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맡기로 했던 노동단체 내부갈등이 원인...뒤늦게 나선 운영자 공개모집 마저 불발
거제시, 17일~24일 사업자 2차 공개모집 나서기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 노동자의 방패막이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가 설립 1년이 다 되도록 문 조차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운영을 맡기로 했던 노동단체가 내부갈등을 겪다 결국 포기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직감한 거제시는 뒤늦은 대체 운영자 모집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비정규직센터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과 고용안정을 지원하는 기구다. 노동자들의 고충상담과 이를 통한 근로조건 향상,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교육사업 등을 담당한다. 전국에서 비정규직센터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이 근로자를 잘 알고 있는 기관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거제시는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 되기 시작한 2015년 대량실직이 우려되는 조선업 종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센터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조례를 제정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민주노총 거제시지부를 센터 수탁운영자로 선정,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시지부가 센터장을 겸할 지부장 인선을 놓고 내부갈등에 빠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꼬박 1년이란 세월을 허비한 채 개소 조차 못하고 있다. 거제시지부장은 통상 지역내 최대 사업장인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이 맡아왔다.

센터 위탁계약 까지만 해도 홍성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이 지부장을 겸하지만 센터 개소를 앞두고 소집된 긴급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홍 지부장에 대한 불신임이 의결됐다. 이에 반발한 홍 지부장이 경남도본부에 운영위 실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같은 사유로 인해 센터 개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시는 개소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시지부는 그 해 9월이던 개소일을 11월로 다시 올해 1, 2, 3월로 차일피일 미뤘고, 참다 못한 시는 최근 시지부와의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지역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의 집안 싸움으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꼴이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시는 뒤늦게 대체사업자 물색에 나섰지만 1차 공개모집은 무산 됐다. 지난달 6월 25일~7월 3일 까지 위탁운영자 모집에 나선 결과 지역단체 단 한곳만이 신청해 무산됐다. 규정상 2곳 이상이 참여한 유효한 입찰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입찰무효로 까지 확대된 위탁운영자 모집은 결국 재공고를 거쳐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가 준비 중인 재공고일은 오는 17일~24일 까지다. 자격 요건은 공고일 현재 거제시에 주사무소를 두고 관할 세무서에 등록한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면 가능하다.

시는 "위탁운영자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 법률지원, 상담, 취업정보제공, 취업교육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며 "위탁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비 등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위탁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년이며, 수탁기관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위탁운영자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