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선근로자와 주민대상 피해방지 대대적 홍보
지난해 300여 건, 100억원 피해 발생...한건에 1억원 피해자도
주 피해자는 조선협력사 근로자와 자영업자지만 범인 검거 어려워 '예방'만이 살길
고금리 캐피탈 대신 저금리의 '대환대출' 방식 내세워 접근하면 조심
조선경기 악화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거제지역 상황을 교묘히 악용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범들이 활개를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거제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지난해와 올 현재까지 무려 300여 건에 육박하며, 피해액도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한 개인이 당한 1억 원이다.

이같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발생이 확산되자 거제경찰서는 피해방지를 위해 지능수사팀을 주축으로 시민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경찰은 피해 사례가 많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협력사 근로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피해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도 외식업협회와 요식업협회, 시청, 금융기관, 해양관광개발공사, 주민자치센터. 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벌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거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말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전화 한 통화에 9억 원을 날린 70대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은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밝히면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범죄에 사용됐다"며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액을 맡겨야 한다"라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

노인은 이틀에 걸쳐 금융회사 3곳에서 정기예금과 보험을 해약해 9억 원을 마련,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보냈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거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내용은 약간 다르다. 경기불황을 교묘히 악용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형식의 심리를 악용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밝힌 사기수법은 경기가 어려워진 거제지역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케피탈과 론 등을 이용해 연리 20%에 가까운 고금리로 대출받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악용, 대부분 저리로 '대환대출'을 해 주겠다고 꽤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 피해자들은 보통 이들에 속아 500~1,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조선협력사 근로자들과 조선소 등에서 명퇴를 당했거나 재기를 위해 일어서려는 경제적 약자인 자영업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데 있다. 어려운 상황을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지만 범인 검거는 사실상 어려워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을 이중으로 골병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거제에서 발생하더라도 범인들은 필리핀이나 중국 등 외지에 있어 실제 범인을 검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경찰은 보이스피싱으로부터 피해를 방지하려면 예방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거제경찰서는 현재 공무원들과 경찰가족, 이.통장협의회 등을 직접 방문해 대 주민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사례가 발생하더라도 범인 검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며 "경찰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오로지 예방만이 피해방지 최소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면 소속 직위와 이름을 묻고 일단 전화를 끊어야 한다"며 "전화로 정부기관을 사칭해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나, 전화문자로 대출권유을 받은 경우 등은 일단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는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