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구조조정 격랑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올해 단체협상도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구조조정 규모가 임금 동결 및 자산 매각 수준이 아닌 인력 감축 등 고용문제로 확대되면서 노동조합원들의 원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빅3 사측은 재무위기와 수주가뭄 장기화 등을 들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을 노조원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인 데다, 대안 없는 인위적 인력 감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2일 7차 단체교섭을 열고 인력 감축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생산직 등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 확대 및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삭제 등 고용혜택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단협 요구안으로 ▲전체 구성원 고용보장 ▲사내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노조는 단체교섭에 앞서 이날 오전 옥포조선소에서 구조조정 반대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추가 자구안에 1000여명의 인위적 인력 감축 및 특수선 부문 물적 분할, 신입사원 연봉 감축 등의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미 주채권은행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단협에서 애를 먹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는 정부와 금융당국 구조조정 정책을 조선업 살리기로 전환해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이어, 고정연장 수당 폐지 및 비조선 부문 분사 등 회사 자구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사측은 지난 5월 31일 열린 7차 단체교섭에서 경영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고정연장수당 폐지가 불가피하고 분사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이에 노조는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조치”라며 반발했다.

현재 노조는 여름휴가 전 교섭 마무리를 위해 주 3회 단체교섭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횟수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달 회사가 산업은행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 인력 감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열릴 단체교섭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사측은 아직까지 노동자협의회에 자구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불황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감축만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사측 자구안이 알려지면 내용에 따라 대응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사 모두 단협은 물론 임금협상까지 올해 안에 끝내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력 감축을 포함해 조선·해운을 주요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등을 완수하겠다는 게 현재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사측의 고통분담 정책에 협조적이었던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나 대우조선해양 노조들도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형국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대량실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대안 부재는 물론 대체경쟁력 확보 없는 일본식 조선업 구조조정을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수주가 정상화되면 상황은 모르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올해는 상식대로 구조조정과 임단협을 구분해서 논의하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EBN산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