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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과의 오래전 인연을 떠올린다. 해양문화관광도시 거제시의 문화재단 예술기획부장 채용 공모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요즘 조선업 위기와 부실 경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조선소의 사장. 당시 대우조선해양 이사였던 그분의 첫 질문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월급 받고 거제도 생활이 되겠소?"
"돈이 아니라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응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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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문화예술회관, '거제여성문화대학' 예술교육 강좌 |
병신년 여름 국내 미술판. 조영남 그림 대작(代作)과 이우환 위작(僞作) 사건 같은 ‘인사동 스캔들(?)’로 노출된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민낯과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디자인 표절 의혹 등 장마철 무더위 같은 짜증 나는 뉴스가 넘치니 예술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라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명언처럼 ‘예술을 영혼의 비타민’으로 삼고 살아왔다. 지상 최후의 명품이 미술품이라지만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기’로 미술관, 박물관 등 관람을 삶의 위안과 활력으로 생활해 왔다.
모든 관계를 돈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또는 삶에서 최상의 가치를 돈이라고 믿는 행위가 극에 달한 코리아의 배금주의.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존의 필수 수단이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황금만능주의에 빠지기 쉬운 것은 이해는 하지만 물질만능 풍조가 미술계를 유린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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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시립미술관 '위대한 일상' 기획전 |
자본의 철저한 방기 속에 국민화가 급인 이중섭, 박수근 예술가는 가난과 고독으로 점철된 불우한 삶을 마쳤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은 소수의 컬렉터들 사이에 금수저 신분을 자랑하는 값비싼 사치품으로 수십억 원이란 미술품 경매 최고가로 낙찰되고 있다. 일부 상업화된 화랑들은 미술품을 투기 수단이나 탈세에 악용하는 미술품 수집가를 묵인하고 위작에 동참, 사익을 추구하며 ‘미술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탐욕의 덫을 방조했다.
“독재에 저항한 침묵의 언어...”라는 이우환, 김환기로 대표되는 한국 단색화 계열 화가들의 궤변도 민망하고, ‘단색화 열풍’ 이후를 발 빠르게 준비하는 메이저 갤러리와 경매회사들의 ‘민중미술’ 띄우기 움직임도 처연하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장사꾼들이 ‘아트포라이프(Art For Life. 삶을 위한 예술)’라는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미술변혁 운동이자 사회변혁 운동이었던 민중미술의 예술적 가치와 진정성을 제대로 알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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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립미술관, '앤솔러지' 민중미술 전시회 |
아트 분야 일을 하다 보니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아티스트에게 ‘세금폭탄’ 때린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임기가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정권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국가브랜드는 지속가능 할까? 한국이 미래 지향적으로 추구해나갈 핵심 가치와 비전을 담은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라는 콘셉트는 ‘결핍 가치’로 인식된다. 이는 창의적인 사람이 살기 어려운, 창의성이 부족했던 나라를 시인하며 지향하는 목표 가치 같아 서글프다.
대중 전문가와 짝퉁이 넘치는 냄비근성 논쟁의 나라. 건강한 시대정신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독창적인 예술가, 돈의 노예가 아닌 창조자들과 조우하기 위해서는 ‘심미안 키우기’가 답이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미술의 중심지 프랑스를 버리고 남태평양의 고도(孤島) 타히티로 떠나 개성 있는 표현과 색채로 후기인상파 시대를 연 프랑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말,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를 패러디(parody)하며 마친다.
“나는 시대를 읽기 위해 입을 닫는다.”
★김형석(Kim, Hyung-Suk. 金亨錫)/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 /해미화(解美花)를 기다리는 남자/여행과 예술/ 문화예술이 권력의 악세사리인교?/ 시대로부터 비켜 살기!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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