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및 목적
한국 근대 희곡의 새로운 장을 연 동랑 유치진은 1905년 음력 11월 19일 당시 통영군 둔덕면 방하리 507-5번지(현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에서 태어나 청년기에는 식민지 시대, 중년기에는 민족분열과 갈등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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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대의 동랑 유치진 |
대, 노년기에는 혁명의 시대를 겪으며 우리 민족의 질곡과 격동의 시기를 견뎌낸 현대문학, 그 중 희곡분야의 선구자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두고 연극계의 거장하면 유치진으로 인식할 만큼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동랑이지만, 아직도 연극계나 학계에선 그를 조명하는 것에 조심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1940년대 당시 일본의 탄압에 의해 쓰여 진 몇 편의 작품으로 친일이라는 좋지 못한 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나 그것은 동시대적 아픔이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렀고 청마 유치환보다 더 큰 업적을 남기고도 동랑의 이름에 걸 맞는 평가를 못 받고 있는 그의 예술적 가치를 재점검 하기위해, 최근 한국문단에서도 조심스럽게 동랑의 연극과 희곡작품 재조명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조심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동랑 선생이 한국예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다는 뜻도 된다. 항상 한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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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필중인 동랑. 생애 마지막 시기의 모습(1974년 1월) |
살아가는 동안 작가와 시대상황은 필연적인 관계로 맞물려 진다. 동랑 역시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통해 자신의 정신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상황은 그의 작품세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니힐리즘과 아나키즘, 현실고발 등의 현실주의 영향을 받는다.
거제시와 지역문화예술계가 그동안 과거사 문제 등으로 거제 둔덕 출신인 동랑에 대해 다소 무심했던 게 사실이나 그의 아픔과 예술혼을 따뜻이 안아야 할 곳이 거제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에 거제시와 동랑청마기념사업회는 고향 둔덕에 청마의 묘소를 이장하고 기념관을 건립, 매년 청마문학제를 개최해 오고 있듯이, 유족들과 협의 하에 동랑 선생 내외분의 묘소를 이장하고 기념관 건립, 동랑 이름을 건 전국연극제, 또는 희곡제를 통해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동랑의 브랜드화에 나서고자 한다.
동랑은 어떤 사람인가
동랑 유치진 전집 9편 자서전 49p에 보면 “나는 1905년 음력 11월 19일 거제도 둔덕이란 한촌에서 태어났다. 둔덕은 통영읍 나루터에서 목선을 타고 1시간가량의 거리에 있는 커다란 섬으로 삼면이 산으로 둘러 쌓인 일종의 분지와 같은 곳이다. 마을 앞에는 폐왕성이 있는 우두봉이 가로막고 뒤에는 산방산이 받치고 있어서 마치 삼태기 같은 곳에 자라잡고 있는 한촌이 바로 둔덕골이다. -중략- 그런 곳에서 우리 부모가 8대를 살아왔으니 그들의 삶과 생각이 어떠했을까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략 70여 호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이곳의 진짜 이름은 버드레이다. 유씨가 많이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옥씨가 더 많다(현 방하마을)”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동랑은 부 유준수씨, 모 박우순 여사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 생명파 시인인 청마 유치환은 그의 셋째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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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보부 제정 3·1 연극상 수상 |
동랑은 1914년 통영공립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1918년 졸업 후 잠시 통영우체국에 근무하다 3·1운동의 여파로 1920년 일본으로 유학, 일본 도오야마 중학교 2학년에 편입했으며, 26년 닛쿄대학 영문과에 입학, 공부하다 귀국하여 1931년 해외문학파 동인들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 본격적인 신극운동을 벌인다.
1941년 극예술연구회가 일제의 탄압에 의해 해산된 후 극단 현대극장을 조직하여 ‘흑룡강’, ‘북진대’, ‘대추나무’ 같은 어용극을 직접 쓰기도 하면서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연극을 주도 하였다.
동랑을 친일파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 시기에 쓰여 진 그의 작품과 연관된다. 하지만 동랑은 동생 유치환과 함께 황국의 시민은 되기 싫다며 창씨개명을 거부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작품은 올렸을지라도 본인 자신은 황국의 시민이 되길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 후 잠시 침묵하다 연극계 전면에 나타나 좌익연극과 대결하여 우익 민족극을 주도하고 극예술협회를 조직한다.
1950년 국립극장이 창설되자 초대 극장장에 취임하고 자작극 ‘원술랑’을 개관기념공연으로 올린다. (이 공연은 글로리아 오페라(단장 양수화)단이 오페라로 바꿔 거제문화예술회관 개관공연에 초연된 바 있다.)
또한 동국대 연극과를 창설하고 드라마센터 건립, 부설 연극아카데미 등을 설치하여 한국 연극계를 주도하는 배우, 연출가, 극작가 등의 후진 양성에 힘썼다.
동랑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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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랑의 마지막 연출작품이 된 '사랑을 내기에 걸고(Sleuth)'의 한 장면. 신구·이호재 주연(1971년) |
청년기 동랑은 1924년 관동대지진 사건으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로망롤랑이 쓴 ‘민중예술론’을 읽고 연극을 선택하게 된다.
로망롤랑의 ‘민중예술론’은 유치진이라는 인간에게 획기적인 전향을 가져오게 하는데 동랑은 일본에서 귀국, 당시 김진섭, 서향석, 혼해성 등 해외파 12명과 동인을 만들어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게 된다.
이후 1932년 ‘토막’을 필두로 1960년대 초 무용극 ‘별승무’까지 총 34편의 희곡을 발표한다. 그의 작품경향은 크게 보아 현실인식작품 ‘토막’, ‘당나귀’, ‘흑룡강’, 전통인식작품 ‘남사당’, ‘마의태자’, ‘자명고’로 대별할 수 있으며 1934년에 발표한 ‘소’는 근대 희곡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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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연극학교 졸업공연 후 기념촬영(1968년) |
최초의 장막 희곡인 ‘소’는 가난한 농촌의 당시 현실을 사실주의 희곡으로 일관한 것이 특징이다. 당대 농민들의 꿈과 좌절을 그렸던 ‘소’가 문제시 되자 동랑은 일경에 체포되어 투옥됨으로써 현실문제에서 벗어나 리얼리즘에 입각한 로멘티시즘을 내걸고 애정물과 역사물 속에서 우회적 수법으로 현실을 비판하게 되며 이러한 극적 방향은 1935년 일본의 탄압적인 문화말살 정책에 따라 국책극인 ‘흑룡강’, ‘북진대’, ‘대추나무’ 등을 쓰며 어용극단인 현대극단을 발족시키는 데까지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과오, 시대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6·25 동란 이후에는 전쟁드라마 ‘통곡’, ‘나도 인간이 되련다’ 등을 발표하며 69세의 생애를 오로지 이 땅의 연극 발전에 헌신했다.
재조명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동랑의 작가생활 중 비록 일제의 강압에 의해 국책극을 쓰는 작가로서의 한계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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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대 말 신구, 양정현, 리차드 메이슨(하와이 대학 교수)과 함께(왼쪽부터) |
생애를 통 털어 한국 연극계에 이바지한 정신과 영향은 특별하다 하겠다.
연극뿐 아니라, 연극비평가, 연출가, 극작가, 연극행정가로서의 그의 정신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빛나고 있다. 재조명사업을 통하여 친일을 했던 부분은 친일을 한 것으로 직시하고 거제가 낳은 또 한명의 위대한 예술가 동랑 유치진을 통영보다 앞서 거제가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번 주위의 눈치나 보고 망설이다 가는 거제의 문화콘텐츠는 통영에 넘어가 그들에게 이 커다란 무형의 관광 상품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여러 외국을 돌아보면 위대한 예술가의 예술혼은 오래도록 그 지역의 관광브랜드로 남아 있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가 문제다. 늦지도 않았지만 이르지도 않았다는 생각이다.
거제시가 거제의 문화예술계가 동랑의 문학적, 연극적 가치관과 문화적 브랜드를 이끌어 내야 한다.
통영이 지난해부터 통영연극예술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동랑의 고향이 통영이라는 것을 빌미로 올해도 24개의 전국 극단이 참여했고, 그 중 1편의 희곡을 선정해 시상식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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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본명 이금숙·시인·동랑 청마기념사업회장) |
상이유는 동랑의 연극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로다. 아무리 통영이 동랑의 고향이 통영이라고 한 들 그 출생지는 거제도 둔덕이다.
동랑청마기념사업회는 거제시가 동랑의 정신적 모태인 둔덕에 동랑선생 내외분의 묘소를 이장하고 동생 청마 유치환 선생의 묘소와 더불어 둔덕면 방하리 산 1번지 일대를 전국의 문화예술인 수목장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청마기념관 인근에 동랑기념관과 문학촌·예술촌을 건립, 둔덕에 동랑과 청마의 출생지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브랜드화 시키는 작업이 거제가 낳은 위대한 두예술가의 예술혼을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본사의 뜻과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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