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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의 여행이야기 117] 청마와 고구려유적 답사기이금숙 <시인/거제문협 회장/청마기념사업회 전 회장>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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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5  16: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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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비껴간 광개토대왕 릉
지나간 아픈 역사 숨결로 남아

   
▲ 이금숙
해마다 떠나는 하얼빈행 여름 북만 문학기행은 언제나 청마의 세 따님과 함께였지만 올 해는 외손녀 가족들과 사업회 임원들과 함께 한 여정이 되었다.

세 따님 중 두 따님이 벌써 아버님 곁으로 떠나셨고 큰 따님 인전 여사도 투병중이어서 함께 떠났던 몇 차례의 북만 문학기행은 이제 추억으로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청마북만주 문학기행은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하얼빈으로, 연수현으로, 가신촌으로, 도산농장으로 멀리 내몽골 자치주인 뚜얼뿌트까지 많이도 돌고 돌았다.

지난해는 단동과 압록강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고 올 해는 하얼빈에서 백일장대회를 치르고 심양과 통화 집안을 돌아 고구려 옛 유적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여행일정을 선택했다.

새롭게 단장된 하얼빈 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하얼빈 731부대를 둘러본 일행들의 가슴엔 이억만리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수많은 선열들의 가슴아픈 사연이 느껴진다고 했고 조선족 학생들의 청마 백일장 대회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더 또박또박하게 한글로 작품을 써 내려간 이들의 한글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 731부대 전시 내용 일부
하얼빈 시 조선족 동력소학교 권국화 교장과 이홍규 작가협회 회장, 이대무 수석 연구원과는 벌써 몇 년 째 이 행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얼빈 시에서 청마백일장을, 문학기행을 할 엄두를 낼 수 없었을텐데 요행이 그들은 조선족 신문사에서 방송국에서, 잡지사에서 다들 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나마 힘들지 않게 백일장과 문학기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줄어드는 중국내 조선족 동포들의 숫자만큼 동북3성을 움직이는 우리 조선족 동포들의 생활방식과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도 점점 달라져 가고 있다. 조선족 학교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개가 넘던 것이 하나 둘 없어지고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란다.

그런 와중에 청마를 기리는 청마 백일장을 중국내에서 치룬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행사중의 하나인데도 하얼빈 시에서는 매년 이 행사를 잘 치루고 있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열의가 정말 대단하다.

그것도 중국 나라 시인이 아닌 한국의 유명 시인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말이다. 이제 청마는 북만의 하늘 아래 자라나는 조선족 학생들에게 대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고구려 유적지가 위치한 집안시 전경
문학에 열정을 갖고 있는 하얼빈 조선족 학생들은 청마 유치환이 누구인지를 대부분은 알고 있다. 흑룡강성 연수 100년사란 책자에 보면 당당하게 청마 유치환에 대해서 기술해 놓고 그가 한국의 유명시인이라는 것을 표기해 놓았다. 아마도 한국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청마가 누구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번에도 예심을 거친 본선진출자 60여명이 동력소학교 강당에서 백일장을 치렀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저마다의 기량을 뽐냈다. 대략 15명의 학생들이 입상을 했고 대상 학생들과 입상자, 지도교사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모두에게 여건만 허락한다면 한국으로 초청, 청마의 푸른 고향바다와 하늘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 광개토대왕비석 앞에서
이틀간의 행사를 마치고 일행은 중앙대가와 도리공원, 731부대를 돌아 심양으로 향했다. 옛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4시간의 기차여행에서 우리는 흑룡강성에서 길림성으로 요녕성으로 동북 3성의 옥수수밭과 자작나무 숲을 차창으로 보았다. 광할한 대지와 초원의 푸른 녹음이 안겨주는 상쾌함이 삶의 에너지를 북돋아 주었다.

심양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가이드 현우와 함께 통화로 향했다. 세 시간을 다시 남으로 달려야 알록강변 통화시에 이른다. 거기서 하루를 묵고 다시 집안으로 가야 할 터.

나만 빼고 모두 고구려 유적지는 초행길이다. 장맛비가 거제도에서부터 우릴 따라왔는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백두산으로 가는 한국 단체들이 엄청 많다. 식당은 온 통 관광객들로 북새통이고 우리도 겨우 앉아 저녁을 먹고는 호텔로 향했다. 서파 쪽 야생화 꽃 축제가 요즘 시즌에 열리다보니 저가 백두산 여행코스를 원하는 팀들은 단동과 심양, 대련을 통해 통화를 경유, 백두산여행을 하고 있는 추세다.

호텔은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서 그런지 심양의 5성급 호텔보다 좋다. 모두들 편안한 휴식을 즐긴다. 모처럼 나도 아픈 몸을 추스렸다. 억지로 따라온 여행길이어서 그런지 몸이 영 말을 듣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비도 그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압록강변을 따라 집안으로 향했다. 한 때 광할한 만주벌판을 지배했던 고구려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왕릉이 위치한 곳이라 더 애정이 가는 여행지였다.

압록강을 바로 옆에 두고 경계선을 따라 이동했다. 코 앞에 북한초소들이 보이고 중국 공안들이 올라와 여권이며 행선지에 대한 조사를 한다. 정말 국경을 대면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다시 1시간 반을 달렸을까. 일행은 분지에 쌓인 집안에 도착했다.

산맥을 따라 외성이 자라잡아 눈으로 보아도 천연 요새 같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의 역사왜곡사건인 동북공정 사업이 있기 전까지는 들판에 서 있던 광개토대왕비에도 지금은 지붕과 가림막이 쳐져있고 능과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시켜 입장료까지 받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시키고 왕호도 호태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초라한 능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환도성의 흔적은 이미 수풀과 마을에 가려 없어진지 오래다. 광개토왕릉을 뒤로하고 장수왕릉을 찾았다.

조금은 더 단장돼 있고 꽃나무들도 정돈이 잘 돼있다. 왕릉을 돌아 나오다가 세월에 비껴간 오래된 성벽 하나를 발견했다. 밭 언덕으로 쓰여 지고 있는 토성의 잔해인듯. 돼지 우리와 연해 있는 성벽의 잔해가 무상함을 말해준다. 다시 일행은 압록강변으로 향했다.

푸른 물이 아닌 흙탕물이다. 뱃사공 대신 모터보트를 타고 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갔다가 되짚어 내려왔다.

반대편의 북한 산 들은 민등산이다. 어째서 나무도 없는 산이 돼 버렸을까. 강가의 수양버들 사이로 초소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시내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심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간간히 비가 내렸다. 우울한 샹송을 듣는 것처럼 모두 말이 없다.

가이드 현우가 동북3성의 현실을 조옹조용 들려주고 선구자 노래며 연변 노래까지 메들리로 들려준다.

참 대단한 가이드다. 현우는 아픈 나를 대신해 연변에서 하얼빈까지 날아와 우리 일행을 데리고 심양까지 와서 투어를 마친 다음 다시 연변으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나 때문에 개고생을 하는 현우에게 미안하다.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속에서 현재 조선족들이 안고 가야 할 문제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현우 가이드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일상의 생활로 복귀할 것이다. 특히 청마가 있고 하얼빈의 별을 닮은 조선족 학생들이 백일장을 치르는 한, 우리는 다시 청마의 북만기행을 준비할 것이고 하얼빈으로 떠날 것이다.

이번 여행길에 많은 도움을 준 이대무 수석연구원과 이홍규 하얼빈 작가협회 회장님, 권국화 교장선생님께 지면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 예전처럼 시간이 허락 한다면 한국으로 초청해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둔덕 청마 뜰악을 꼭 한 번 거닐게 하고 싶고, 청마문학제에 별을 닮은 입상자 학생들도 초청해 함께 지전당골 청마의 묘소와 청령정을 걷게 하고 싶다.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을 이어갈 청마의 시혼에 긴 호흡을 불어 넣고 싶다.

   
▲ 동력소학교
   
▲ 압록강변
   
▲ 장수왕릉
   
▲ 흔적만 남아있는 광개토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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