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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밀꽃 필 무렵 작가 이효석 문학관을 찾아서이금숙<시인/청마기념사업회 전회장>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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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11  11: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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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숙

거제시청 퇴직 공무원인 장우회와 함께한 2박3일의 가을 기행은 코로나 펜데믹을 떨치고 떠난 모처럼의 힐링여행.

거제도 촌놈들이 서울의 달을 보고 싶어 나선 행차는 청와대를 돌아 대관령의 풍광과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안을 돌아보는 2박3일의 코스. 회장인 김화순 청마기념관 관장의 제안으로 봉평 이효석 생가와 문화거리 문학관을 함게 돌아보기로 했다.

모처럼의 일상에서 벗어난 6-7학년들의 일탈의 시간은 나이라는 숫자와는 무관했다. 아침 7시 거제를 출발한 버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달렸다.

간단한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 일행들은 두 번의 휴게소를 거치고 청와대 인근에 도착 대청마루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정문 앞으로 가서 입장순서를 기다렸다.

이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 초행길인 청와대 관람은 그래서 더 긴장되고 설레었다.

1시 30분 타임, 드디어 입장이다. 바코드를 찍고 들어선 일행은 녹지원, 상춘재, 침류각, 관저, 본관, 영빈관 순서로 돌아보고 기념촬영도 했다. 1시간 30여분의 시간이 꿈같이 흘러갔다.

청춘도 아니고 인생 칠십고개에 들어선 부부의 청와대 관람길이 쉽지만은 않다. 다른코스는 볼 수 없다는 판단하에 평창으로 차를 돌렸다. 쭉뻗은 고속도로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잘 돼 있어서 대한민국의 자존감이 앞선다. 모두들 피곤한지 잠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일부는 창밖의 가을 햇살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지 상념에 빠져있다.

하얀 뭉게구름과 파아란 하늘이 가을답다. 서울을 벗어난 영동고속도로의 풍경은 황금빛이다.

아직 단풍은 멀었지만 구월의 막바지 태양은 온갖곡식과 과일등을 풍성하게 익어가게하고 대관령 언덕마다 초록으로 물든 배추밭의 정경이 따사롭다.

오늘 우리 일행이 머물 숙소는 평창 한화리조트. 봉평을 바로 보기위해서이다. 메밀꽃 향기에서 메밀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일명 코스요리. 머루주 한잔과 더불어 메밀향기에 흠뻑 취한다. 손님들의 음식평과 함께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잠을 청한다. 38평형 리조트는 두 부부들이 잠을 청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아침 8시반 출발을 알리고 나도 손님들 방에서 잠을 청한다. 고요한 숲속의 밤은 별빛과 함께 깊어간다. 제법 날씨가 서늘하다.

다음날 새벽, 찬공기를 가르며 아침 산책에 나섰다. 운해에 속살을 숨긴 골프장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한 황태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는 봉평 이효석 문학관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나는 리조트 관계자들에게 정말 맛있는 황태국이었다고 칭찬과 더불어 리뷰를 달아주고 다음 여정을 약속했다.

다들 서로를 챙겨주는 우리 일행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곱다. 일행중에 한 명이 봉평이 친정이란다. 그래서 알아보니 오늘이 봉평장이 서는 날이라나. 먼저 효석문학관과 생가를 돌아보고 장터구경을 하기로 했다.

문학관은 리조트에서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방문을 하기로 사전 전화를 해놓은 터라 일행은 가산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가산은 이효석의 호이다.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출신으로 아버지 이시후 어머니 강홍경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산은 유년기를 봉평과 서울을 오가며 지냈다. 그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숭실전문학교,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하며 결혼과 더불어 청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이효석은 1928년‘도시의 유령’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그후 그는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구인회에 참여하였고 1936년에는 한국단편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면서 인간의 성(性)본능을 탐구하는 작품과 ‘화분’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성화’등의 심미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낸 작품들도 발표했다.

이효석 문학관은 봉평읍내 효석문학길에 자리 잡고 있다. 나지막한 동산 하나가 전체 효석문학관이다. 가산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엿볼수 있는 이효석 문학관은 전시실과 함께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과 학예연구실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그의 유품과 초간본 책, 발표된 잡지와 신문등이 전시되어 있고 주변에는 학예연구실과 문학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웬만한 문학행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럼 이효석의 평창은 어떤 곳일까? 그에게 고향은 첫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과 농산물, 청밀과 자신이 살던 마을, 읍내의 추억들이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고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쓰면서 영서지방의 풍속과 산골 사람들의 애환과 삶을 소설속에 담아내 강원도 지방의 풍속을 그대로 재현한 문학이라고 이효석 문학을 말하곤 한다. 작은 면단위에서 봉평을 관광지로 이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문학관 만큼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다.

올해 문학관 탐방을 시작하면서 항상 아쉬움이 많았던 청마기념관의 세미나실, 좁은 행사공간등이 이곳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온 것은 욕심일까?

어렵게 설립된 청마기념관의 면면을 알고 있는 터라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한 이효석 문학관을 뒤로하고 봉평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행들에게는 이효석 단편소설집을 기념으로 사서 드렸다. 우리가 청마시집을 판매하는 것처럼 세권의 단편집 묶음이 4,500원인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장돌뱅이 허생원과 동이의 삶의 터전이었던 봉평장터는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순박한 시골 아낙네와 아버지들의 숨결이 가을 햇살처럼 곱다. 메밀전과 묵을 사고 찐 옥수수와 감자를 사서 차에 실었다. 장터를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일행들은 서둘러 장을 보고 버스에 올랐다. 하얀 메밀꽃은 볼 수 없었으나 허생원과 동이의 삶이 여울진 공간을 생각하며 평창을 떠났다.

하얀구름이 대관령의 하늘을 더 높게 더 푸르게 보이게 한다. 용평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느 유럽의 산정을 연상시킨다. 이곳에도 조금씩 가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강릉에서 점심을 먹고 설악산으로 향한다. 길은 쭉뻗은 도로로 모두 바뀌었다. 예전 내가 보았던 그 동해안 길은 어디로 갔을까. 늦은 시간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른다. 요즘은 칠십이 인생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걷는데는 어쩔수가 없는지 무조건 케이블카다.

설악산 켄싱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칠순여행들이라 호텔에 신경을 썼다. 흡사 박물관을 연싱시키는 내부는 영국식 유러피안 정통호텔 스타일로 층층이 전시물과 내용들이 웬만한 박물관은 빰칠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박종규 지배인의 친절함도 잊을수가 없을 것 같다.

저녁은 속초로 나가 북청아바이순대를 먹었다. 나름 미식여행인지라 식사도 신경을 쓸 수밖에.. 또 하루가 저문다. 남자들은 축구경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내일 일정을 정리하며 나도 잠을 청한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설악의 호사다.

아침 뷔페는 5성급 호텔답게 화려하고 맛있었다. 시집 몇권을 남겨놓고 아름다운 설악을 떠난다. 예전에 금강산을 드나들 때 수도없이 들렀던 곳, 동해안을 경유 돌아가는 길은 말 그대로 귀향이다. 여행은 쉼이지만 돌아갈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청와대를 돌아 대관령 고갯길을 단풍과 함께 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조금 이른 가을 여행은 모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끝을 맺는다. 일행들은 우리가 이 길을다시 올 수 있을까 반문했지만 언제든 마음 내키면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 우리 대한민국이다. 남도의 끝 거제도에서 반나절을 달리면 서울이고 강원도인 것을 다리가 후덜거릴 때 가지 말고 마음이 떨릴 때 떠나보는 것 그것이 삶이고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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