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거제시와 시공사인 한진건설 감리단에 따르면 문화회관 바닥과 벽면에 중국산 석재가 대량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긴급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다. 문화예술회관은 시민들의 문화 휴식공간 확보를 위해 6백21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8년 1월 장승포동 426의 33 일대 2만4천5백㎡의 부지위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된 거제문화예술회관 공사에 들어가 10월 시민의 날 행사와 함께 개관을 앞두고 있다.

부실은 부실을 낳고... 시민혈세는 날아가고

본사 취재 결과, 대극장(1천2백6석)앞 벽면과 계단 등 1천900여㎡가 시방서와는 달리 중국산 화강암으로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산 화강암은 ㎡당 가격이 시방서상 마감재료로 지정된 한국산 마천석보다 1만2천-1만3천원이 싼 것으로 밝혀져 시공사가 상당한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한진건설 감리단은 “건물 현관 포인트석 및 화장실 벽체는 모두 시방서대로 시공됐지만 대극장 앞 3개 층과 계단 등 1만9천㎡(575평) 가량이 중국산 강석으로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는 문화예술회관 마감재 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벌인뒤 납품비리가 드러나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석재납품 및 시공업체에 대해서는 부당이익 규모 만큼 사업비 지급을 삭감할 방침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석재의 강도와 색상 등 질적면에서는 마천석에 비해 뒤지지 않아 안전과 미관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민․예술인들, ‘책임자 처벌하라’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단지, 재시공한다고 해결문제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시민의 정서는 ‘격분’, ‘도둑놈들’, ‘한심스럽다’ 등등 분노어린 목소리로 성토하는 분위기다.

능포동 한 시민은 “개발독재 때만 해도 판치던 부실시공 관행이 거제문화예술회관을 공격했다”며, “거제시민과 국내 우수한 음향․조명시설을 자랑한다더니 결국 알맹이는 빼고 값싼 중국 돌로 채워 넣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제시의회 의원들은 “당장, 중국 돌 대신 시방서에 따라 건물 내부 바닥과 벽면 등은 한국산 마천석으로 재시공하라”며, “정말 거제시민들에게 거제문화예술회관은 전국적으로 우수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한 시의원은 “국내 유수한 공연팀을 불러와 자랑하고도 모자랄 판인데...”하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거제문화예술인 이모씨는 “정말 답답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당장 책임자를 찾아 부실 시공자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제 시민단체들은 “거제문화예술회관은 거제시민과 통영, 고성 등지 시민들도 공연을 관람하고자 찾아 올 것인데, 이번 부실시공 문제로 외부로 알려져 운영이나 관리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며, “앞으로 문화예술회관 전반적인 자료를 수집․검토하여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부실시공 외 다른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감사원에 감사청구라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예술분야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뜻은 시민 혹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사업은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 거제시의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의 불모지’ 혹은 ‘제대로 갖춘 문화시설 없는’이라고 말하면서, 거제문화예술회관을 보면서 무척 반기는 모습이었다.

또한 거제시민들은 지금까지 대규모 오케스트라,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을 접하지 못해 목마름을 겪고 있다. 10월 개관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부실시공되었다는 소식은 혹시나 개관이 늦어질까 마음 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