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면 거림리 우두봉에 위치한 폐왕성이 신라시대인 7∼8세기에 축조한 ‘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고려 18대 임금인 의종이 3년간 머물면서 ‘보수형태로 축조했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성곽 내부의 종합적인 시굴 등 복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거제시가 폐왕성의 복원을 위해 7천4백만원의 예산으로 (재) 동아문화연구원(단장 신용민)에 폐왕성 성곽시굴조사용역을 의뢰한 결과 지난 11일 현장에서 발표를 맡은 심봉근씨에 의해 제기됐다.

(재)동아문화연구원은 거제시로부터 폐왕성 시굴조사용역을 의뢰 받은 후 신용민씨(고고역사학자)를 단장으로 심봉근(동아대 부총장·도 문화재위원), 임효택(동의대 박물관장·문화재 위원), 심정보(한밭대학교 향토문화연구소장·문화재위원)지도위원 등 7명이 지난 8월 26일부터 10월 11일까지(실 조사일수 40일간) 폐왕성 성곽 4곳, 3백㎡를 중심으로 시굴조사를 벌였다.

이날 심봉근 동아대 부총장은 발표자료를 통해 “폐왕성은 문헌기록과 상부에 나타나는 축조방법만으로는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테뫼식 산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굴조사결과 각 트렌치에서 확인되는 체성과 동문지의 구조 및 출토유물을 볼 때 이 성은 7∼8세기를 전후, 축조됐으며 그 후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됐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심 부총장은 폐왕성 복원에 따른 향후 과제와 조사단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폐왕성 성곽 구조…하단부, 7∼8세기, 상단부, 고려시대 축조 



첫째, 동문지의 구조는 현문식(懸門拭)으로 축조됐으며 이러한 형태는 삼국시대 등 이른 시기의 산성에서 볼 수 있다.

지역적인 차이는 있으나 하동의 고소산성 동문지에서도 확인되고 성의 규모와 지형 및 위치적 특징도 고소산성과 유사한 면모가 확인됐다.

둘째, 축조된 체성의 기단부 폭은 6백50cm내외로 분지 쪽에는 방어상의 취약점을 고려 폭 1천40cm의 육축이 확인됐으며 이후 고려시대에 수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과 비교할 때 정연하고 견고한 체성 축조수법을 보이고 외벽의 하단부에는 기단보축시설이 있어 이 또한 6세기 중·후반 이후에 나타나는 이른 시기의 축조기술이라고 밝혔다.

셋째, 고려시대의 석축은 내·외벽 모두 거의 무너져 내려 정확한 원형파악이 힘들고 다만 남아있는 체성 및 동문지의 구조로 볼 때 체성의 폭은 4백50∼5백cm 정도로 초축 체성에 비해 조잡한 축조수법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어떤 필요에 의해 축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종이 기존 체성을 보수하는 형태의 성을 쌓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넷째, 트랜치내 토층 조사과정에서는 7∼8세기로 편년되는 두께 1cm정도의 얇은 목리흔 기와와 인화문토기 등이 출토, 삼국시대 말∼통일신라시대 초기에 축조됐음을 알 수 있고 상부의 흑갈색 층에서는 두께 2cm이상의 어골문과 집선문을 중심으로 고려시대의 기와와 토기가 출토됐다.

폐왕성의 중요성
폐왕성은 육지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견내량(見乃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육지로 향하는 적을 관망하고 거제도로 들어오는 적을 차단하는 길목에 위치한 요새적 성격의 성곽으로 그 중요성이 인식된다.

이에 따라 우두봉 폐왕성 자리에는 6∼8세기경 이미 성이 축조돼 있었으며 폐왕성 아랫편 거림리에 위치, 거제도 행정중심지로 전해지는 ‘기성현’의 행정관청이 적의 침입 등 유사시에 즉시 폐왕성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6년 4월20일부터 5월30일까지 동아대 박물관팀이 현지를 조사 발표한 고적조사보고서 제25책 ‘거제 거림리 유적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거림리 일대에서 출토된 기와에 새겨진 상사리(裳四理)라는 명문(銘文)이 신라시대의 유물임이 확인돼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심 부총장은 “지방기념물 11호로 지정돼 있는 폐왕성이 6∼7세기에 축조된 성터로 확인될 경우 국가 주요 문화재로 등록이 가능하며 전액 국비의 지원을 받아 성곽의 원형 축조는 물론 거제시의 문화·관광자원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시 계획…성터 매입, 소나무 제거 시급
폐왕성 내 유적지 발굴에는 20여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는 발굴 용역에 앞서 개인소유로 돼 있는 폐왕성 내부 1만8천50㎡를 매입해야 하고 땅속의 유물들을 훼손시키고 있는 소나무의 제거는 물론 성곽 주변 30여m의 잡목 등의 정비가 시급하다.

정중부의 난으로 유배돼 폐왕성에 3년간 머물었던 의종이 “짧은 기간에 그 큰 돌들로 성을 어떻게 쌓았겠느냐”는 세간의 의문점이 서서히 풀리면서 거제도 행정치소의 중심지였던 폐왕성과 기성현이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거제중앙신문 김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