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계의 스타 감독 용이, 개성있는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의 주인공 배두나, 모델 출신의 개성파 신인 김남진. 이쯤 되면  영화의 알맹이는 몰라도 빛깔은 대충 짐작할 만하다.

    오는 24일 간판을 내걸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청춘남녀의 예쁜  연애담을 뼈대로 삼고 추리적 요소로 살을 입힌 뒤 코미디로 옷을 입힌 신세대풍의 이색 로맨틱 코미디.

    `미련 곰탱이'로 불리는 주인공 정현채는 대형유통점의 여직원. 어렸을  때부터 멋진 사랑을 꿈꿔왔지만 `백마 탄 왕자'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일상은  구질구질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도 예쁜 마음을 잃지 않는 현채는 투병중인 삼류 소설가 아버지를 위해  도서관에서 화집을 빌리다가 책갈피 속에서 메모를 발견한다. 미지의 주인공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다음 빌릴 책을 안내한다.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연서에 현채는 가슴이 터질 듯하고 그를 향한 궁금증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한편 유치원 때부터 현채와 단짝 친구인 동하는 서울에 지하철  기관사로  파견 근무를 나와 현채를 찾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현채에게 사랑  고백을  할 마음을 먹는데 현채가 엉뚱한 남자에게 마음이 팔려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인터넷이나 화장품 등 젊은 감각의 CF에서 번득이는 상상력을 발휘해온 용이 감독은 스크린에서도 극중극을 배치하고 재치있는 장면을 끼워넣는 등 젊은이들의  코드에 맞도록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화집의 그림과 영화 속  이미지를  연결시킨 솜씨도 돋보인다.

    그러나 `화폭'의 길이가 15초에서 무려 400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힘이  달리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Sec 1. 첫번째 메모'에서 `Sec 12. 비밀'까지 단락을  잘게 나눠 지루함을 피하려 하기는 했지만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긴장도가 떨어진다.

    영화는 연서의 주인공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의 반전을  시도하는데-관객의 재미를 위해 구체적인 과정은 말할 수 없다-막판으로 올수록 호기심의 강도는 낮아져 기분좋은 배반을 기대했던 관객을 그야말로 `배반'한다.

    배두나는 그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려내 엉뚱하고도 귀여운 모습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김남진도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조연인 윤종신과 한영애,  용이, 권오중 등 카메오의 등장도 재미를 안겨준다.

    영화홍보 전문회사 이손필름의 제작 1호.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