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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희]귀로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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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6  14: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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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석 희

   
 
훌훌 털고 떠날 수는 없을까. 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말이다. 되돌아가는 길도 왜 이리 멀고 험한지. 매듭지으라고, 세상에다 묻힌, 세상에서 묻힌 속진을 다 떨어내고 오라고.어쩌면 신이 특별히 배려한 시간인지 모르겠다.
티베트 승려복장이다. 부처님 땅이라 스님이 보이는구나 했다. 그가 뒤돌아보는 찰나 내 발은 땅에 붙어버렸다. 믿겨지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이다. 아니 가까운 이다. 밥해 먹고 술 마시며 함께 밤을 새웠다. 이미자의 옛 노래를 불러 제치며 어쭙잖은 인생을 논하던 그가 아닌가.
히말라야 언저리를 떠도는 사람이다. 평생 길 위에서 방랑하며 살았다. 처음 다람살라에서 우연히 함께했고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조우했다. 여기 바이살리에서 다시 해후하니 어찌 섣부른 인연이라 하겠는가. 끌어안는다. 눈물이 솟구친다. 이곳까지 흘러든 영문도 궁금하다.
정류장을 몰라 버스에서 잘못 내렸다. 한적한 곳이라 인적이 뜸해 난감해하고 있는 중에 그와 맞닥뜨린 것이다. 요기꺼리를 찾아 나선 참이란다. 해넘이 동산에 나란히 않는다. 세존이 설법을 하던 흔적만 남아 있는 터다. 사연을 푸는 대신 노을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번 네 번째 인도여행은 부처의 족적을 밟아보는 거다. 불자는 아니어도 꼭 하고 싶었다. 나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고 제자들과 대중에게 설법하며 세상을 두루 돌다가 열반하신 곳까지 찾아간다. 룸비니, 사르나트, 리지길, 부다가야, 쿠시나가르, 그와 함께한 바이살리. 이곳은 고대 리차비 종족의 수도로 세존이 즐겨 찾던 곳이다. 지금도 한적하고 평화롭다. 입적 후 경전 편집을 위한 두 번째 결집이 있었고 상징물로 아소카왕의 돌기둥이 남아있는 불교 유적지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이곳에 들러 더 알려졌다.
그를 따라 스리랑카 절에 든다. 밥을 지어 먹이고 싶다. 서둘러 된장을 끊여 둘러않는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이 지역 토속주를 내 놓는다. 국물을 마시려다 뒤뚱뒤뚱 밖으로 나간다. 속이 비었으련만 계속 토악질을 해댄다. 결국 한 술도 뜨지 못하고 따뜻한 물로 입술만 축인다. 큰 병이 든 모양이다. 밤새 토하고 뒤틀기를 반복한다. 곡기를 대한 지 사나흘이라는데 먹지 못하니 기력이 있을 리 만무다.
기이한 만남은 떠나려던 발걸음을 이틀이나 더 머물게 했다. 낮이면 각자 다른 곳으로 부처님을 찾아 나서고 저녁이면 차를 마시며 하루를 푼다. 드문드문 통증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곁눈질하며 밤을 밝힌다. 걸음새가 어색하여 발을 들여다보니 어이가 없다.발톱이 빠져 피가 배이고 상처가 깊다. 그 먼 부처의 길을 맨발로 걷고 있지 않은가.
이곳은 일반 여행자가 드문 인도에서도 아주 열악한 곳이다. 스님과 불자들의 순례길이라 하겠다. 왜 일까. 부처님이 지나셨던 그 길을 노자도 먹을 것도 여권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그저 걷고 또 걷는다. 심한 병중의 그가 발톱까지 빠지면서. 죽음을 예감한 마지막 길에서 하고 싶은 건 무얼까.
자신을 향한 담금질로 회계하고 싶은 건가. 속세를 버리려 함일까. 속죄의 고행 길일 수도 있겠다. 아니 부처를 만나고 있는 건지 부처가 되고자 함인지 알 수가 없다. 부모 형제, 아내와 자식까지 다 버리고 혼자 이국을 떠도는 그를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마지막까지 아무도 찾지 않으려는 낌새다. 혼자 터벅터벅 마지막 길을 가고 있음이다. 거들어 줄 수도 나눠 가질 수도 없는 자신의 무게를 지고 기꺼이 걷는다. 가는 길마저 험난하다고 보이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났나 보다.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해 지길 바란다. 아니 내가 본 그 어떤 때보다 그는 고요하다. 부처처럼 영혼이 자유로워지라 믿는다. 그깟 육신이야 어디서 어떻게 지든 무슨 상관이랴. 헤어지면서 억지로 손에 지어준 백 달러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란 예감에 목이 멘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뒷모습조차 바라보지 못하고 안녕을, 영원한 안식을 되뇐다.

 약력

서울출생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졸업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2002.5>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집 바람이어라, 찌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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