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조선근로자 6명이 무너져 내린 타워크레인 등 장비에 깔려 숨지고 22명이 중.경상을 입을 정도의 대형 사고가 조선산업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거제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날 사고는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시점에서 언론을 타고 전국에 생생히 보도돼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오후 2시 50분께 조선소 내 7안벽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타워크레인 지지대(붐대)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것은 넘어진 타워크레인이 근로자들이 휴식을 시간에 이용하는 흡연실을 덮치면서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는 것은 사고일이 '근로자의 날'로 직영 정규직들의 경우 대부분 쉬는 휴무일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거제에서도 조선소 직영 근로자들은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해 거의 대부분 휴가를 떠났거나 회사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근로자의 날'이라고 해도 가족들의 생계 때문에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소와 관계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당 될 것이다. 이날 사고가 난 이 조선소의 경우 직영이 아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피해가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대체 근무를 위해 특별히 투입된 협력사 직원들로 확인됐다. 지난 2012년 프랑스 선사로 부터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구조물 중 하나로 다음달 전체 시설물 인도를 앞두고 있었기에 공기가 빠듯했다. 이 때문에 지난 주말에도 철야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들이 놀 때에도 일을 해야만 가족들을 먹여 살릴수 있기에 어쩔수 없이 현장에 나가 안전모를 써야만 하는 이들이 협력사 직원들로 이번 사고 피해자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정규직들은 아무리 일은 많이 하고 열심히 해도 대우와 처우는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조선소의 경우 협력사 직원들은 기본임금이 직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은 특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사고 난 조선소의 경우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부분 협력사 직원들로 알려진 그들은 누구 보다도 열심히 일했지만 직영 근로자에 비해 처우는 모든 면에서 뒤떨어 졌다.

그것도 조선소는 물론 금융기관 등 대부분의 사업체 근로자들이 거의 다 쉬는 날에 이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비애가 느껴진다.

5월 1일은 노동자들을 위해 제정한 의미 있는 날이다.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정해놓은 이런 날에 휴식은 커녕 가족들을 위해 일터에 나가 땀흘리다 참사를 당했으니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의 안전의식도 문제지만 근로자의 명절인 5월 1일에도 쉬지 못한채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 대한민국의 불균형적인 노동 현실이 너무나 문제 있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하나같이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크게 개선하겠다는 노동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켜질지 의문이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번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현장에 있는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인명을 구조하고 추가 피해자가 없는지 정밀 점검도 동시에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온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이런 참극이 빚어졌으니 정부도 크게 놀랬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의 유사 사고를 막아야 함은 당연하다, 세월호 사고에서 큰 경험을 했던 대한민국 이기에 이번 사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경찰청장에게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 발생 시설에 대한 책임있는 관계자들의 불법성이나 과실을 규명해 엄정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도 차후 유사 사건 예방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산업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의 제도적 문제 개선과 유사 시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시한 부분은 사고가 날 때 마다 늘 정부측이 해 오던 말이기에 불만이다.

조선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가 이번 사고로 인해 더 힘들고 더 고통 받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피눈물 나는 고통을 감수해 가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가 이번 사고로 인해 의욕을 상실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