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체육회 사무국직원이 공금을 개인 용도로 유용하거나 횡령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개인 주머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꼴이니 비리가 없을 리 없었다. 그동안 거제시체육회는 회의규정과 감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사무국직원과 회장을 감시해야할 사람도 없었고 시체육회의 재정운영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임원이나 종목별 협회장도 없었다.

100명이 넘는 임원·이사들은 정기총회나 도민체전에 잠깐 들러리(?)서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러다보니 거제시와 체육회에서 지원하는 수억 원 이상의 도민체육대회참가비, 체육사업보조비, 우수선수 지원비, 사무국운영비 등이 어떻게 모아지고 어떻게 지출되는 지에 대한 어떠한 검증체제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이 와중에 거제타임즈가 오늘 처음으로 체육회사무국의 비리의혹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단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체육회 감사가 없는 사실을 있는 것으로 악의적으로 호도해 애꿎은 사람을 잡는다는 말인가. 이제까지 감사기관이나 언론에서 부정을 적발하면 거의 아무소리 못하고 근신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말 억울함이 있으면 법에 호소하여 명명백백 밝히면 된다.

이미 필자는 지난 3일자 거제타임즈 칼럼 란에서 ‘도민체전 그리고 통합체육회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으로 “거제시체육회가 불투명한 운영과 부당한 전통으로 수차례 감사보고의 도마에 오르며 능력도 없는 자들이 자리에 앉아 사고만 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뒤늦었지만 최근에 실시한 거제시 체육회 자체감사결과를 살펴보면 각종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유니폼과 임원단복은 지역신문과 거제시홈페이지에 일정기간동안 공개하게 하는 ‘공개입찰제도입’ 규정을 위반했고, 총회 회의록보관 의무 규정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물며 심사위원회에서 탈락한 도민체전 출전용 임원단복을 임원들에게 지급한 황당한 사실도 이번 자체감사에서 공개됐다.

또한 작년 도민체전 당시, 수령해 가지 않은 50여벌의 임원복의 경우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으면서도 이런 사실을 회계자료에 드러내지 않았다. 이밖에 사무국 직원들의 유류비 유용사실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거제시 체육회는 9일자 거제타임즈가 ‘6월 통합체육회 앞두고 시 체육회 횡령의혹’의 제하로 배포된 내용은 다르다며 조목조목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거제시체육회의 주장이 맞는다면 체육회 자체감사가 잘못했단 말인가. 이미 1995년 민선지방자치단체가 처음 실시된 이후 민선거제시장 모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등 ‘뇌물도시 거제’ 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거제시가 억지로 막말 드라마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거제시가 진정한 청렴선진 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부정부패를 막아야 한다. 거제시 감사·법무담당관은 ‘공직자의 최고덕목은 청렴이며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공무원의 부정·부패방지와 시민의 권리보호 및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거제시 감사·법무담당관이 과거에 해왔던 기능을 잘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에 거제시 체육회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거제시 감사법무담당관은 공금횡령 또는 유용한 비리관계자가 밝혀지면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신고와 함께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직원채용에 부당하게 관여한 관계자는 시에 통보해 문책을 요구하여 일벌백계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사태에 대해 비리사실이 밝혀지면 거제시 체육회 수장을 맡고 있는 권민호 시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리를 도려내어야 거제시 행정이 올바르게 갈 수 있다. 그 방법으로 철저한 형사조치와 부당 채용한 인사파면 감사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사태에 대해 한 원로 체육인은 “거제시가 통합체육회출범을 앞두고 붉어진 거제시 체육회의 비리의혹은 구조적 비리라는 점에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비리가 만연하지 않도록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당한 말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특정한 사회는 그 사회가 처한 특수한 여건이나 환경에 순응해 추구하는 가치를 달리할 수 있으며 거제시는 그러한 사회에 걸 맞는 정책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 건설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정책이 잘못 결정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면 가치의 실현은 어렵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결국 통합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시가 수립할 체육정책의 배경과 집행결과는 시민들에 의해 평가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거제시가 수립한 체육정책의 선진화에 대한 성공여부가 시 관련부처와 시의회, 시민단체의 정치·사회적인 연결망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즉 시가 청렴한 체육행정을 통하여 지역민들의 관심유발과 건전한 신체 및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성공열쇄가 있다.

거제시 체육회의 비리의혹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하지 않고 또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처리한다면 오는 6월, 출범하는 거제시 통합체육회는 부패행정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