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룡

그런데 정작 진작에 깔아야 할 곳은 깔지 않고 그동안 문제없던, 깔지 않아도 되는 곳에 40m 정도의 매트를 왜 깔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곳까지 2.2km 정도의 등산로를 중장비로 산림을 무단 훼손하려다가 400~500m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들통이 나자, 나머지 구간 중 일부는 나무만 베어 놓고선 길을 만들지 않았고 일부는 원래 등산로 그대로 두기까지 했다. 산림을 훼손하여 길을 만든 곳까지는 매트를 차로 운반하여 내린 후 설치한 장소까지는 지게로 날랐다.

옥녀봉 정상으로부터 서쪽 능선 2.4km 지점에 표지판과 쉼터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매트를 깔아야 하는 지점까지는 대략 2.2km이다. 이 등산로는 사색하기 좋은 평평한 오솔길이라서 등산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잘 가꿔진 멀쩡한 숲길이다. 굳이 산림을 훼손하여 길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지게만으로도 자재를 옮겨도 되는 길인 셈이다. 들통나서 차 진입로를 만들지 않은 구간은 지게로 자재를 옮긴 것이 그 반증이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공사를 맡은 거제시 산림조합이 자재 운반을 쉽게 하여 편해지고자 저지른 것뿐인데도, 민원인이 지난 6월 2일 사법 조치를 촉구하는 민원을 다시 제기하자 산림 훼손이 들통이 난 지난해부터 줄곧 '훼손'이라고 자인해 오다가 산림조합을 봐주기 위해서인지 지난 6월 13일에는 급기야 오로지 공익을 위한 '확장'이라고 말을 바꾸기까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훼손이 아니라고 우긴다.

심지어 거제시가 민원인이 산림 훼손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훼손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과 민원이 제기되자마자 훼손을 즉시 그만둔 사실에 이어 이후 복구 지시를 한 사실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공익을 위한 정비라면 훼손이 아니라서 굳이 혈세를 써가면서 복구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설사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산림을 보호해야 할 거제시가 함부로 산림을 훼손해도 된다는 말인가.

지리산을 비롯한 전국 산을 가 보라. 자재를 운반한다고 이처럼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다. 지게로 나르고 괭이와 삽으로 등산로를 정비한다. 심지어 나무계단을 만들어도 나무가 있는 곳은 살짝 비켜 우회하거나 계단에 구멍을 뚫어서 한 그루 나무라도 살려 놓았다. 나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가 있어 마구 베거나 소홀히 대하지 않고 끔찍이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거제시와 너무 대조적이라 부러웠다.

또한, 공익을 위한 등산로 정비라면, 기존 등산로를 그대로 놔두고 굳이 우회해서 필요 없는 새로운 길을 내어서 두 갈래 길이 되게 했을까, 임도에서 옥녀봉 정상까지 차가 진입하도록 중장비로 계속해서 등산로 확장을 이어서 하지 않고 왜 도중에서 그만두었을까, 심지어 훼손한 구간을 왜 낙엽으로 덮어놓고선 복구했다고 했을까?

그리고 지난해에 복구한다고 해 놓고선 1년이 지났는데도 왜 제대로 복구하지 않았을까, 왜 지난 5월에 다시 민원을 제기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복구를 지시하여 민원 제기 이틀 만에 나무를 심었을까, 복구했다면서 기존 등산로 말고 새로 만든 길은 완전히 막아서 길 전체에 나무를 심지 않고 왜 그대로 두었을까?

왜 수십 년 수령의 큰 나무 수십 그루를 잘라 놓고 어린나무 800본을 숲길 가장자리에 심기만 하면 원상회복인가? 중장비로 산을 파헤친 곳은 그대로 두어도 복구 완료인가? 도대체 원상회복, 원상 복구 기준은 무엇일까?

게다가 공익을 떠나 누구든지 산림을 무단 훼손한 후 복구만 하면 왜 사법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도무지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자꾸 생긴다.

이런 거제시 산림 행정에 대해 지난해부터 1년이 넘게 만난 등산객들은 누가 이런 곳에다 훤하게 차가 다니는 길을 내어 등산로를 망쳐 놓았는지를 의아해하면서 한숨짓다가 그 이유를 듣고서는 "시가 참 걱정된다"는 등 한목소리로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제라도 거제시는 옥녀봉 등산로 산림 훼손이 과연 공익을 위한 것인지 제대로 조사하여 뭇사람의 의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 거제시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