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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김숙영]'트로이 목마'
서정자  |  jj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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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06  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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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 목마
                                                                      김 숙 영

   
 
비가 많이 내린다. 아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하필 딸아이가 비행기를 타는 날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다니 속이 상하다. 새벽이라 공항까지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또 엄마의 욕심에 아이가 한 달 동안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긴장하며 도착한 공항 안에는 딸아이의 일행들이 먼저 와서 기다린다. 그들 부모의 얼굴을 보니 나와 같은 심정인 듯싶다.

작년부터 여름방학에 아이를 캐나다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우리 형편에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연수 보내는 것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좋은 경험과 실력 향상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또 한번 보내고 나니 친구들과 같이 보내지 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서 올해도 보내게 된 것이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다. 아이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의 자신감, 경험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갖는다.

나는 무엇을 결정할 때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유혹에 쉽게 빠지고, 손해도 많이 본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물론 모든 유혹에 빠져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과 관련된 유혹들은 쉽게 뿌리치지 못해서 낭패를 본 적도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트로이 목마처럼 달콤한 유혹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기원 전 1182경 트로이 전쟁 중 스파르타는 견고한 트로이성을 함락시킬 수가 없자, 병사들을 속에 감춘 거대한 목마를 제작하여 트로이에 선물한다. 스파르타가 고용한 주술인은 트로이인들에게 달콤한 말로 목마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은 트로이인들은 밤에 목마 속에서 나온 병사들로 인해 결국 트로이 성을 점령당하고 만다. 목마를 받은 트로이 인들은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처럼 만의 달콤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거대한 유혹의 결과는 패배였다.

요즘 엄마들은 영어 교육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어학원이 지방에 분원을 내면 대박이 나고, 스펙 좋은 과외 선생님은 웬만한 대기업 연봉보다 높은 수입을 자랑한다. 또 방학에 해외 단기 어학연수가 필수 코스이고, 아예 일이 년간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유학원들은 더욱 달콤한 연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아마 나도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리라. 하지만 유학을 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나와 같은 생각으로 보냈지만 영어 빼고는 유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국어, 수학 따라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학교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모든 면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매사에 신중해야겠다. 특히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살피고 꼼꼼하게 일 처리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다고 느끼면 다른 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금의 성격을 고쳐야겠다. 이런 나의 성격이 내 아이들을 지치게 할 수 있으니까.

공항에 도착해서 가방의 무게를 재고, 짐을 덜어내고, 수화물을 부치는 동안에도 딸아이의 표정은 즐겁다. 늘 주위에 휘둘리는 엄마에 비해 딸아이는 의지가 확고하다. 일 년 만에 가는 캐나다 학교에 대한 기대와 다른 국적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기대가 아이를 밝게 한다. 다행이 딸아이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지인들은 늘 나에게 말한다. “딸이 낫네.” 이제는 내 아이들을 위해 일관성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비행기는 제 시간에 이륙한다. 출국장에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한 달 뒤 더 성숙한 아이는 이곳에 다시 올 것이다.

▓ 약력 ▓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논술지도사, NIE 지도사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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