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청

2021년 문화재청 '야행' 사업 보조금, 100% 환수 못하는 까닭은?
3천여만 원은 환수…법 적용 애매 이유로 2천여만 원은 그대로?
"판례 등 고려해 환수 마땅한데 못하나? 시민 정서와 괴리" 지적
거제시가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된 문화재청의 '2021년 거제도 야행(夜行) 사업'과 관련해 부정수급 금액 100%를 환수하지 못하는 걸로 파악돼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5일 거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3천여만 원을 환수키로 한 반면, 부정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2천여만 원은 환수 조치를 못한다는 것이다.

'거제타임즈'가 올 4월 13일 보도한 '허술한 관리, 보조금 부정수급 또(?)…시민 혈세가 쌈짓돈?' 기사와 관련해, 거제시는 2021년 야행 보조사업자인 '거제고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사협')'을 상대로 3천여만 원 환수를 최종 결정했다.

이 행사를 처음으로 치른 2021년 당시 국비 1억 원, 도비 3750만 원, 시비 1억 1250만 원 등 2억 5천만 원이 보조금으로 책정됐었다.

그러나 보조사업자 였던 '마사협' 운영 과정에서 일반적 관행도 모자라 '3자 대리 세금계산서'까지 등장한데다, 인건비 등 나눠 먹기 행태의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당시 행사 종료 이후 마사협 내부에서도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증거 자료가 거제시에 제출되며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선지 두루뭉술 넘어간 정황까지 나타나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부정수급 사례로 특히 지목된 점은, 마사협 이사 A 씨가 프로그램기획 제작홍보물 제작비 1900만 원을 자신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광고기획회사에서 실제 제작하면서도, 제3자를 통한 세금계산서로 정산 처리한 정황이었다.

여기다 거제시 공고를 거쳐 채용된 마을활동가 B 씨는 거제시에서 같은 업무로 보수를 받으면서도, 이번 행사에서 마을활동가 업무를 하며 별도 인건비를 받는 등 이중부정수급 의혹도 일었다.

또한, 마사협 임원진 일부가 행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며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가는 등 나눠먹기 행태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거제시-경남도-문화재청 등 6개월 간 '감사'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거제시를 비롯해 문화재청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를 했고, 특히 경남도까지 가세해 일주일 동안 특정감사를 하는 등 6개월 간 감사가 진행됐다.

결론은 인건비 이중부정수급은 의혹대로 4백만 원 환수 결정이 나왔고, 보조금 지출증빙자료 누락 액수가 2535만 6490원으로 판명되는 등 모두 2935만 6490원이 최종 환수 금액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시작된 가장 큰 이유임에도 보조사업자로서 내부거래를 해선 안되는 마사협 임원 A 씨의 '3자 대리 세금계산서'를 사용한 보조금 지출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거제시나 경남도 모두 이에 대해 '보조금 부정 처리'로 보는 입장이면서도, 제재를 가할 법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내부거래로 봐야하고 지침을 위반한 건 맞으나 법 적용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기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관리 규정 등이 다음해인 2022년 초에 시행됐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협동조합법 위반은 해당 사항이 단체 내부적으로 판단할 사안으로, 이번 결정까지 거제시나 경남도 모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과 연관해서도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 판례 등 고려하면 시민 정서와 큰 '괴리'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이번 사안을 지켜보던 시민사회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해다. 법적 근거 모색이 충분치 않은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있어서다.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는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교부를 받은 자와 간접보조금 교부를 받은 자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허위의 신청 기타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는 같은 법에 의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례는 국민 혈세로 구성되는 보조금 사용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는 처벌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마사협 이사 A 씨가 본인의 직접 관여를 회피하기 위해 3자 대리 세금계산서를 사용해 이득을 챙긴 점은 '명약관화'하다. 의혹 증빙 자료로 감사 당국에서도 확인이 돼서다.

이와 관련해 올해까지 세번째 '거제 문화재 야행'이 열렸으나 내년에는 열리지 못하게 됐다. 내년 행사 공모에서 거제시가 탈락해서다. 거제시는 정부의 긴축 예산 기조 영향이 반영된 걸로 보면서도, 이번 보조금 부정수급 감사 건이 불리하게 작용한 걸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마사협은 11월 6일 회계 및 법률 전문가를 참석시킨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고 이사 A 씨의 조합법 위반 여부, 환수금에 대한 책임 유무, 행정이의신청 제기 여부 등 보조금 환수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