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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민사소송을 제기한 김한주 변호사(소송대리인)는
한국전력공사(사장 강동석)에 정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 옥현휴 외 7212명의 명의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오후 5시쯤, 김변호사는 소장에, "정전사고는 9월 12일 원고(선정당사자)들의 거주지역인
거제시와 송전탑이 소재한 통영시 지역에 태풍의 영향에다, 피고(한전)의 송전탑 설치 및 관리의 부실이 겹쳐져 송전탑이 붕괴되었다"며 "거제시
전지역 60,649가구 184,937명이 전기가 공급된 16일 오후3시경까지 암흑속에서 지내야만 했고 전기로 작동되는 상수도의 가동 또한
중단되어 단수의 고통도 겪어야 했다"고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청구 취지에 대해, "한전은 4개 이유(송전탑 설치상의 문제, 송전탑 보강지시 미이행,
철탑기초 보강사업시행 부적정, 늑장복구로 인한 피해의 확대 등)를 들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1인당 50만원... 총 36억원
지급해야'
김한주 변호사는 "소극적
손해로 원고인단이 추석명절을 위해 장만한 음식물의 부패로 인한 손해 1인당 15만원과 5일간 식사를 통영 등 인근 지역까지 가서 먹기 위해 지급한
비용 원고 1인당 20만원, 양초 랜턴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1인당 5만원, 단전 및 단수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1인당 10만원,
총 50만원을 각 원고인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송전탑 설치상, '단선화의 문제'
거제시민단체와 원고인 거제시민들은 "한전은 송전철탑이 노후화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보강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며, 모든 책임은 한전측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장에
의하면, "송전탑은 1976년 건립된 삼천포화력발전소로부터 고성-통영-거제로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구성하는 205기의 송전탑중 2기로 1979년
만들어져 약25년 이상된 노후한 것으로 감사원으로 안전도에 문제가 있으므로 보강판정을 받은 바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한전이 거제지역은 대우 삼성 양대 조선소와 250여 협력업체가 있는 공업지역이고, 전국 어느
지역보다 인구증가 추세가 빠른 지역임에도 송전시설을 복선화(환상망구조화)하지 않았다"며, "이는 한전이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변호사는 "한전은 이러한 복선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마치 거제지역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다가 거제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지난 9월 18일 복선화가 되지 못한 것과 거제지역민들의 계룡산 송전탑건립 반대와 무관하다며 사과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변호사는 "한전이 거제지역의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한 과실이 있다"며 "어느 지역보다 복선화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단선구조로 장기간 방치하여 정전사고와 장기간 미복구사태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김변호사, '감사원 조치에 아무런 조치 않았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송전철탑 붕괴는 감사원에서 태풍취약철탑
보강사업 시행이 부적정함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강지시를 미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한주 변호사는 "한전이 90년 1월 송전탑을 관리하는 창원전력관리처 등에 철탑보강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달했다"며 이에 대해 창원관리처에서 "기준대로 시행하지 않고 간이 유도계산법으로 검토하여 298기중 무려 207기에 대하여 보강이
불필요하고 나머지 91기만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정하여 보강을 하였는데도 한전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감사원이 응력해석법에 의해 붕괴된 2기를 포함하여 221기를 다시 판정한 결과 무려 217기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며, 기준 안전율에 미달하는 송전탑들을 그대로 둘 경우 태풍시 절손 또는 도괴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보강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며, 이에 한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장기 정전을 초래시켰다고 주장했다.
'철탑기초 보강사업시행 부적정'
한전은 94년 6월 20일 가공송전용 철탑기초 보강사업 추진계획을
수립, 시행한 바 있는데 88년 6월 이전에 설치된 송전철탑 17,516기(붕괴된 2기 포함)의 기초를 우선순위에 따라 1∼2년내에 철근
콘크리트로 덧씌우는 사업으로 태풍에 대비한 사업이다.
특히, 보강사업은 태풍취약지역인 해안지역을 내륙지방보다 우선 시행토록 계획된 것인데, 한전은
해안지역을 우선 시행하지 않아 감사원으로부터 2006년까지 시행할 3,652기의 기초보강공사는 해안지역을 우선 시행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김변호사는 "보강사업의 부적정은 송전탑의 기초를 보강하지 못한 이유이며 우선순위에 따라
실시되었다면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소송 이유로, 늑장복구로 인한 피해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붕괴된 송전철탑 복구공사는
창원전력관리처 용역 회사에 의뢰하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전 복구반은 오전 10시경에 현장에 나오고 오후 5시경(일몰전) 퇴근하는 등
늑장으로 복구작업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한전, '자연재해라 소송이유
안된다'
29일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전측은 "자연재해로 인해 정전사태를
빚은 것이다"며 "정부도 거제지역 등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한 것만 봐도 알 것이다"고 말했다.
창원전력관리처 한 간부는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것은 이해되나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에서 명확한 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믿는다"고 애써 말을 아꼈다.
한전 본사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소 긴장된 분위기인 듯하다.
시민과 시민단체 반응
원고인단으로 참여한 이모씨(35, 주부)는 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거제에서 5년 동안 살면서 너무 잣은
정전사태를 겪었다"며 "이번 소송은 공기업이 국민에 대한 올바른 서비스 태도를 갖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45, 자영업)는 "시민들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래동안 참아왔다"며 "이번 기회로
새롭게 태어나는 한전이 되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을 찬성했다.
시민단체 한 간부는 "한전에 소송을 제기한 이상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승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의지와 힘을 바탕으로 끝까지 싸워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 무료변론에 나선 김한주변호사는 "인지대 전액을 원고인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부담했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