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아니어서 노조법 적용대상 안되지만 '노사합의규정'에 교섭 쟁의권 보장
회사자구안 철회 안하면 '전면파업' 선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위원장 변성준)가 회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빅3 조선소 가운데 처음으로 4시간 파업을 강행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이하 노협)의 파업은 2014년 이후 2년 만이다.

7일 오후1시 부터 오후 5시 까지 삼성중공업 민주광장에서 생산직 노동자 3,000여명(회사측 주장 1,500명)이 일손을 놓고 모여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뒤 조선소를 돌며 시위를 벌였다.

▲ 4시간 전면 파업에 나선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소속 조합원들이 7일 오후 거제조선소 내 민주광장에 모여 사측의 자구안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협 제공

노협은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측은 모든 규정과 수 십 년간 시행하던 각종 제도를 아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사무직과 생산직 할 것 없이 무차별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측의 구조조정안은 매월 일정량의 사람을 잘라내고 후생복지를 줄여 나가는 무서운 안"이라며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했으면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노사 양측은 이번 주에도 수 차례 만나 구조조정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현재 1만 4,000여명의 인력을 2018년 말 까지 30~40% 가량 줄일 계획이다.

노협은 지난달 15일 사측이 임원 임금 반납과 1,500명 희망퇴직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을 발표하자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놓고 반발 했었다.

이와관련, 노협은 지난달 28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참여 근로자 9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삼성중공업 노협이 빅3 가운데 회사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며 가장 먼저 파업을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은 파업에 앞서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노조의 경우 파업을 결의 한 뒤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가 지난달 20일 반려 된 사실이 있다. 구조조정 반대를 내건 쟁의행위는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노협은 노조가 아니어서 회사에 쟁의 신고를 한 뒤 7일 간의 노사 냉각기간을 거치면 파업에 들어 갈 수 있다.

회사는 파업 등의 쟁의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해서도 노협이나 노동자들에게 배상을 청규하기 어렵다. 노조가 아닌데도 이같은 권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은 노사가 협의한 '노동자협의회 규정'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 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조도 회사측의 자구안이 "너무 일방적이다"며 파업을 준비 중에 있는 등 조선산업 관련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격화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달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최근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대우조선 노조도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파업 찬반 재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