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지금처럼 독자 생존을 추진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조선·해운 분석기관은 내년 수주 전망이 어두워 험로가 예상된다고 21일 경남도민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가 모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의뢰했다. 최근 일부가 공개된 보고서 초안에는 "대우조선해양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매각 또는 분할해 빅3 체제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조선업 수주 전망을 다소 과할 정도로 낮게 잡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3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며 "보고서 초안 검토 결과 이번 컨설팅은 전혀 터무니없는 가정 아래 진행됐고 조선사의 향후 전략과 자구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정면 반박했다.

맥킨지 보고서 초안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예상 선박 규모를 550척으로 봤다. 조선·해운 분석전문기관 영국 클락슨 리서치(Clarksons Research)는 9월 펴낸 '신조선 시장의 장기 수요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전 세계 발주 척수를 각각 586척, 790척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클락슨이 전망한 934척, 1140척보다 각각 348척, 350척 낮춰 잡은 수치다.

하지만, 클락슨과 맥킨지 보고서의 가장 큰 차이는 2018년부터다. 클락슨은 2018년부터 서서히 발주가 늘 것으로 보고 조선업계 전체 발주물량이 2018년 1322척, 2019년 1667척, 2020년 1869척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로는 2018년부터 과거 20년간 연평균 발주량(2220척)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11∼2014년 4년간 한국 선박수주 평균 점유율은 32.93%로 이를 클락슨 발주 예상치에 적용하면 국내 조선사는 2018년 435척, 2019년 549척, 2020년 615척을 수주한다. 클락슨이 이번 보고서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발주 전망을 한 점과 대형 조선 3사가 국내 전체 수주액의 70∼80%를 점유하는 점을 고려하면 맥킨지의 조선 3사 예상 수주 척수(앞으로 5년간 550척)는 너무 적다. 더구나 맥킨지는 수주 선박 숫자만 전망하고 채산성에서 중요한 선박 크기와 건조 기술 난이도는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각종 해상 환경규제 강화 조약이 실효성을 지니는 점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진근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래 예측은 당연히 정확할 수는 없지만 신조선(새로 만드는 배) 시장이 조만간 낙관적으로 바뀔 것은 분명하다. 선박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IMO의 해상 환경규제 강화로 신조 수요가 상당히 늘 것이다. 다만, 이걸 숫자로 환산하기는 어렵다"며 맥킨지 보고서 초안이 간과한 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맥킨지 초안을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겠다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맥킨지 보고서가) 조선협회에서 발주한 것으로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그야말로 참고자료로 활용하려는 용도"라고 밝혔다.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세계 2위 조선사인데다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4만여 명의 고용, 7조 원이 넘는 수출입은행 대출과 보증 등이 걸려 국책은행 부실이 염려돼 공중분해는 검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국내 조선 3사가 맥킨지 보고서를 무시하더라도 클락슨 리서치 예상으로도 내년 발주 물량이 각 사가 예측한 것보다 너무 적어 채권단으로부터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요구를 받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자구안에 반영한 올해 수주 전망은 각각 131척, 62척, 53척이었지만 10월 초 기준 실제 수주는 각각 23척, 13척, 6척에 그쳤다.

이처럼 최소한 내년까지 세계 조선시장 한파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내년까지 어떻게 버틸지가 국내 조선사의 지상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