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는
국민의 자세
유치진
이번
조선문인 보국회(報國會)의 결성에 즈음하여 나는 추천으로 소설․희곡부 회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불초(不肖)인 나는 이 중임을 맡을
만한 자격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특히 이 부회(部會)는 회원수에 있어서도 문단적 실질(實質)에 있어서도, 문인 보국회의 중핵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이 그 직책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소설과 희곡을 2부(部)로 분리해 주는
조건하에서 잠시 이 자리를 맡게 되었다.
조선문인보국회는 강령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조선에 있어서의 문학자의 총력을 대동아전쟁의 목적으로 결집시키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따라서 이 회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들의 활동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대동아전쟁의 완수에 있는 것이다. 적을 무찔러 마지 아니하는 정신으로
조서(詔書)에서 말씀하신 정전(征戰)의 목적을 관철하고, 대동아 10억의 민족을 적국 미․영(米英)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며, 그리하여 아세아
민족의 아세아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 1선에 가 있는 병사들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육탄으로 처참․용쾌(勇快)한 사투(死鬪)를 전개하고 있을 터이다. 우리는 제
1선의 병사들이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듯이, 그런 각오로 붓을 들어야만 하겠다.
다행이 일선의 황군(皇軍)이 굳게 전선을 지키고 있는 덕택으로 우리는 적의 위협을 직접받지 않고, 일상생활에 다소의 부자유를 느끼면서도 너무나
안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해이되어, 우리나라가 지금 정전(征戰)의 와중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세계의 지도는 지금 색깔이 바꿔지고 있는 중이다. 이 마음의 해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닐까?
현재 우리들의 문필생활은 전쟁을 위해 있어야 하고, 전쟁을 위해서만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제 1선의 보도를 들을 적마다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테다.
고,
그 국민적 종극(終極)의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을 작품화해야 한다. 우리 작가들은 우선 싸우는 국민의 모습을 그려내야
한다.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산업 전사(戰士)로부터 한 평(坪)의 원예(園藝)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웃에 이르기까지의 국민생활을 그리지 않으면 안된다.
상인은 무엇 때문에 장사를 하는가? 농민은 왜 일하는가? 교사는 무슨 필요로 교편을 잡고 있는가? 어머니는 뭣 때문에 자녀를 기르는가? 인간의
생명은 어째서 귀중한가? ―등등, 우리의 일상생활의 근본을 재음미하고, 그 국민적 종극(終極)의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을
작품화해야 한다.
싸우는 국민을 그리기 위해 모름지기 작가는 싸우는 국민을 알아야 한다. 작가는 지금 서재에 앉아서 낡은 사색에 잠기기 보다 현지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붙잡아 관찰하고 그리고 그것을 고무할 때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싸우는 국민이 있는 곳에 반드시 작가의 눈이 비치치 않으면 안된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대동아가 태양처럼 우러러 볼 수
있는 세계적 작가의 출현을 바라고 있는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위대한 전과(戰果)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적족을― ‘인간’을― 우리는
싸워서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그들을 인도하고, 그들이 있어야 할 곳에 그들을 있게 함으로써 비로서 싸움의 목적이 성취되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라고 하는 문제가 고개를 쳐들겠지만, 나는 정치와 평행(平行)하여 아세아 민족이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아세아 민족의 진정한 고민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을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
불타오르는 이상과 높은 이해 밑에, 10억의 아세아 민족의 모두 우러러 보게 되는 작품을 작가는 생산할 수 없겠느냐?
그와 같은 작가가 태어나야만 아세아는 정말 한 덩어리로 뭉칠 수 있는 정신적 거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비로서 팔굉일우(八紘一宇)의
이상이 이루어진다
『國民文學』1943년
6월호, 日文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