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지난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추모식이 거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 날 추도식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떠난 후 약간의 시간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도 그가 남기고 간 발자취는 아호처럼 巨山(거산) 이었음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사상 유례없는 큰 사건이 온 나라를 휩쓴 후 아직도 그 후유증이 완전 가시지 않고 있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장과 고위 간부가 사흘이 멀다하고 검찰에 불려가 구속되고 , 심지어 국방부 장관 까지 구속됐다 일단 석방된 상태다.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행위는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도 남아 보인다. 여기에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장난과도 같은 범죄행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양파껍질 벗기듯 그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됐는가..?"라는 자책을 자신도 모르게 쏟아낼 정도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게 하고 온 나라를 혼란 속에 빠뜨린 장본인이 바로 최순실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한데도 그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너무나 태연하고 당당한 모습이어서 오히려 국민들이 더 놀라는 이상한 형국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들불처럼 퍼져나간 촛불 시위는 결국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 정권은 온 국민들로 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적폐청산 과정에서 야권의 만만찮은 반발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했던 최고 권력자들이 사정의 칼바람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이 나라가 권력층에 의해 얼마나 피폐해 졌는지를 알수 있는 바로미터다.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위한 적폐청산 바람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정권을 빼앗긴 자유한국당은 왜 자신들이 패자가 돼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바로 김 전 대통령의 모태나 같은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근혜로 이어진 집권 여당이 무너지면서 김 전 대통령의 정신에도 큰 상처를 입힌 장본인들이 한국 보수를 자임했던 제1 야당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언제 부터인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보수를 자임하는 바른정당과 함께 자유한국당은 지금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내걸고 앞다퉈 평소 그가 걸어왔던 민주화의 정신을 이어 받을 것이라고 난리다. 당연히 자신들이 속한 당이 적통자라고 주장한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만한 일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언제 자유한국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이토록 존경하며 적통자임을 자부했던가...?

친박, 비박, 명박을 내세우며 편가르기를 하다 정권까지 빼앗긴 마당에 이제와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니 민주화의 분신을 파는 꼴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의 혼을 이어 받았다며 적장자라 말하는 자유한국당의 모태인 박근혜 정권의 종말이 어디서부터 시작 됐던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최다 뉴스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는 ‘세월호’ 사건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세월호 사건은 결국 촛불시위로 번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확산되더니 탄핵이란 핵폭탄을 맞고 폭발한 것이다. 세월호의 핵폭탄을 맞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던 박근혜호는 민심의 역풍을 맞고 붕괴되고 만 것이다.

스스로 자멸하다시피 한 박근혜 정권의 간판만 바꾼것이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그런데 이 당이 최근 웃지못 할 일로인해 국민들로부터 또 한번 질타를 받고 있다. 출범 6개월이 지난 새 정부를 향해 시작부터 "여행가던 세월호로 시작해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라며 국민들을 선동하더니 이제는 '세월호 유골 은폐사건'을 기회로 삼아 집권 여당을 질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사의 지시대로 따르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살려달라" 절규하며 숨져간 아이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사람들이 누구였던가...?

그들이 이제와 '세월호 유골 은폐사건'을 놓고 '天人共怒(천인공노) 할 일'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운운하고 있다니 참으로 낮 뜨거워 보인다. 누가 뭐라고해도 국민들 대다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당시 정부와 정권의 무능함과 문제점이 많았음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국정조사와 천인공로 할 집단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할지 궁금할 뿐이다. 작금의 제1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믿기엔 너무나 야비해 보인다.

보수를 자임하는 정당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와 사무실 벽에 걸어만 두지 말고 목숨을 걸고 독재와 당당히 맞서며 대한민국 민주화를 앞당긴 巨山(거산)의 깊은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헤아리기 바란다.

거산이 우리 곁을 떠난지 2년이 넘었다. 시끄러운 이 나라에 거산과 같은 큰 버팀목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거제에서 멸치잡이를 하던 집안서 태어나 '멸치대통령'으로 까지 불릴 만큼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제인이란 사실을 잊어 본 일이 없다고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김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온갖 고초를 격으면서도 거제의 기상을 닮아 언제나 꿋꿋했고 당당했다. 혼란의 시기에 그의 정신과 이름은 죽어 천년을 가리라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