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경 계장

"아가씨, 빠 빨리 이 통장에 들어있는 돈 좀 다 뽑아 주라. 그 급하니까 빠 빨리..."

박철수씨(70세, 가명)가 상기된 표정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거제수협 지세포지점(지점장 한종석)에 들어선 시간은 지난 7월15일 오전 10시.

당시 박 씨가 한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은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고 있는지 폴더가 열린 상태였다.

"아버님,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한눈에 심상찮은 고객의 표정을 읽은 한진경 계장이 다짜고짜 돈을 인출하려는 박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나 박 씨는 한 계장의 질문에 대꾸도 잊은채 무턱대고 돈만 빨리 빼 달라고 독촉했다.

"한 손에 휴대폰을 든 채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듯한 몹시 긴장한 모습으로 땀 까지 흘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순간 한 계장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이라 직감했다.  오는 11월 이면 정기예탁 만기일이어서 급하게 적금을 인출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인출을 요구해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단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음료수 한 잔을 권한 한 계장은 박씨로 부터 일단 전화기를 넘겨 받았다.

"여보세요"라고 한 계장이 말을 건네는 순간 상대방 통화 종료음이 울렸다.
 
"아버님, 어떤 일로 오셨는지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러자 박 씨는 한숨을 내쉬며 "지금 우리 딸이 잡혀 있단다. 3500만원을 빌렸는데 갚지 않았다고 잡혀 있단다"라며 연신 빨리 돈을 입금해줘야 딸을 살릴 수 있다는 투로 말했다.

차분하게 박씨의 설명을 들은 한 계장과 바로 뒤에서 이 기막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종석 지점장은 일단 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신호만 울리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한 계장과 지점장은 다른 지인의 연락처를 물었다. 아들이 있다고 했다.

다행이 아들과 통화가 돼 딸의 직장이 확인됐다. 직장으로 전화한 결과 딸은 아무 문제없이 출근한 상태였다.

"아버님께서 보이스피싱에 당해 몹시 놀라신 상황입니다. 지금 바로 아버님 휴대폰으로 전화 부탁드립니다" 한 계장은 박씨의 딸과 직접 통화를 주선해 주었다.
 
잠시 후 박씨의 휴대폰으로 벨이 울렸다. "아이고!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딸의 목소리를 들은 박씨의 목소리는 비로소 긴장이 풀려 있었다. 

큰 돈을 억울하게 날릴뻔한 긴박했던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에서 거제수협 지세포지점의 침착한 한 여직원의 뛰어난 기지로 일순간에 해소 되는 순간이었다.

딸의 전화를 받고 안심한 박씨가 비로소 자초지종을 설명해 준 것이다.

"아이구, 아가씨. 참 고맙다. 까딱했으모 큰 돈 잃을 뻔했다"
자칫했으면 보이스피싱으로 3,500만원의 거금을 날릴 뻔 했던 박씨는 한 계장과 지점장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귀가했다.

▲ 침착한 대처로 고객을 보이스피싱 피해로부터 예방한 거제수협 지세포지점 한진경 계장.

한진경 계장은 "요즘 보이스피싱은 교묘하고 지능화 돼 어느 누가 당할지 모른다"면서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더라도 은행에 가면 반드시 창구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종석 지점장도 "거제수협 직원들은 평소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교육을 통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항상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거제수협 전 직원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