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경영악화로 생사 기로에 서 있는 빅3 조선소에 걱정섞인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금 조선소는 임원진과 간부들의 임금 반납과 삭감에 이어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 등으로 피를 짜내는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회사 살리기에 너와 내가 따로 없기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과 시민들의 응원도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이하 노협)와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잇따라 파업을 선언한채 거리로 까지 나서겠다고 한다.

그것도 단순 파업이 아닌 지난 80년 말~90년대 초의 격렬했던 노사분규 현장처럼 거리에 나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거제는 지금 불안감에 있다.

삼성중공업 노협과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이미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조도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투표를 주 중으로 실시한다.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파업도 모자라 거리로 나설 계획이라니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회사가 실질상 주인이나 다름없는 노동자들의 이같은 행동으로 인해 더욱 더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아 내심 안타깝다.

이는 지금 시도중인 강력한 구조조정이 실효를 거둘 수 없는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게한다. 한마디로 조선산업 정상화를 위한 피나는 모든 노력들이 벽에 부딪쳐 더 이상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 갈수록 난감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제의 양대 조선소는 이미 오는 12일 거제고현동과 장평동에서 거리시위전을 벌일 계획을 세웠으나 사정으로 인해 15일 께로 연기한 상태여서 긴장감 마저 감돌도 있다.

시민들과 함께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규탄한다는 시위라고 이미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 시민들이 생각하는 바는 이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지금 상황에서 노조가 거리로 나서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워 응원을 요청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시민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모르지는 않지만 더 간절하고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선소읜 정상화다.

노조의 입장은 우선 회사부터 살려 놓은 다음 그 이후에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회사 없는 노조가 존재할 수 없듯이, 회사 없는 노동자나 직원도 결코 존재할 수 없음은 가장 알기 쉬운 진리다.

그런데 현재 빅3 조선소의 노협과 노조는 "회사가 이렇다 할 협의도 없이 근로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어 이를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을 파업 명분으로 삼아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 명분이 빅3 모두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문이 생긴다. 구조조정을 놓고 노조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가 조선산업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만을 놓고 아무 비젼도 없이 전 직원들이 불안을 느낄 정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놓고 노조와 사사건건 협의를 한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해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지금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거리로 나서겠다는 것에서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선다면 당장 파업은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으름장 아니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조선소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미뤄보아 이같은 노조의 입장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지금 정부와 회사는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는 비상 사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장기 침체로 인한 조선경기 악화는 수주 가뭄으로 까지 이어져 자칫하다가는 회사가 존폐위기로 까지 몰릴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어렵고도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 아무리 잘 나가던 조선소라도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처럼 경영진의 부정과 산업은행,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으로 엉망이 된 경우는 약간 다른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빅3 조선소가 빈사상태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경우가 거의 비슷한것 만은 사실이다.

벼랑 끝에 몰린 조선소를 구하기 위한 길은 과연 무엇 일까?

당장은 마른 수건이라도 다시 쥐어 짜야 한다. 여기에는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한 임금삭감과 각종 지원혜택을 조금이라도 줄여 회사의 지출을 최대한 막고, 조선경기가 정상화 될 때 까지 버티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일감은 없는데 임금은 높고, 복지혜택을 더 늘린다면 회사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임원진들의 임금반납과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 회사도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노조 임단협 요구안에 별도의 수당인상 요구 없이 임금을 동결하고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정도만 개선해 달라는 내용 뿐이었다.

노조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회사는 살려놓고 봐야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제의 양대 조선소 노동자들이 국민들과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팽개쳐 버린채 "회사의 구조조정이 일방적이다"는 명분만을 내걸고 거리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다.

힘을 합해도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인데 회사를 나와 거리로 나서겠다니 조선소와 거제시, 시민들은 마치 벼랑끝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맞이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시와 시민들은 그동안 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온갖 정성과 힘을 모아 조선산업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그런데 노조가 구조조정에 불만을 품고 거리로 까지 나선다면 우리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회사나 정부측의 구조조정안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아예 빼앗을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조선소가 처해 있는 상황이 오히려 이보다 더 심각하다면 노조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

노조와 전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회사가 정상화가 되면 그 때 희생했던 대가를 얼마든지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한 대립으로 회사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모두가 파멸하고 말 것이다.

지금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거리시위 만은 결코 강행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행동은 조선소도는 물론 노동자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덩달아 거제시와 국가 발전에도 저해요소로 밖에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경기 파탄으로 아파트 값이 내리는 등 거제가 지난 달 전국 땅 값 하락율 1위를 차지 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벌써 거제 전역에 조선경기 어려움으로 인한 지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같은 이유로 시민들은 이번 양대 조선소 노동자들의 파업은 물론, 거리시위를 전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파업과 거리시위가 이런 힘든 시기에 거제를 더 파국으로 내몰고,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것 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본부’로 전환해 총력 대응에 들어간다고 발표해 긴장은 확대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가장 큰 희생자가 노동자로 수만 명이 직장을 앓게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이유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측과 정부도 아무 대책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어차피 일부 노동자들이 희생돼야 한다면 그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으로 살길을 열어 줘야 함은 당연하다.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은 한 명도 희생시킬 수 없다는 논리라면 노조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거제의 경제를 이끌어 온 주인공들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땀 방울로 나라를 구한 영웅들임에 틀림없다.

그런 영웅들이라면 지금 조선소와 거제시가 처해있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라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