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 한기수 의원이 아주동주민센터, 도서관, 어린이집을 따로 분리하여 주민들에게 나눠주기식 이전 신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 의원은 거제시가 지난해 주민들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아서 주민 갈등만 유발한 아주동 주민센터 이전 신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그 해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지난달 3월 26일 하나방송 인터뷰에서 아주동 주민센터 이전 신축사업과 관련해 "주민센터는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주민들의 '기존마을 가까이'에, 도서관과 어린이집은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주변'에다 짓는 '필요에 따른 주민 맞춤식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기존주민들은 나이가 많아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에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주민센터가 필요하다"고 '주민 맞춤식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새로 이사 온 아파트 주민들은 젊은 세대라 인터넷, 회사내 센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주민센터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고 오히려 도서관,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민감해 한다"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 27일 거제시 회계과 담당자는 "한기수 의원 개인의 해결방안으로 보인다. 시의 입장도 방침도 아니다. 다만 주민센터, 도서관, 어린이집을 한 곳에 짓거나 따로 분리해서 제각각 다른 곳에 짓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두 가지 방안에는 장, 단점이 있다"면서 확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동장이 6월 이전에 지역 주민 대표들을 모아서, 관련 자료는 시에서 제공하여 검토하고 있는 후보지 서너 군데에 대해 가성비, 장,단점 등을 설명하고 동의도 얻어서 입지를 확정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기수 의원이 진행하는 필요에 따른 주민 맞춤식 이전 신축 안배는 어감으로는 적재적소처럼 아주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한 의원이 내세우는 두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자칫 '갈등 해소용 나눠주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심도 있는 검토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기존마을은 어르신, 아파트는 젊은 사람만 모여서 거주하지 않는다. 수명이 100세 시대다. 기존마을은 주민센터만을, 아파트는 도서관, 어린이집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그 역할과 기능 면에서 모두 다 필요하다. 지금도 주민센터 이용자는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다. 빅 데이터(Big Data)를 활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토박이 기존주민이 한 마을에만 모여 살지 않는다. 아파트를 포함하여 탑곡, 내곡, 용소 마을에 다 사는 데 주민센터가 필요한 마을이 어딘지를 특정하면 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아파트도 세 마을 지역에 다 들어서 있어 아파트만 뽑아서 묶을 수 없다. 역시 어떤 지역 아파트인지 특정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셋째, 아주동은 지리학적으로 탑곡, 내곡, 용소 마을이 티자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탑곡, 내곡은 한 권역으로 묶어도 무리가 없지만 용소는 그 품에서 삐져나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게다가 도로나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란 길은 고질병인 주차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어 한 번의 이동만으로 가능한데 두세 번을 이동한다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드는 비효율성과 더 큰 주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안배, 적소(適所)에 대한 적정성, 타당성 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공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성을 지니는데, 공익(公益)보다 특정 지역 주민들의 편익만 앞세워 나눠주면 주민들의 입을 막는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 분리 분산 이전 신축은 한 곳에 모아 짓는 것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롭게 짓는 대부분 청사가 복합기능을 갖춘 실속형인 추세와는 반대다.

그러므로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을 눈앞의 사익만 좇아 공익(公益)은 물론 지금의 잣대로 내일의 편익까지 미리 싹둑 잘라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큰 그림을 섬세하게 그리는 지혜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