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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의 베네치아, 예까테레나 대제 여름, 겨울궁전 백미
-때묻지 않은 발트 라트비아 룬달레 유채꽃 만발, 힐링의 땅으로
밤을 달려 자정에야 상트에 도착했다. 옛 러시아의 수도였던 곳. 대륙을 재패하기 위해 18세기 초 바이킹을 무찌른 표트르 대제(피터대제)에 의해 늪지대와 작은 섬들 위에 세운 인공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그. 상트는 30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러시아 제2의 항구도시다. 네바강을 따라 발트해 하구까지 101개의 섬과 강을 연결해 만든 이 도시는 북방의 베테치아 또는 북방의 수도로 불리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이후 1924년 레닌이 죽자 그를 기념하여 이 도시의 이름을 레닌그라드러 불렀지만 1991년 소련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옛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그를 되찾게 됐다. 그러나 문학과 예술의 도시에 사는 이곳 사람들은 그냥 이 도시를 베째르부르그라고 부르고 있다. 가이드와 미팅을 하고 호텔에 짐을 푼 일행들은 술 한 잔씩을 하기 위해 메인 방에 모였다. 가져간 소주와 오징어 명태포가 이억만리 여행길의 길동무가 되어 나그네의 시름을 풀어 준다.
날씨는 백점 만점에 120점은 됐다. 화창한 봄날의 상트는 맑고 상쾌했다. 일행은 먼저 예까테리나 대제의 여름궁전을 방문하기로 했다. 상트에서 남동쪽으로 25키로 떨어진 푸슈킨 시에 있는 이 궁전은 러시아 최고의 궁전으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며 호박방이 있다 해서 더욱 유명한 곳이다.
1756년 건축가 라스트 렐리에 의해 건축되었고 궁전의 이름도 피터1세의 왕후인 예카테레나 1세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었다고 한다. 러시아 황제와 귀족들의 휴양지인 흰색의 궁전 건물은 고목과 꽃들에 둘러싸인 분수공원과 더불어 오월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튜울립과 사과나무꽃이 어우러진 정원은 한 폭의 풍경화다. 힐링하는 기분으로 정원을 산책하고 분수공원의 분수쇼가 끝나자 일행은 여름궁전을 떠나 상트 시내로 들어왔다. 점심식사는 니꼴라이 왕궁에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분위기 있는 궁전식으로 식사를 하고 시내투어에 나섰다. 피아노 연주자는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알고 ‘백만송이 장미’와 몇 곡의 가요, 아리랑, 도라지 등 민요도 들려주었다. 원래 심수봉이 리메이크해 부른 번안곡 ‘백만송이 장미’는 옛 러시아의 민요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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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트비아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유채밭과 기념사진 모습 |
우리는 먼저 상트의 최대 번화가인 넵스키 대로와 청동기마상을 둘러 본 뒤 세계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예까쩨레나 대제의 겨울궁전인 에르미타쥐 박물관을 내부 관람했다. 어마어마한 미술품과 장식, 화려한 궁전내부에 넋을 잃었다. 다음코스로 만난 관광지는 카잔 대성당, 이탈리아 건축가 바로니 킨이 설계를 맡아 1801년부터 10년에 걸쳐 완공한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이 건축물은 바타칸의 베드로 성당을 모티브로 지어진 반원형 건물로 내부에 소장되어 있는 ‘카잔의 마리아 상’으로 유명하다. 모두들 사진찍기에 바쁘다. 아픈 친지나 이웃들에게 이 마리아상의 사진을 보여주면 병이 낫는다는 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긴 수로를 따라 네바강 쪽에 지어진 피의 성당을 잠시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7시부터 시작되는 니꼴라이 전통 민속공연을 보기 위해서이다. 원래 러시아에 오면 발레공연이나, 서커스 공연, 전통 민속공연 등을 옵션으로 보게 되는데 우리 일행은 민속공연을 선택했다. 350여석의 극장식 공연은 점심을 먹은 니꼴라이 궁전에서 열렸다. 무곡과 연주로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공연은 나름 러시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내일은 다시 발트로 떠나는 날. 이틀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하는 상트의 밤은 우리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미소에서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숙소에서 와인 한잔씩을 마시고 푸른 하늘처럼 말고 깨끗한 상트의 야경과 아름다움에 취했다.
그리고 대문호 푸슈킨이 사랑하는 아내 곤차로바를 지키기 위해 아내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단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한 상트의 광장에서 나는 다시금 ‘신이여 미치지 않게 하소서’를 외친 푸슈킨을 생각했다. 결투의 총상으로 1837년 2월 10일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달리한 푸슈킨의 굴곡진 삶이 그의 문학과 함께 100년이 지나서야 러시아 사람들에 의해 푸슈킨의 이름을 딴 도시로 부활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도시가 바로 예까테레나 대제의 여름궁전이 있는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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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룬달레 궁전의 정원에서 바라본 궁전 풍경과 정원의 모습들 |
다음날 일행은 숙소를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모스코바의 공항과는 달리 작고 아담한 상트베테르브그 공항이다. 우리는 3일 동안 정이든 정재강 가이드와 작별을 했다. 그의 설명과 안내에 감사하면서...
미지의 나라 발트로 가는 일행들은 프로펠러가 달린 라트비아 리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발트는 모두들 처음이다.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작은 나라이거니 했는데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와 함께 라트비아는 아직 때 묻지 않은 발트의 숨은 보석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유채밭과 바닷가 해안선과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공항에서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는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직원의 불통에 화가 났다. 한국인인 우리들이 라트비아에선 아직 생소한가?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손님들이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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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전 정원에서 필자 |
공항을 나서자 또 푸른 하늘이다. 오월의 풋풋한 향기가 여기저기서 꿀맛처럼 달콤하다. 아마도 라일락 향기와 마로니에 꽃향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며 바우스카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에 또 한 번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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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룬달레 궁전전경 |
숙박은 리가에서 하지만 점심은 룬달레 궁전 내부에서 하기로 되어 있어 쉬지도 못하고 바우스카로 향했다.
룬달레 궁전은 소박하면서도 발트의 색을 닮은 예쁜 궁전이었다. 궁전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마로니에 나무와 라일락과 민들레가 만발한 들판길이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없는 길, 힐링과 산책을 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이드인 이수정씨는 유학생이었다. 음악을 전공하는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에스토니아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가이드의 설명이 유채꽃밭에 정신 줄을 놓은 손님들 때문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한반도의 약 3/1 크기인 라트비아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에 인구는 230만명 정도 되는 라트비아 공화국으로 수도인 리가에는 74만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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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 입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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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 성당과 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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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잔대성당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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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동기마상 앞에서 기념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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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까테레나 여제 조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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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수공원앞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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