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앞서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임금동결을 사측에 제안했다.

삼성중공업의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의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노동조합 격인 노동자협의회가 먼저 임금동결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협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는 물론 회사의 경영이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고용만 보장한다면 언제든 임금동결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협은 이 외에 ▲통상임금 1심판결 적용 ▲생산성격려금(PI) 고정화 ▲육아휴직 3년으로 연장 ▲협력사 임금체계 정상화 등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노사 상견례는 이달 말이나 6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지난해 대부분 털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여파가 계속되며 지난 1분기 61억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같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협은 이전과 달리 사측에 전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노협 간부들은 지난 3월부터 조선소 내 대형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선주사 사무실을 돌며 "공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할 테니 삼성중공업으로 선박을 발주해달라"며 선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박대영 사장과 변 위원장이 함께 호주 LNG(액화천연가스) 박람회에 참석해 해외 선주들에게 발주를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조선업계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울산, 거제 등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삼성중공업 노협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함께 지난달 거제를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6월 해양플랜트 물량이 선주사에 인도되면 건조 물량이 급감, 거제지역에서만 최소 2만여명의 임시직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고용 대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