 따라 더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