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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의 여행이야기 90]수채화에 담긴 미완의 땅 라오스 2이금숙<시인/세계항공 월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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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08  15: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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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푸쿤피양파 화장실
-루앙푸라방 가는 길엔 안남산맥 굽이 따라 구름도 쉬어 가고

   
 
비는 20여분 소나기로 내리다가 그쳤다.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 요란하다. 밤은 깊어가지만 더욱 명료해지는 생각의 끝은 새벽이 올 때까지 나를 명상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잠들지 못한 나와 룸 메이트 언니는 새벽안개를 안고 도는 방비엥의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켰다. 온 몸에서 긴장이 풀어지고 안식과 절대 평온의 의미가 무엇인지 느끼게 했다.

새벽안개가 걷힐 즈음 모두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푸근한 아침, 신록이 만산에 드리워 행복한 미소를 던져준다. 호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방비엥의 개들은 이 나라 사람들을 닮아서인지 짖지도 않는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눈만 멀뚱거리는 모습이 순진하기가 어린애들과 진배없다. 집에 홀로 있을 우리 집 백구가 생각났다. 어머니가 벌써 한 달 넘게 병원에 계시다보니 주인 잃은 모습으로 기가 팍 죽은 게 영락없는 라오스 개와 비슷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쏭강 강변으로 나왔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들판을 가로지르며 내게로 달려온다. 개 두 마리가 먼저 와 옆에 앉는다. 고 녀석들 참...

오늘 일정은 체험코스다. 용달차를 개조한 쏭테우를 타고 땀짱동굴과 현지인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재래시장도 둘러보고, 시골 농장길을 걸어 물 동굴도 관광하고, 쏭강을 따라 카약을 타고 40여분 카약킹도 하면서 잠시 동안이라도 젊은 날 청춘으로 되돌아갔다. 하루 일정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가 버렸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맛사지로 피로를 풀고 한국식당에 들러 돼지고기 삼결살에 푸짐한 저녁을 들며 유러피인 거리를 따라 맥주도 한잔 하면서, 적당하게 과하지 않는 여행의 멋스러움과 여유를 즐겼다.자유가 뭔지, 홀가분함이 뭔지, 자식 키워놓고 늦은 신혼을 즐기는 부부의 애잔한 모습들이 제각각의 포맷으로 자리 잡는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라나.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참 좋은 풍경들이다.

   
 
4일째 일정은 안남산맥을 넘어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일.
장장 7시간의 여정에 긴장을 하면서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눈빛이 빛을 낸다. 지금까지 나의 두 번의 라오스 일정은 방비엥까지였다. 항상 비엔티엔으로 되돌아가 아웃하는 일정이었으나 이번에는 루앙프라방까지 가서 아웃하다 보니 안남산맥을 넘어야 한다. 라오스는 70%가 산지인 산악지대다. 북으로는 중국과 미얀마, 동으로는 베트남, 서로는 태국, 남으로는 캄보디아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내륙 중심부에 위치해, 국민들은 모두 건국 당시부터 크메르제국의 영향을 받아 캄보디아로부터 전해진 소승불교를 숭상하고 있다. 지리적인 환경 때문에 끊임없이 외침을 받아왔고 국민의 90% 이상이 불고를 믿고 있어 공산국가이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나라이다. 또한 1900키로가 넘는 메콩강이 라오스를 따라 흐르고 있어 강을 끼고 산과 고원에 700만명의 라오족, 카족, 야오족, 타이계 등 47개 소수민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산은 어디에서보나 푸르고 평온하다.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1호 국도는 우리나라 시골길보다도 못하지만 운치는 100점 만점이다. 푸른 억새가 흔들리는 산맥을 따라 돌면 구름도 함께 돈다. 어찌보면 알프스 산맥을 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대관령을 넘어가는 듯 하기도하다. 해발 2000미터를 감싸고도는 안남산맥 자락엔 라오스인들에게 신들의 고향처럼 느끼게 하는 그런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도통 눈을 뗄 수가 없다. 산허리 굽이마다 옥수수 밭이 바람 따라 흐르고 계곡을 끼고 도는 물길엔 산이 잠겨 함께 흐른다. 선경이 바로 여기인가보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도 행복에 겨운지 함께 흔들린다.
   
 
4시간을 달려 라오스의 산악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휴게소이자 전망대인 푸쿤피양파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 차마고도 중도객잔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푸쿤피양파의 화장실은 아름다움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했다. 문이 없는 창문 너머로 구름을 이고 있는 안남산맥과 창가에 매달린 화초들의 흔들림이 가히 절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키 작은 해바라기며, 분꽃, 금잔화, 깨꽃, 부켄베리아 등 모양새가 창가에서 식사를 해도 될 정도로 운치 있고 맛깔스럽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기가 찬다. 기가 차, 진짜로 기가 찬다.
   
 
식사도 일품이다. 호박순에다가 씨레기 국, 닭 가슴살 튀김, 불면 날아갈듯 한 흰 쌀밥까지... 미소도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서빙까지 받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오감이 저려온다. 밥 한 숟가락에 구름 한번 쳐다보고, 밥 한 숟가락에 풍경한 번 쳐다보고,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길은 정말로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였다. 만약 이 코스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라오스를 ‘별로’라는 표현으로 손님들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산을 내려 갈 때도 뒷전에 어리는 풍경들이 그림들이다. 화전 밭을 일군 이 나라 사람들의 심성처럼 옥수수며, 남새밭이 딱 그만큼씩 자라고 있었다. 다른 관광지처럼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도 없고,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장사치들도 없고, 그저 마주치면 두 손을 합장하고 웃고 가는 이들 라오스 사람들의 순박함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곳. 라오스는 피안의 고향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그래서인지 매력덩어리인 이곳에 정착하면 어떻겠냐고 가이드 권부장이 엄마들을 놀려댄다. 이 나라에서 살면 정말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사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라오스는 모든 관광객들에게 한 번 쯤이란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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